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1월 13일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개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마이크 데이비스가 했던 연설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미국의 사회주의자인 마이크 데이비스는 도시사회학·역사학·생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마르크스주의 분석을 발전시킨 것으로 유명하며, 《조류독감 :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돌베개, 2008)에서 지금의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의 위험성을 일찍이 경고한 바 있다. 미국 노동운동사를 다룬 명저 《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창작과비평사, 1994)의 저자이기도 하다.


미국의 사회주의자인 마이크 데이비스

극우 시위대의 국회의사당 습격은 다름 아닌 공화당의 분열을 보여 줬다.

[많은]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대선 결과 인증에 반대표를 던졌다. 공화당 상원 의원들은 정반대였다. 다만 그들 중 가장 재능 있는 일부가 이를 거슬렀다.

이것은 단지 국회의사당 습격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11월 대선 이후 재계는 트럼프 반대로 결집해 왔다. 현대 공화당 정치의 역사적 기반인 전미제조업자협회는 부통령 펜스에게 수정헌법 제25조[대통령의 직무 수행 불능과 승계에 관한 규정]를 이용해 트럼프를 퇴진시키라고 요구했다.

공화당이 양극화됨에 따라, 상원 쪽 공화당은 전통적 기반인 재계에 동조하고 있다. 우익 포퓰리즘적인 쪽은 트럼프 편에 남아 있을 것이다.

아주 놀라운 일이다.

등록 유권자의 약 40퍼센트가 트럼프를 굳건하게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가 받은 표의 약 5분의 1은 트럼프에게 비판적임에도 그에게 투표한 사람들의 표다. 트럼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은 어리석게도 대선에서 경제 문제를 포기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문제가 일자리 문제와 분리되도록 절대로 내버려 두지 말아야 했다. 세상에서 이만큼 주력하기 쉬운 문제도 없었다. “국민들은 일터로 돌아가야 하며 그러려면 전국적 팬데믹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하고 주장할 수도 있었다.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 탓에 트럼프는 ‘일자리 후보’를 자처할 수 있었다. 노동운동은 그래서 트럼프에 투표한 사람들 일부를 되찾는 일을 시작할 책무가 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충격적이었던 것 하나는 노동운동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물론, 도처에서 눈에 띈 간호사연합 같은 예외도 있었다. 간호사연합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에서] 버니 샌더스를 지지한 주요 노조였다.

하지만 많은 노조, 특히 산업 부문의 노조 지도부는 마치 자기 조합원들을 두려워해 그들에게 트럼프한테 투표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싸움을 벌이지 못하는 듯했다.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친노동, 친노조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진보파는 바이든이 그 약속을 지키게 해야 한다. 바이든은 틈을 제공했다. 노동운동 내에서 새롭게 조직화 활동을 벌이고 평조합원 수준의 지도력에 새로 활기를 불어넣는 데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대통령 바이든과 부통령 해리스는 위기 속에서 대중의 생활수준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다 ⓒ출처 Joe Biden(페이스북)

바이든은 지난 오바마 행정부의 복사판이다. 진보파는 바이든이 진보파 지도자들을 아무도 요직에 임명하지 않은 것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진보파는 민주당이 상원에서 아슬아슬하지만 다수 의석을 확보한 덕분에 바이든 지지자들에게서 “단결해야 하니까 너무 급진적인 것은 안 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었다.

샌더스의 민주당 예비경선 선거운동은 엄청난 에너지를 동원했다. 30세 이하 유권자 상당수가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를 더 선호한다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가 존재하는 상황이었다. 미국 역사의 특별한 순간이었다.

샌더스 측은 운동이 진보 후보들을 도울 것이고 진보 후보들이 운동을 도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버니 샌더스는 노동자들의 행동과 인종차별 반대 행동에 박수를 보내 왔다. 그러나 언제나 그다음에는 “이 진보 후보에게 돈을 보내자”거나 “이 탄원서에 서명하자”고 했다.

그 결과 공화당의 극우 기반이 팬데믹 관련 시위를 독차지하게 됐다.

전염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는 마스크를 제대로 쓴 좌파들이 전염 위험을 거의 키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줬다. 절대 거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제 거리·일터·지역사회 투쟁으로 의회 밑바닥 아래에 뜨거운 불을 지피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는 행동을 지속하고 왼쪽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라는 사회주의적 요구가 갑자기 실질적이고 대중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됐다.

요양원 산업은 분명 해체돼야 한다. 이 산업 대부분을 지배하는 사모펀드들을 퇴출해야 한다. 아마존과 SNS는 이제 필수 인프라다. 민주적 통제하의 사회적 소유를 요구해야 한다.

5년 전에 이런 말을 하면, 그때는 모두들 하품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이해한다. 그래서 사회주의자들은 더 광범한 진보적 운동 내에서 진정으로 급진적인 해결책을 주장해야 한다.

좌파는 매우 파편화돼 있다. 실질적인 전국적 연합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사회당(DSA)은 지역 수준에서는 실질적 영향력이 있지만, 전국 수준에서는 어떠한 단결된 대응이나 일관된 강령을 제시할 만큼 조직돼 있지 않다.

미국의 상황은 매우 극단적이다. 단지 [코로나19] 사망자만 그런 게 아니다. 실업률이 놀랄 만큼 치솟고 유색인종 지역에서 부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3월은 마치 잠자리에 들 때는 2020년이었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니 1932년이 된 것 같았다. 그만큼 사회적 투쟁에 불을 지필 연료가 쌓이게 될 것이다.

바이든은 제2의 뉴딜 운운하지만, 그것만큼 허무맹랑해 보이는 것도 없다. 자본주의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 후진국들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그렇다.

이곳에서 일자리 안정성을 높이고 새로운 고용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조건에서는 바이든이 어떠한 대답도 내놓을 수 없다. 좌파는 여기에 답할 현실적 전망을 뚜렷하게 제시해야 한다.

지난 3월 말에 바이든 선거 캠프는 샌더스 선거 캠프 대표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샌더스 선거 캠프는 기존 오바마케어[의료보험 의무 가입 제도]에 공적 보험 선택지를 추가하고 민간 보험회사의 구실은 내버려 두자는 바이든의 제안을 수용해 버렸다.

그래서는 안 됐다.

전국민 단일건강보험(‘메디케어 포 올’)은 어느 때보다 인기가 높다. 더군다나 이번 위기 동안 수많은 미국인이 건강보험을 상실한 상황이다.

선거주의 진보파가 마주한 시험대 하나는 어떻게 이 문제로 투쟁을 수행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요구는 타협해서는 안 되는 요구다.

선거주의 진보파가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는 금세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심의 여지 없이 최우선 과제는 지역사회와 일터를 조직하고 전국적인 대규모 항의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

미국은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 모두가 극우파의 성장과 세력에 주목한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전례 없는 일은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의 지지층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앞에는 막대한 과제가 있지만, 나는 매우 낙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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