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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바라지 않았을 이재용 구속

이 기사를 읽기 전에 “문재인 신년 기자회견: 계속 좌우 줄타기하면서도 기업 살리기로 사실상 기울다”를 읽으시오.

1월 18일 오전 문재인은 재벌 개혁(“공정 경제”)이 거의 완료됐다고 말했는데, 오후에 삼성그룹 총수 이재용이 뇌물죄로 법정구속 됐다.

다음 날, 이재용에게 코로나19 백신 구입을 위한 정부 특사 자격을 줘서 미국에 보내려던 정부 계획이 알려졌다. 문재인은 이재용에게 죗값을 치르게 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참고 기사: 삼성 이재용 구하기에 나선 권력자들)

이재용은 최소한의 경제적·법적 책임도 지지 않고 막대한 부와 권력을 승계하려다가 단죄를 받은 것이다. 불법 승계를 위해 뇌물을 뿌리고 증거를 인멸하는 불법을 저질렀다. 청와대는 이 판결에 침묵했다.

문재인 정부가 향후 국가적 산업으로 지원·육성하겠다는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이재용의 삼성도 투자를 계속 늘려 왔다. 그러므로 이재용이 백신 구매를 위해 해외 유수의 제약 기업을 방문하려 했던 것에는 더 본질적인 이해관계가 있었을 것이다.

정부와 이재용의 유착을 단독 보도한 〈한국경제〉는 이재용에 동정적이고 그의 구속에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해, 정부에 조기 사면을 압박하려고 의도했을 것이다. 〈한국경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사실상의 기관지이고, 전경련은 재계가 정치권력자들과 소통하고 유착할 때 전통적으로 이용해 온 단체다. 전경련이 박근혜와 유착해 우파 집회에 자금을 지원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론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벤처기업협회, 협성회(삼성그룹 협력사 협의회) 등 재계 전반이 이재용 구속에 반발했다. 이들은 재판 전부터 실형을 면해 달라고 재판부에 탄원을 했다. ‘법보다 경제가 먼저’라는 것이다.

법보다 경제

자본가들은 틈만 나면 법질서를 강조하고, 노골적인 반민주적 말투로 “떼법 근절”을 떠들어 왔다. 그러나 자신들은 법치에서 예외이길 늘 바란다. 산업 재해와 끔찍한 참사들에 대해 자신들이 져야 할 법적 책임(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외면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노동 착취는 일차적으로 경제적 강제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지 주로 법으로 강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법보다 경제가 우선이라는 그들의 논리는 자본주의 질서를 노골적으로 확인하는 셈이다.

사실 일상적으로는 재계의 거물들은 잘 구속되지 않는다. 삼성의 불법 행위가 숱하게 발각됐지만, 삼성 총수 3대 중 구속 수감자는 이재용이 처음이다.

이재용 구속 실형 판결은 대중을 달래려고 박근혜 파면과 구속, 그리고 이명박 구속을 허용한 사법부에게는 또다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특히, 이재용의 뇌물을 받은 박근혜에게 총 22년 형을 선고하고는 이재용은 (형량은 적게 주더라도) 구속 실형 없이 풀어주기가 곤란했을 것이다.(게다가 이재용이 이명박에게 불법 자금을 지원했다는 혐의도 있다.)

대법원은 이재용을 풀어 준 2심 결과에 대해 처벌이 미약하다는 취지로 파기환송을 했는데, 이렇게 새 재판부를 압박한 것은 사법 농단 이후 추락한 사법부의 위상을 (그런 최소한의 일관성을 통해서) 되돌리려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요컨대 법원은 명분과 위상 회복 필요성과 재벌 배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박근혜·이명박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라며 거절하고 법원이 이재용을 구속한 것은, 지배계급이 무엇을 걱정하고 의식하는지 보여 준다. 문재인의 개혁 배신이 자동으로 우파에게 흡수되지 않고 있고, 전임 우파 정부들(특히 박근혜 정부)의 부패와 악행들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이다.

문재인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은 모호한 말을 한 것은 문제의 모순을 보여 준다.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 … 사면을 통해서 국민통합을 이루자는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 [그] 대전제는 국민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재계는 문재인에게 이재용 사면을 요구할 것이다. 문재인이 이를 전면 거부하기는 어렵겠지만, 감형 수준일지라도 사면을 실행하는 것은 대중의 분노와 환멸을 다시 촉발할 것이다.

이 기사를 읽은 후에 “삼성 이재용 구하기에 나선 권력자들”을 읽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