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택배 노동자들의 저항:
과로, 저임금, 코로나19 위험 노출 …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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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에 시달린 택배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소비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 세계 택배 산업계 ‘빅3’라고 할 수 있는 DHL, FedEx
DHL의 2020년 3분기
미국 아마존 등 물류업체들도 커다란 이익을 봤다.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는 지난해 8월 자산 가치가 2000억 달러
택배 업체들은 이윤을 쓸어 담을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있다. 노동자들은 급격히 높아진 노동강도와 코로나19 위험에 노출돼 있다.
미국의 좌파 월간지 《레이버 노츠》는 미국 우편 노동자와 UPS 노동자들이 한 달 내내 거의 쉬는 날 없이 12~14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실태를 보도했다. 테네시주
워싱턴주
아마존은 수많은 하청업체에 배송을 위탁해 비용을 줄이려 한다. 배송 노동자들은 아마존 로고가 찍힌 유니폼을 입지만, 간접고용 비정규직이거나 우리나라의 특수고용 노동자처럼 ‘위장 자영업자’ 취급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장시간 과로에, 노동법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고 있으며, 건강보험도 대체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사장은 돈방석, 노동자는 푼돈
한 아마존 하청 배송 노동자는
당연히 식사할 시간도 없이 물량을 소화해야 한다. LA 지역의 한 여성 배송원은 할당량이 너무 많기 때문에 동료 중 누구도 점심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자들은 물병에 소변을 볼 수 있지만 저는 그럴 수 없잖아요.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몇 시간 동안이나 소변을 참고 있어요. 이건 너무 심하다 싶어서 매니저에게 점심 시간 때 일하지 않겠다고 말했어요.”
이런 처지는 적은 인력으로 과중한 배송 물량을 소화하느라 일하는 중에 컵라면과 초코파이로 끼니를 떼우는 한국 노동자들과 꼭 닮았다.
코로나19 동안 방역 조처를 지키라는 택배 노동자들의 저항도 계속돼 왔다.
팬데믹 초기, 택배 업체들은 방역 용품도 지급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배송에 투입하려 했다. 지난 4월, 한 UPS 기사가 사측의 안이한 방역 조치를 폭로했다가 해고당하자 동료 노동자들이 항의해 복직하는 일이 있었다. 같은 달 미네소타주에서도 아마존 사측의 부실한 방역 조처에 우려를 제기하며 출근을 거부했다가 해고당한 노동자가 동료들의 파업 끝에 복직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이 산발적으로 벌어져 왔다.
홍콩에 있는 중국 노동운동 지원 단체인 중국노동회보
중국 택배 노동자들은 주 6일,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지만 한 달에 버는 돈은 평균 한화 80만 원에도 못 미친다. 택배 노동자들은 한국과 비슷하게 건당 수수료를 받는데 업체들이 매년 수수료 단가를 낮춰 왔기 때문이다.
한국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런 세계적 투쟁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