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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결과 발표:
책임자들에게 또다시 면죄부 주다

또다시 추운 길바닥으로 내몰린 세월호 유가족 ⓒ출처 416연대

1월 19일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2019년 11월부터 이제까지 한 수사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특수단은 유가족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가 수사를 의뢰한 17개 의혹 중 대부분을 무혐의 처리했다.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참사 책임 은폐 시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내용이다. 해경 지휘부 구조 책임 건과 특조위 활동 방해 건만이 불구속 기소됐는데, 진작에 됐어야 할 조처다. DVR(세월호 CCTV 영상 저장 장치) 조작 의혹은 도입이 예정된 특검에 인계하겠다며 처분을 보류했다.

오랫동안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 온 유가족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큰 실망과 분노를 표했다.

박근혜의 법무부(장관 황교안)는 2014년 7월 광주지검이 법무부에 김경일 전 123정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는 보고서를 올리자 ‘불가’ 지시를 내렸다는 혐의를 받았다. 법무부의 장기간 외압으로 김경일에 대한 기소가 늦어졌다는 의혹도 있었다. 우병우의 혐의도 비슷하다. 이 사건을 맡았던 광주지검과 대검의 지휘 라인은 김경일을 기소한 뒤 일제히 좌천됐다.

특수단은 황교안과 우병우를 서면조사만 했다. 법무부와 검찰이 위계 관계에 있는데도 “의견 교환”이라며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특수단은 “대검의 보고 자체가 위법한지[에 대해]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는 식으로 여지를 남겼다.

유가족 사찰이 문제 없다니

특수단은 기무사와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내용이 언론에 유포되거나 협박에 사용되지 않았고, 청와대의 지시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박근혜, 김기춘, 남재준 등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없다고 발표했다. 특수단은 국정원을 압수수색하지도 않았고(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 당사자인 박근혜를 조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미 밝혀진 사실들만 보더라도 유가족 사찰은 용납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2018년 국방부의 조사와 전 기무사 참모장에 대한 재판에서 기무사가 60명 규모의 ‘세월호 관련 TF’를 꾸렸음이 확인됐다. 이 TF가 유가족을 사찰해 상부에 올린 보고가 627건에 이른다.

2017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국정원 국내정보부서가 국정원 지휘부와 청와대에 세월호 관련 동향을 보고했고, 국정원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규탄 기자회견 등에 개입했다고 발표했다. 박근혜의 청와대와 국정원은 유가족을 ‘돈벌레’로 모욕하고, 특조위를 ‘세금 도둑’으로 몰았다.

보안경찰들은 세월호 운동을 흠집내 정부에 도전하는 투쟁으로 발전하지 못하게 하려고 사찰을 한 것이다. 이들은 이런 정보를 이용해 개인과 운동을 탄압할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이 기구들의 책임자인 대통령 박근혜와 비서실장, 국정원장 등은 처벌돼야 마땅하다.

고 임경빈 군 구조 지연으로 인한 사망 의혹도 살인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없다고 했다. 해경이 임 군의 생존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방치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해경은 원격 진료한 병원 측의 긴급 후송 요구에도 임 군을 곧바로 보내지 않았다. (사망 물증을 제시한 것도 아니므로) 생사가 불투명하다면 일단 빨리 병원으로 보냈어야 하는데 하지 않은 책임 문제에서는 특수단 결론의 설득력이 없다. 즉시 후송이 가능한 인근 헬기는 당시 해경청장과 서해해경청장 등 지휘부 의전에 쓰이고 있었다.

이 건은 혐의 성사 여부와 별개로 국가 기구가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을 중히 여기지 않음을 보여 줬다.

문재인의 위선

결국 이번 수사는 2014년 수사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검찰, 국정원 등 핵심 국가 기구들에 대한 전면적 수사와 충돌은 결코 벌어지지 않았다.

2014년 부실 수사의 주범 이성윤(당시 목포지청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대검 반부패부장(과거 중수부장에 해당),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까지 지내며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다. 당시 해경 수사를 담당했던 윤대진은 윤석열의 측근으로, 현재 수원지검장이다. 이성윤과 윤대진 모두 노무현 정부 때 문재인 민정수석 하에서 일했었다.

윤석열이 임명한 특수단 단장 임관혁은 우병우 하에서 오랫동안 평검사로 일했고,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비선 실세 감찰 보고서(일명 ‘정윤회 문건’) 수사에서 문서 내용이 아니라 유출만을 문제 삼았었다.

이제 세월호 참사 해결은 문재인 정부의 배신 목록 중 대표적인 하나가 되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유가족들은 여전히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한다.

지난해 민주당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사참위 조사 대상에서 삭제시키는 사참위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얼마 뒤 법원은 살균제 기업 SK케미칼과 애경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부·여당은 기업주들이 책임을 지게 하려고 입법 청원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누더기로 통과시켰다.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 행보는 생명·안전 중시와 병행될 수 없다. 그리고 문재인의 위선적 개혁에 기대는 것이 참사 방지와 진상 규명 등의 해법이 아니라는 사실도 다시금 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