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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발 코로나19 확산:
문재인 정부는 해결도 못 하고 책임도 안 지려 한다

확진자 623명이 갇혀 있는 동부구치소. 생활치료시설로 지정된 이 곳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온다 ⓒ이미진
서울동부구치소 관련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계속되고 있다. 1월 12일 기준, 전국 수감시설 확진자 수는 1230명을 넘어섰다.

특히 동부구치소에서 영월교도소로 이송된 10여 명이 무더기로 추가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동부구치소 측은 남성 수용자들과 층이 분리돼 있어 여성 수용자들은 문제가 없다고 장담해 왔다. 그러면서 여성 수용자들을 여전히 5.5평짜리 방에 8명씩 밀어넣고 방치했다. 6차 전수조사에서는 여성들을 제외했다.

그러나 결국 7차 전수조사에서 여성 확진자가 발견됐다. 이후 금세 같은 방 수용자와 옆방 수용자, 배식 담당 수용자까지 무더기로 확진됐다.

이런 사태에 대해 법무부는 감염 발생 경로를 제대로 규명조차 못 하고 있다.

재소자 인권 침해도 계속되고 있다.

구치소 측은 개별 수용자들에게 ‘방역수칙을 어기면 구속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얼토당토않은 협박을 하거나, 수용자 사이에 접촉을 줄이겠다며 수용자들의 건강과 정서에 큰 영향을 주는 운동·목욕을 금지했다.

일부 수용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는 상황에서, 확진자들을 수감시설 바깥의 병원이나 자가로 이송하기를 꺼리고 있다. 구치소 측은 방역을 위한답시고 수용자들의 변호사 접견을 일반 접견실에서 진행하게 해 교도관이 접견 내용을 감시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제대로 된 방역 환경을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수용자들을 마구잡이로 옥죄는 권위주의적 미봉책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을 불구속 수사로 전환해 풀어 주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 시행에도 보수적으로 굴고 있다.

현재 동부구치소에는 형·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났는데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수용자가 60명에 이른다. 이 중에는 음성 판정을 받은 2명도 있다. 데리러 올 가족이 없다는 황당한 이유다.

한편, 법무부는 1월 중에 교도소 수감자 가석방을 두 번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정원을 7000명 가까이 초과하고 있는 전국 수감시설 실태를 볼 때 과밀 문제를 해소하기엔 턱없이 역부족일 듯하다.

“잘못 없다”는 추미애, 침묵하는 문재인

상황이 이런데도 책임자인 정부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침묵하며 회피하고 있다. 2021년 신년사에서도 구치소 집단 감염 사태에 대한 언급 없이 여전히 “방역 모범 국가”라며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추미애 장관은 1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진 않았”고 “당시에 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했다”고 오히려 큰소리쳤다.

마스크를 지급하긴커녕 수용자들이 자비로 구입하지도 못하게 하고 감염 의심자와 비접촉자를 한데 몰아넣고 방치한 게 “적절한 조치”였다니!

추미애는 황당하게도 이명박 정부 때 초고층 밀집 수용 시설들을 지은 게 과밀 수용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 8개월 동안 이 문제에서 전임 우파 정부들과 다를 바 있었나?

추미애는 구치소 과밀을 검찰의 과잉 구속수사 관행 탓이라고 했다. 기승전‘검찰 개혁’론이다.

그런데 지난해 3월 신천지 교회발 집단감염 사태 때는 검찰에 이만희 총회장과 교인들에 대한 무리한 구속 수사를 지시한 것은 바로 추미애 본인이었다.

정부가 자화자찬하는 “K-방역”의 핵심은 이처럼 방역 수칙을 어기면 처벌하고 구속하겠다고 을러대며 권위주의적인 사회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국가의 억압과 계급 차별

이번 사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감옥이 계급에 따라 얼마나 차별적인지도 잘 보여 주고 있다.

동부구치소에 있던 이명박은 확진자가 급증하자 일찍이 병원으로 피신하는 특권을 누렸다. 서울구치소에 있는 박근혜는 수감 때부터 6~7인용 방을 개조해서 혼자 쓰고 있다.

애초에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사회에서 돈 있고 권력을 가진 자들은 철창에 쉽게 갇히지도 않는다. 이명박이나 박근혜 같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구치소·교도소 수용자들은 대부분 하층민 배경의 사람들이다.

감옥은 재소자들을 사회와 격리·단절시킨다. 재소자에 대한 (경중을 가리지 않는) 사회적 편견도 만만찮다. 그래서 재소자에 대한 인권 침해라는 해묵은 문제는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이것이 현 사회 질서를 유지·수호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는 문재인 정부가 감염병 대처에 있어서 수용자들을 함부로 천대한 배경이다.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 출신이라지만 이런 체제의 논리 아래서는 아무 소용도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 사태는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정부에 맞선 투쟁으로 쟁취해야 함을 가르쳐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