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지자 비슷한 조건의 외국인보호소도 집단감염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외국인보호소는 말이 ‘보호소’지 단속된 미등록 이주민을 출국하기 전까지 구금하는 곳이다. 잠시 머물다 출국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구금 기간에 제한이 없어 수개월에서 5년 가까이 구금된 사례도 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 활동을 하는 단체 ‘마중’을 비롯해 이주·난민·인권·노동 단체들은 1월 4일 이와 같은 우려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구금된 이주민을 석방하고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임시체류자격을 부여하라고 요구했다.

현 상태에서는 정부의 이주민 구금시설이 ‘바이러스 배양소’가 될지 모른다. 사진은 지난해 2월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13주기 추모 집회 ⓒ출처 민주노총 부산본부

이 성명이 언론에 보도되자 법무부는 그제서야 부랴부랴 구금된 이주민과 보호시설 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 전수검사를 했다. 1월 11일 발표에 따르면 다행히 구금된 이주민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검사 결과가 나온 보호시설 직원은 모두 음성이고 아직 110명의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혀 안심할 수 없다. 보호소 직원들은 계속 출퇴근할 텐데, 보호소는 언제 집단감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열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체류 기간이 끝났지만 출국하지 못해 미등록 신세가 되거나, 단속된 미등록 이주민이 출국하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코로나19로 항공편이 막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지난해부터 외국인보호소 과밀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지난해 3월에 389명이었던 수용 인원은 올해 1월 7일 현재 1065명으로 2.7배 넘게 늘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보호소 안에서는 10평 정도의 공간에 5명에서 18명까지 서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법무부는 현재 수용된 인원이 정원의 60퍼센트 수준이라고 해명했지만, 국가 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1인당 수용면적이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과밀화 

법무부는 과밀화 방지를 위해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 또한 의심스럽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27일 보도자료를 내 “국민 일자리 잠식을 방지”하기 위해 8월부터 배달업, 제조업, 건설업 등에서 총 1294명을 단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5월 “[미등록 이주민을] 불법체류자로 내몰고 단속할 경우에는 깊숙하게 숨기 때문에 오히려 [방역] 사각지대가 더 커질 우려가 있”다면서 “자칫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고도 했는데 완전한 위선이었던 셈이다. 

보호소 내의 환경도 바이러스 전파에 매우 취약하다. 

법무부는 일주일에 마스크 2~3매를 지급했다지만 개인 공간이 없기 때문에 감염 위험을 피하려면 24시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 사실 불가능한 일로, 과밀을 해소하지 않는 한 대책이 되기 어렵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발간한 〈2018년 외국인보호시설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외국인 1인당 1일(3식) 급식 예산은 5062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식단이 매우 부실할 수밖에 없다. 동절기에 온수는 1일 2회 아침, 저녁 1시간씩만 제공된다. 또한 의복이 한 벌만 지급돼 세탁을 하는 경우에는 입을 옷이 없고,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도 2주에 1회만 세탁을 하는 등 비위생적이다.

상근 의사와 간호사는 1명씩만 근무하며 진료 시 별도의 통역인이 없어 시설 내 구금된 다른 이주민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제대로 된 통역이 이뤄지기 어렵다. 그런데 엑스레이 촬영기기 등 기본적인 진단기기도 없어 대부분 문진에 의존하고 있다. 외부진료를 받으려면 자비로 해결해야 하는데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고 오랜 기간 구금된 경우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해 큰 부담이다. 요컨대 외국인보호소 구금 자체가 전염병에 취약한 기저질환을 앓는 것이나 다름없다.

외국인보호소를 폐지하라

법무부는 구금된 이주민을 석방하라는 요구에 대해 “보호외국인은 일반적으로 주거가 일정치 않아 이들의 보호를 무조건적으로 해제할 경우 …… 방역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매일 콩나물시루 같은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하는 현실을 그대로 두는 것을 볼 때 이주민들이 돌아다니다가 감염될까 봐 걱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구금 이주민들을 잠재적인 감염 전파자로 취급하는 것이다.   

구금된 이주민 대부분은 노동자였을 것이다. 직장에 매여 있는 노동자들이 주거가 일정치 않다고 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 만약 주거가 일정치 않은 이주민이 있다면 그것은 단속과 장기간 구금 탓일 것이다. 또한 이주민들을 열악한 노동조건과 불안정한 체류 자격 또는 미등록 체류로 내모는 것이야말로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 어렵게 만든다. 법무부는 가뜩이나 열악한 처지에서 살아가는 이주민들을 탓하며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있다. 

이주민의 안전이 걱정된다면 장기 구금으로 거주할 곳이 마땅치 않게 된 이주민에게는 정부가 안전한 임시 주거시설을 제공하면 될 일이다. 동부구치소에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에 이명박이 은근슬쩍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것을 보면, 이주민의 석방을 거부하는 것은 계급 차별적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구금된 이주민은 단순히 행정법규를 위반했을 뿐 이명박 같은 범죄자도 아니다!

법무부의 태도는 10명이 사망한 2007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보호소에서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유일한 행동지침이 “재소자 탈출 방지”뿐이었다.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까지 수갑을 채웠다. 법무부는 지금도 구금된 이주민의 집단감염 위험보다 이주민 억압과 통제에 구멍이 생기는 것을 더 우려하는 것이다.

정부의 체계적 이주민 차별을 통해 이득을 보는 것은 기업주들이다. 예컨대,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체류하거나 작업장을 이동하려면 고용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이주노동자를 고용주에게 종속시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한다. 그 폐해를 비극적으로 보여 준 가장 최근 사례는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가 한파 속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사망한 사건이었다. 단속추방이라는 억압 수단이 없다면 고용허가제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이주 규제는 인종차별을 조장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효과도 낳는다.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장기체류와 정착이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떠넘긴다. 그러나 일자리 부족은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자본주의 위기에서 비롯한다는 것이 진실이다. 또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가 아니라 기업들을 살리는 데 압도적인 자원을 투입하는 정부의 대응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 한 원인이다. 기업주들은 지원을 받아도 경기가 좋아지길 기다리며 투자를 아끼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재신청 난민을 신속하게 추방할 수 있게 하는 난민법 개악안을 입법예고 했다. 추방되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난민들은 필사적으로 머무르려 할 텐데, 정부는 단속추방과 외국인보호소 구금 같은 강압적 수단을 더 이용하려 들 것이다. 

즉, 외국인보호소는 이런 야만적인 국경 통제와 인종차별을 유지하기 위한 억압기구다. 그래서 이름과 달리 감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직 지배자들에게만 이득이 되는 국경 통제와 미등록 이주민 단속추방에 반대해야 한다. 미등록 이주민을 합법화해 수용자 전원을 석방하고 외국인보호소는 폐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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