역대 두 번째 규모의 집단감염을 일으키고 있는 서울동부구치소. 구치소의 관리 책임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문재인 정부에게 있다 ⓒ출처 법무부

서울동부구치소발(發)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1월 5일 실시된 동부구치소 6차 전수조사에서 66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전국 수감시설 집단감염 확진자 수는 1190명을 넘어섰다.

책임 부처인 법무부와 추미애 장관은 마지못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마스크 지급, 수용자 분산 등에 나섰지만 너무 늦었다.

이미 감염은 퍼져 버렸다. 오히려 동부구치소 수용자를 분산하겠다며 다른 구치소로 보내자 거기서 또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벌써 사망자도 두 명 나왔다.

12월 27일 기저 질환이 있던 60대 수용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한 채 동부구치소 안에서 숨졌다. 

다른 한 명은 확진 판정을 받고도 구치소 지정 병원에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급차에서 대기하던 중에 사망했다. 그는 30대였고 그의 부모는 자식의 확진 사실보다 사망 소식을 먼저 들어야 했다.

그런데 확진 판정을 받고도 구치소·교도소 안에 갇혀 있는 수용자 수가 1월 3일 기준 전국 987명에 이른다(동부구치소가 608명).

지독한 억압

정부는 말도 안 되는 직무유기를 저질렀다.

알려진 대로,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까지 법무부와 구치소 측은 예산이 부족하다며 수용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았고 면 마스크만 빨아 쓰도록 했다. 심지어 마스크 자비 구입이나 반입을 허가하지도 않았다. 외부 병원에서 의사가 넣어 주려 한 마스크를 회수해 가기도 했다. 

300명이나 정원을 초과한 상태에서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은 5~6인용 방에 8명씩 들어가 부대끼며 생활했고, 이 때문에 한 명이라도 걸리면 그 방은 물론 창문으로 연결된 복도를 통해 건물 전체로 감염이 퍼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런데도 구치소 측은 수용자를 확진자와 접촉자로만 나눠서 관리했다. 이 말인즉슨 잠재적 확진자들이 섞여 있는 접촉자들을 한데 모아 놓았다는 것이다. 수용자들이 “확진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절규한 이유다.

게다가 법무부와 구치소 측은 이런 실태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려고 수용자들의 외부 서신 발송도 가로막았다. 수용자들이 철창 사이로 “살려 달라”고 애원하며 내부 상황을 폭로하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나서야 구치소 측은 서신을 소독해서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감염 확산의 한 원인으로 꼽힌 과밀 수용 문제를 인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구치소나 교도소는] 혐오 시설이라서 확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야말로 구치소 수용자들을 사람 취급도 안 했다. 수용자들은 전 국민에게 보장된다는 ‘감염병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박탈당했다. 정부 표현대로 구치소가 “교정시설”이라면 왜 이런 지독한 천대까지 당해야 하는가?

계급 천대와 감옥

정부의 살인적인 직무유기는 단순한 실수나 무능 때문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감옥이 수행하는 억압적 성격과 그 수용자들에 대한 계급적 천대 문제가 있다.

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이명박이 받는 특별 대우를 보면 계급 차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명박은 구치소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던 시기에 은근슬쩍 짐을 뺐다.

이명박은 2차 전수조사 결과 1차에 비해 확진자 수가 10배 가까이 증가하자, 공교롭게도 결과 발표 바로 다음 날 구치소를 나와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이명박 측은 동부구치소 사태를 핑계로 재수감이 아니라 (민주당 대표 이낙연이 군불을 땐) 사면을 촉구하고 있다.

동부구치소 사태에 대한 비난이 커지자, 우파 야당은 동부구치소를 세월호에 비유하는 등 신이 나서 정부·여당 비판에 나서는 위선을 보이고 있다(이 자들이 세월호 참사를 어찌 감히 입에 올릴 수 있나!).

재소자 인권에 별 관심 없었던 것은 정부나 우파 야당이나 매한가지였다.

이명박이나 박근혜 같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구치소나 교도소 수용자 대부분이 ‘잡범’ 취급을 받는 하층민 배경의 사람들이다. 경찰-검찰-법원을 거치면서, 돈과 권력을 가지고 전관예우 변호사를 살 수 있는 기득권층은 아무리 큰 사기나 횡령, 뇌물죄를 저질러도 불기소되거나 무죄 판결,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일쑤다.

반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생계형 범죄로도 구속되기 일쑤이다. 지난해 10월 고시원에서 고작 구운 계란 18개를 훔친 죗값으로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은 일명 ‘코로나 장발장’ 사건은 최근 사례일 뿐이다.

국가는 이런 힘 없는 사람들은 권력자들과 달리 손쉽게 구속수사를 벌인다. 그런 과잉 구속 횡포 때문에 동부구치소를 비롯해 전국의 수감시설들이 정원을 130퍼센트까지 넘겨 꽉꽉 차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감염 위험도 증폭한 것이고 말이다.

국가가 저지른 범죄

지배계급의 관심사는 범죄자의 “교정”보다 억압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데 있다. 또한 경제 침체와 코로나 위기 속에서 문재인 정부는 경찰 강화 등 점차 권위주의적 방식을 늘려 왔다. 동부구치소가 외부 서신을 금지하고 자비로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하게 한 것도 그러한 권위주의적 조처의 일부다.

역대 최다 확진자를 낳았던 지난해 3월 신천지 교회발 집단감염 사태 때는 정부의 쥐 잡기식 마녀사냥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면, 이번에는 정부의 직무유기와 구치소 수용자에 대한 천대와 억압적 태도가 사태를 재난 수준의 위험으로 증폭시켰다. 동부구치소 참사는 국가가 저지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상해 범죄이다.

이것이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문재인)이 이끄는 정부, 판사 출신의 법무부 장관(추미애)이 벌인 일이다.

방역 지침을 어긴 개인과 종교 집단을 탓하면서 가까스로 유지해 온 문재인 정부의 ‘K-방역 신화’가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이제 그 자리를 정부에 맞선 투쟁으로 대체하고 우리 모두의 안전을 쟁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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