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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소수자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조건이 더 악화하다

코로나19가 미국 성소수자 가구에 미친 영향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 등이 미국 전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기반해 발간된 보고서

코로나19 팬데믹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내고 심화시켜 온 차별과 불평등을 밝히 드러내고 더욱 악화시켰다. 가뜩이나 취약한 사람들이 팬데믹 하에서 더욱 고통받았다. 성소수자들도 예외가 아니다.(성소수자와 자본주의와 관계에 대해서는 이 기사를 보시오: 동성애 억압의 뿌리와 자본주의 가족제도)

지난달 미국에서 성소수자 가구가 코로나19에 더욱 심하게 악영향을 받았다는 보고서가 발간됐다.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 등이 미국 전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기반해 발간된 보고서를 보면, 미국 성소수자 가구는 비성소수자 가구보다 더 높은 실업과 경제적 불안정, 의료 장벽, 재택근무·학업·거리두기 대처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성소수자들은 대부분 노동계급의 일부이다. 코로나19가 계급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가운데, 그 중 더 취약한 노동계급 성소수자들이 더 열악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실업률은 ‘대공황 이후 최고’라 할 만큼 급증했다. 성소수자들은 더 높은 실업과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성소수자 가구의 66퍼센트가 팬데믹 이후 실직, 강제 무급 휴가, 임금 손실을 겪었다고 답했다. 비성소수자 가구는 45퍼센트였다. 라틴계 성소수자의 경우에는 그 수치가 71퍼센트로 치솟는다.

성소수자들이 임시직과 같은 이른바 ‘비공식 일자리(보통 노동법에 적용되지 않는 일자리를 뭉뚱그려 가리킴)’에 더 많이 종사해 온 것이 한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성소수자들이 유급 병가, 실업 보상,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로 팬데믹 이후 성소수자 가구 3곳 중 2곳(66퍼센트)이 심각한 재정 문제를 겪었다고 답했다. 흑인 성소수자의 경우는 95퍼센트, 라틴계 성소수자의 경우는 70퍼센트나 됐다. 흑인과 라틴계 사람들이 더 열악한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성소수자들은 이전에도 안전하고 질 좋은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는 데에 장벽을 느껴 왔다. 적지 않은 성소수자들이 의료기관에서 차별 대우나 진료 거부를 경험한 바 있다.

팬데믹 이후 성소수자들은 더 많은 의료 장벽을 경험했다. 팬데믹 기간에 성소수자 가구 5곳 중 약 2곳(38퍼센트)이 아파도 치료받을 수 없거나 치료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비성소수자의 경우 19퍼센트). 25퍼센트는 처방약을 구할 수 없었고, 28퍼센트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장벽으로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나 집에서 학업을 지속하는 데에도 성소수자 가구 4분의 1(25퍼센트)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이는 비성소수자 가구 17퍼센트에 비해 높은 것이다.

또, 성소수자 가구 44퍼센트가 팬데믹 기간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에 대처하는 데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성소수자의 경우 혼자 살 가능성이 높고, 의지할 수 있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이 훨씬 적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 노인이 파트너와 함께 살아가거나, 도움을 줄 가까운 친척이 있을 가능성은 비성소수자 노인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됐다. 자녀가 있을 가능성은 4배나 적다. 따라서 성소수자들이 팬데믹 기간 식료품이나 처방전 전달, 상태 확인 등 필요한 보살핌과 지원을 제공받는 데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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