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한참 역부족이다.

미국에서 확진자 수는 2416만 명, 사망자 수는 40만 명을 넘겼다. 특히 확진자 중 60퍼센트 이상이 지난해 11월 3일 미국 대선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정부의 코로나19 자문단 일원인 마이클 오스터홀름은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앞으로 6∼12주 뒤 팬데믹과 관련해 지금까지 본 어떤 것과도 다른 상황을 볼 것 같아서 대단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영국과 남아공, 브라질에서 발견된 서로 다른 변이 바이러스들은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 확산 속도가 월등히 빨라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14일 긴급위원회 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변이의 국제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평가했다. 

변이 바이러스의 타격을 정면으로 받은 영국에서는 매일 1500여 명이 사망하며 지난해 봄 유행 당시의 사망자 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한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입국 절차가 강화됐지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각국 정부가 백신에 대한 기대와 함께 조기에 경제를 재가동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만큼 오히려 방역이 느슨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백신 생산·보급 속도는 미미하게나마 나아지고 있다. 운이 좋다면 두 달가량 뒤에는 증상뿐 아니라 감염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백신도 출시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이 백신(노바백스 제품)은 기존 인플루엔자 백신과 제조 방법이 비슷해 대량 생산도 가능하고 안전성도 어느 정도 검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앞으로 최소한 몇 달 동안은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되지 않도록 막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백신 보급에서 후순위로 밀린 남반구의 빈국들은 또다시 엄청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불식되기에는 사용 기간이 너무 짧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등이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에서도 ‘지켜보다가 맞겠다’는 비율이 59.9퍼센트로, ‘빨리 맞겠다’ 37.8퍼센트보다 많았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지난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당시처럼 백신 접종 속도도 느려질 수 있다.

변이

한편, 문재인 정부는 저소득 노동자들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상황을 개선하겠다며 거리두기를 일부 완화했다. 물론 이들의 곤란한 상황을 계속 방치해선 안 된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듯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이자와 임대료 등 각종 부채 상환을 동결시키는 것이 효과적인 대안이다. 그렇게 해야 방역도 유지하면서 사람들의 삶을 지킬 수 있다. 재정 지출을 아끼려고 거리두기만 완화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생활고와 방역 책임을 모두 떠넘기는 조처다.

2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분위기만 띄우고는 뜸을 들이고 있다. 정부 여당은 4월로 예정된 서울·부산 시장 선거에 임박해서 지급(혹은 발표)하려는 듯하다. 아직 팬데믹이 한창이라 지금 지급하면 이후에 추가 지출을 해야 할까 봐 우려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앞서 지급을 결정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지사가 정부 여당의 압박에 지급 시기를 미룬 것은 유감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인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에 큰 기대를 걸며 ‘게임체인저’ 운운해 왔는데, 최근 식약처가 긴급사용을 승인하며 발표한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듯하다. 발표 직후 셀트리온의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환자에게 직접 주사하는 약이다. 이 항체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효과를 낸다.

그러나 항체치료제는 가격이 매우 비싸 모든 확진자에게 투여하기는 어렵고, 증상이 악화되기 시작하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미국에서도 일선 현장에서는 큰 효용이 없다는 분위기다. 거대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 사가 중증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을 중단한 이유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내내 셀트리온을 띄워 준 것은 정부가 추진해 온 바이오 산업 활성화 정책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사실 문재인은 임기 내내 이재용, 정의선, 최태원, 구광모 등 재벌 총수들을 불러 환담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에 늘 셀트리온 회장 서정진도 불러 특별 대우했다. 서정진은 줄곧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완화를 요구해 왔다.

왼쪽부터 박용만(두산), 이재용(삼성), 최태원(SK), 문재인, 구광모(LG), 서정진(셀트리온) ⓒ출처 청와대

바이오 산업 활성화

바이오 산업은 제약·의료기기 산업과 이와 연관된 정보통신 산업 등을 포괄하는데 핵심은 제약, 그중에서도 바이오 의약품 산업이다.

바이오 의약품은 기존의 합성의약품과 달리 살아있는 세포의 활동으로 만들어 낸 물질을 사용한다. 백신, 인슐린, 성장호르몬, 면역항암제 등이 대표적인 바이오 의약품이다.

기존 제약산업의 성장률은 1990년대부터 둔화된 반면, 바이오 의약품은 2000년대 들어 급성장했다. 특히 자가면역질환이나 난치성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증상을 완화해 줄 수 있는 바이오 의약품들이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2010년 세계 의약품 시장의 18퍼센트를 차지하던 바이오 의약품은 2018년 28퍼센트까지 늘어났다. 2017년에는 전 세계 매출 상위 10위 의약품 중 바이오 의약품이 8개를 차지하기도 했다.

희귀 질환을 위한 약이 이토록 많은 돈을 벌어다 준다니 약값이 얼마나 비쌀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50퍼센트에 육박한다. 자본가들에게는 그야말로 고부가가치 산업인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정부들이 바이오 산업 육성을 꾸준히 추진해 온 배경이다.

셀트리온은 이 분야에서 앞서가는 국내 주자다. 처음에는 해외 거대 제약기업의 약품을 위탁생산하다가 최근에는 복제약(바이오 시밀러)을 만들어 유럽, 미국 등에서 사용승인을 받기도 했다. 유명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이 특허가 만료되면서 복제약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바이오에피스(삼성 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SK 바이오팜 등 재벌 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셀트리온은 주가가 크게 올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지난해 1월 16만 원가량 하던 주가가 꾸준히 올라 올해 초 38만 원까지 올랐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코로나 항체치료제는 그 효용성을 의심받고 있고 백신 개발에는 (아마도 기술력이 뒤처져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항체치료제를 띄워주고 백신 자주화를 천명하는 등 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반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재난지원금도 아까워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있으니 코로나19 대응보다 젯밥(기업 이윤)에 더 관심이 있음을 보여 준다.


사실관계가 일부 부정확한 곳이 있어 수정했습니다. 원래 기사에서는 일라이릴리 사가 “임상 3상을 앞두고 항체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고 썼는데, 일라이릴리 사의 항체치료제가 임상시험 단계에서 중대한 안전 문제가 제기돼 시험이 중단된 바가 있고 이후 “입원한 코로나19 환자에게 임상적 가치가 낮다고 판단하고 입원한 중증환자 대상의 임상 3상 시험을 종료한다”고도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개발 자체를 중단한 것은 아니고 경증과 중등도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은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된 문구를 수정합니다.(출처 : 일라이릴리 성명 https://www.lilly.com/news/stories/statement-activ3-clinical-trial-nih-covid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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