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내 이름은 샤이앤/말랑, 나는 트랜스젠더입니다》:
명랑하고 진솔하게 그린 트랜스젠더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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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두 명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화책으로 펴냈다. 트랜스 여성 샤이앤과 트랜스 남성 말랑이다
이 책에서 샤이앤과 말랑은 자신들이 겪은 성별 불쾌감*과 정체화, 커밍아웃, 트랜지션*, 연애와 같은 일상을 짤막한 에피소드들로 진솔하고 명랑하게 담아냈다. 살면서 맞닥뜨린 트랜스젠더에 대한 흔한 오해나 편견들에 대해서도 당사자의 입장에서 설득적으로 설명하고 반박한다. 이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안타깝기도, 화가 나기도, 코끝이 찡해지기도, 처음 알게 되는 사실에 놀랍기도, 큭큭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펼친 순간, 정말이지 한숨에 다 읽게 된다.
인상적인 몇 장면을 소개한다.
현행 체계상 트랜스젠더들이 호르몬 치료나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정신과 진단서
이를 위해서는 여러 심리 검사와 인터뷰를 해야 하고, 보통 비용이 20만~30만 원이 든다. 이 ‘비싼 종이 한 장’을 들고서 말랑은 “나 트랜스젠더래. 이 종이 한 장으로 드디어 인정을 받는구나” 하고 눈물을 훔친다. 샤이앤 역시 진단서를 받고서 “누군가 나를 인정해 줬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워서 많이 울었다” 하고 서술한다. 이 장면에서 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끊임없이 자신이 남성 혹은 여성이라고 이해받으려고 노력해 왔고, 또 좌절해 왔는지 느껴졌다.
청소년기의 에피소드도 있다. 트랜스젠더들은 유독 힘든 청소년기를 보낸다. 보통 이차 성징이 일어나면서 성별 불쾌감이 심해지고, 가뜩이나 억압적인 학교는 남녀 이분법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샤이앤은 중학교 때 처음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고, 자기 부정 시기를 거쳤다고 한다. 일부러 ‘남성복’을 사고, 남자아이들과 더 어울려 다니고,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애써 부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매일매일 더 괴로워지자, 나는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공포에 압도되기 시작했다” 하고 말한다. 한편, 말랑은 성별로 구분되는 교복
이들의 경험을 보다 보면, 트랜스젠더 여성/남성이 ‘진짜 여성/남성’이 아니라는 말이 얼마나 이들의 존재를 무시하는 헛소리인지 알 수 있다.
또, 샤이앤과 말랑은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취지답게, 자신들이 직접 겪은 커밍아웃, 의료적 트랜지션 과정, 법적 성별 정정 방법을 상세하고 솔직하게 그렸다. 이에 대한 따뜻하고도 실질적인 조언들도 덧붙였다.
이 책은 트랜스 여성과 남성의 진솔한 경험을 통해서 트랜스젠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또, 재미있다. 이 책이 더 많은 사람에게, 특히 저자들의 바람처럼 청소년들에게 널리 읽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