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선거를 통해 등장할 다수당이 없는 국회는 우리에게 더 많은 자유시장 ‘개혁’을 강요하려는 자들이 입은 심각한 타격이다.

영국 언론들은 보수적 기독교민주연합[이하 CDU]의 지도자 안겔라 메르켈이 정체한 독일 경제를 흔들어 깨울 또 다른 마거릿 대처라고 소개했다. BBC 방송은 아예 2주 전에 그녀의 당선을 기정 사실화했다.

토니 블레어는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사회민주당[이하 SPD]이 독일판 노동당인데도 메르켈이 슈뢰더를 교체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독일과 국제 대기업주들은 CDU의 승리를 기원했다.

지난 5월 SPD 당수 프란츠 뮌터페링이 조기 선거를 발표했을 때만 하더라도 메르켈은 여론조사에서 21퍼센트나 앞서 있었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9월 18일] CDU가 얻은 35퍼센트 득표율은 2002년 선거 때보다 낮은 것이었고, 34.3퍼센트를 얻은 SPD를 간신히 앞지른 것이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메르켈의 확고한 다수 득표가 유럽 경제 개혁을 가속화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 런던과, 정권 교체를 통해 베를린과의 손상된 관계를 복원하려던 워싱턴은 혼란스런 선거 결과에 경악했다”고 보도했다.

조기 선거 결정 뒤에는 적록연정의 아겐다2010 신자유주의 ‘개혁’이 불러일으킨 분노가 있었다. 일년 전 동독 지역에서는 실업수당을 삭감하는 내용의 하르츠 피어(Hartz IV) 계획 때문에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SPD의 아성이었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선거에서 수많은 노동계급 유권자들이 SPD를 버렸을 때 SPD는 마지막 수를 쓸 수밖에 없었다. 슈뢰더와 뮌터페링은 선거 기간에 이들 유권자들을 되찾기 위한 도박을 감행했다. 그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메르켈의 어리석은 우파적 행동이 그 성공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녀는 세무사인 파울 키르히호프를 재무장관으로 내정했다.

자유시장 경제를 종교처럼 신봉하는 파울 키르히호프는 25퍼센트 일률 과세 도입 계획을 내놓았다. 일률 과세는 지금 국제 우파 사이에서 유행하는 정책이다. 부자들의 세금을 엄청나게 깎아 주기 때문이다.

슈뢰더는 메르켈이 복지국가[사회보장제도]를 해체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키르히호프의 계획을 가차없이 이용했다. 다른 한편, 뮌터페링은 좌파를 의식해서 금융투기꾼들을 ‘메뚜기 떼’라고 비난하고, 칼 마르크스의 흉상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런 노력들은 표가 왼쪽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SPD에서 떨어져 나온 노동조합들이 ‘사회정의를 위한 선거대안’[이하 WASG]을 결성했다.

그리고 몇 달 전에 WASG는 민주사회당[이하 PDS]과 함께 좌파당을 결성했다. PDS는 옛 동독 스탈린주의 집권당의 후신이지만, 지금은 온건한 개량주의 정당이다.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인 중 한 명인 오스카 라퐁텐이 신생 좌파당을 이끌고 있다. 전 SPD 의장인 라퐁텐은 적록연정 초기에 부유층에게서 빈곤층에게로 부를 재분배하려는 자신의 계획을 슈뢰더가 가로막자 재무장관직을 사퇴했다.

이번 선거에서 8.7퍼센트를 득표한 좌파당은 지난 7년 동안 정부에 참여한 녹색당을 간발의 차로 앞섰다.

이번 선거 결과는 유럽 급진 좌파가 한 발 전진했음을 보여 준다. 이것은 영국 리스펙트, 포르투갈 좌파블록, 덴마크 적록동맹이 최근 거둔 선거 성과와 프랑스·네덜란드에서 유럽헌법이 부결된 뒤를 이어 거둔 성과다.

이러한 새 좌파의 부상 뒤에는 유럽 사회 상층부에 널리 퍼져 있는 신자유주의적 합의에 대한 반발이 있다. 

선거 결과가 접전으로 판명되자, 복지국가를 더한층 공격할 정부 구성을 둘러싸고 물밑에서 치열한 합종연횡이 모색되고 있다. 사실, 새 의회에서는 중도좌파와 좌파 정당 ― SPD·녹색당·좌파당 ― 이 다수파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슈뢰더와 메르켈은 모두 좌파당과 협상하는 것을 배제하고 있다. 좌파당은 이것을 칭찬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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