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두 명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화책으로 펴냈다. 트랜스 여성 샤이앤과 트랜스 남성 말랑이다 (말랑과 샤이앤은 필명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같은 트랜스젠더들, 특히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에게 힘과 도움을 주고자 책을 펴냈다고 말했다. 

《내 이름은 샤이앤,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 《내 이름은 말랑,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 샤이앤/말랑 지음, 꿈꾼문고

이 책에서 샤이앤과 말랑은 자신들이 겪은 성별 불쾌감*과 정체화, 커밍아웃, 트랜지션*, 연애와 같은 일상을 짤막한 에피소드들로 진솔하고 명랑하게 담아냈다. 살면서 맞닥뜨린 트랜스젠더에 대한 흔한 오해나 편견들에 대해서도 당사자의 입장에서 설득적으로 설명하고 반박한다. 이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안타깝기도, 화가 나기도, 코끝이 찡해지기도, 처음 알게 되는 사실에 놀랍기도, 큭큭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펼친 순간, 정말이지 한숨에 다 읽게 된다.

인상적인 몇 장면을 소개한다.

현행 체계상 트랜스젠더들이 호르몬 치료나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정신과 진단서(F640 ‘성전환증’ 진단서)가 필요하다.(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트랜스젠더는 결코 정신질환의 일종이 아니다. 2018년 WHO도 국제질병분류에서 ‘성별 불일치’를 삭제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심리 검사와 인터뷰를 해야 하고, 보통 비용이 20만~30만 원이 든다. 이 ‘비싼 종이 한 장’을 들고서 말랑은 “나 트랜스젠더래. 이 종이 한 장으로 드디어 인정을 받는구나” 하고 눈물을 훔친다. 샤이앤 역시 진단서를 받고서 “누군가 나를 인정해 줬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워서 많이 울었다” 하고 서술한다. 이 장면에서 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끊임없이 자신이 남성 혹은 여성이라고 이해받으려고 노력해 왔고, 또 좌절해 왔는지 느껴졌다.

청소년기의 에피소드도 있다. 트랜스젠더들은 유독 힘든 청소년기를 보낸다. 보통 이차 성징이 일어나면서 성별 불쾌감이 심해지고, 가뜩이나 억압적인 학교는 남녀 이분법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샤이앤은 중학교 때 처음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고, 자기 부정 시기를 거쳤다고 한다. 일부러 ‘남성복’을 사고, 남자아이들과 더 어울려 다니고,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애써 부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매일매일 더 괴로워지자, 나는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공포에 압도되기 시작했다” 하고 말한다. 한편, 말랑은 성별로 구분되는 교복(치마, 바지), 출석 번호, 자리 배치로 힘들었던 학창 시절을 그려내며 이렇게 말한다. “학교는 학문을 배우기 위한 곳인데 ‘나는 남성이 아니다’라고 쉴 새 없이 나를 세뇌하는 기분이었다.”

이들의 경험을 보다 보면, 트랜스젠더 여성/남성이 ‘진짜 여성/남성’이 아니라는 말이 얼마나 이들의 존재를 무시하는 헛소리인지 알 수 있다.

또, 샤이앤과 말랑은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취지답게, 자신들이 직접 겪은 커밍아웃, 의료적 트랜지션 과정, 법적 성별 정정 방법을 상세하고 솔직하게 그렸다. 이에 대한 따뜻하고도 실질적인 조언들도 덧붙였다.

이 책은 트랜스 여성과 남성의 진솔한 경험을 통해서 트랜스젠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또, 재미있다. 이 책이 더 많은 사람에게, 특히 저자들의 바람처럼 청소년들에게 널리 읽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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