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월 18일 노동자연대 주최 온라인 토론회 ‘아동학대와 자본주의’에서 발표한 내용을 일부 수정하고 축약한 글이다. 


경찰과 정부는 아동학대 해결에 무능하다 ⓒ이미진

많은 사람들이 ‘양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정인이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다. 최근 가해자 양모의 재판이 시작되고, 학대의 실체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분노를 더하고 있다.

대중이 특히 분노하는 것은, 경찰이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세 번이나 양부모를 무혐의 처리해 사건을 종결시킨 점이다. 경찰청장이 공식 사과하고 후속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고 있지만, 경찰을 향한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재인은 1월 18일 신년연설에서 여론을 의식해 아동학대 예방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아동학대 대책이랍시고 “입양을 취소”하거나 “입양 아동을 변경”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해서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입양아 반품 제도’가 없어서 정인이가 죽은 것이냐는 분노에 찬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양모가 아이와 안 맞아서’ 생긴 일이 아니다. 아동학대의 대부분이 친부모가 저지르는 데서도 보듯, 입양은 아동학대의 원인이 아니다. 문재인의 발언은 정부 책임을 피하고자 아동학대의 원인을 호도한 것이며 입양가족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 

문재인 정부는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미봉책만 내놓았다. “근본 대책”이라는 포장과 달리, 주로 피해 아동 실태 파악과 감시 체계 강화 등 사후 대응에 초점을 뒀다. 반면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한 예방 조처나 피해 아동 지원책은 거의 내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동 보호를 위한 예산 지원에 매우 인색하다. 아동학대 관련 예산 규모가 작고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개선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에는 피해아동 쉼터 운영을 위한 복지부의 2021년도 추가 예산안 212억 원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 등 우파의 호들갑도 메스껍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공론화될 때마다, 땜질식 조처로 비난 여론을 잠재우는 데 급급했다. 정작 필요한 아동 정책 예산은 삭감하기 일쑤였다. 현재 우파는 ‘양천 아동학대 사건’을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데 이용할 뿐이다.

아동학대는 사회 체제 문제

지난 10년 동안, 아동학대 발견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대중의 경각심이 높아져 아동학대 신고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보건복지부의 보고서를 보면, 아동학대 사례가 2018년에는 약 2만 4천 건이 발생했고, 2019년에는 3만 건이 넘는다.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 수는 6년간 총 175명이고, 2019년에는 42명이었다.

그러나 이런 통계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동학대는 가해자가 주로 부모이고 은밀하게 벌어져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아동학대가 자본주의 사회에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아동학대를 ‘괴물’ 같은 개인의 기질 문제로 환원할 수 없는 것이다. 아동학대는 불평등한 자본주의 체제의 성격과 특히 가족제도의 구실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자세한 내용은 본지 12면에 정진희가 쓴 “아동학대와 자본주의” 기사를 보시오).

그래서 학대 가해자 처벌 강화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효과적 대책이 될 수 없다. 물론 아동학대는 끔찍한 범죄이며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동학대 처벌 기준이 꾸준히 강화됐지만, 아동학대가 줄지 않았음을 곱씹어 봐야 한다.

아동학대를 감소시키려면 아동학대를 낳는 사회적 요인들(불평등과 빈곤 등)에 맞선 대책이 훨씬 효과적이다. 필요한 대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효과적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아동학대 전담 기구에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아동학대 조사와 상담을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맡아서 진행했는데, 살인적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1400명을 충원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하는 등 아동학대 업무 공공성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인력과 예산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벌써부터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량이 논란되고 있다. 피해 아동에 대한 꼼꼼한 조사와 필요한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지려면, 더 많은 전담 공무원을 당장 배치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경찰이 아동학대 문제를 진중하게 다루고 수사의 전문성도 높여야 한다. 학대받는 아동이 부모나 다른 양육자에게서 피해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린 아동들은 피해를 진술하기가 특히 어렵다. 의학 지식과 아동 심리 등에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있는 수사팀이 필요하다. 

둘째, 피해 아동 지원이 크게 늘어야 한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는 아동학대 대책으로 분리 조치를 강화했다. 심각한 학대가 지속되는 상황이라면, 분리 조치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부는 무책임하게도, 분리된 아이들이 지낼 곳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피해 아동 쉼터는 전국에 72곳으로 500여 명 정도 수용 가능한데, 이미 포화상태다. 정부가 130곳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신고된 아동학대 건수가 한 해 3만 건임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피해 아동이 신체적‧심리적 치료를 받으며 양질의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시설 좋은 쉼터가 대폭 늘어나야 한다.

피해 아동이 기존 가족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성인이 돼 자립하기까지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 아동복지법상 청소년들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 기간이 종료되는데, 정착금 500만 원만 받고 직장도 집도 없이 맨몸으로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보호 종료 청소년이 한 달에 5명가량 자살하는 이유다. 

한편, 분리 조처를 무조건 앞세워서는 안 된다. 경미한 학대나 빈곤에 의한 방임 등은 가족에게 필요한 재정 지원과 심리 상담·교육 제공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계적 분리 조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사례별로 적합한 피해 아동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 학대가 발생한 가족 전체를 지원해야 한다. 

아동학대 연구자들은 학대 가해자가 “가정 불화와 경제 문제, 정신질환 등의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과거 학대 경험이 대물림되거나, 부부 간 폭력이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따라서 가해자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한 상담과 치료, 생계비를 지원해야 한다. 특히 피해 아동의 형제‧자매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들은 새로운 학대 대상이 될 수 있고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넷째, 아동학대 예방책으로 복지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은 아동학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피해 아동의 약 25퍼센트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고, 학대 가해자의 30퍼센트는 무직이었다(복지부의 〈2014년 전국 아동학대현황보고서〉).

한 연구(“OECD 국가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아동학대 발생과의 관계에 관한 연구”, 2012)를 보면, 다양한 가족지원 정책으로 불평등과 아동빈곤을 낮춘 국가에 견줘 불평등과 아동빈곤을 방치하는 국가에서 학대로 아동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동학대가 가난한 가정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장기간 빈곤에 시달리면 아동학대가 일어나기가 더 쉽다. 학대 가정이 상처를 치유하고 안정을 되찾으려면 일자리와 양육 지원이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아동을 포함한 대중의 복지를 대폭 확대하면 아동학대를 줄이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아동보호 관련 예산이 GDP 대비 0.2퍼센트로 OECD 평균의 7분의 1수준이다. 

양육을 거의 부모가 짊어지게 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없다. 가족 생계가 어려워지고, 양육 부담이 커지면 부모가 받는 압박과 스트레스가 아동학대로 이어지기 쉽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경쟁과 소외를 겪으며 좌절하고 뒤틀린 일부 부모가 자녀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으면서 학대 행위로 발전한다. 

말로만 “아동이 행복한 나라”를 외치는 정부에게 복지를 대폭 확대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왕창 걷고, 군사비를 대폭 줄여서 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더 나아가 아동학대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불평등과 차별이 아로새겨진 자본주의에 근본적으로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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