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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학생인권종합계획:
성소수자 혐오 부추기며 또다시 반대에 나선 우파들

“교실에도 성소수자 있다” 2017년 퀴어퍼레이드 행진 ⓒ이미진

서울시교육청이 내달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2021~2023)을 발표할 예정이다. 학생인권종합계획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 근거해 3년마다 수립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의견 수렴을 위해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안)을 지난해 12월에 공개했고 1월 26일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그런데 보수 개신교 중심의 일부 우파 단체들이 반대 운동에 나섰다.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안)에 포함된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교육 강화”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및 성평등 교육 환경조성”이 ‘동성애와 좌파 사상 의무 교육’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여러 차례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퇴를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 웹사이트에 반대 청원을 올려 3만 명 넘게 서명했고, 26일 온라인 토론회에 대거 들어와 온갖 동성애 혐오와 욕설로 채팅창을 도배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그랬듯, 우파들의 주장은 동성애 혐오에 기반한 비약과 거짓말로 가득차 있다. ‘성소수자 인권교육’과 ‘성평등 교육’이 동성애를 부추겨 에이즈를 확산시킨다든지, ‘민주시민교육’은 곧 ‘북한 정권 찬양’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우파들의 악다구니는 이미 힘든 상황에 놓인 성소수자 청소년을 더욱 벼랑으로 내모는 짓이다.

학교에서 성소수자 학생들은 심각한 어려움을 종종 겪는다. 2018년 5월에 한 여고생이 동성 친구와 교제한다는 소문이 학교에 퍼져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그가 남긴 일기에는 제대로 된 도움을 얻을 수 없었던 절망과 좌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2014) 결과를 보면, 청소년 성소수자 응답자 92퍼센트가 다른 학생한테서 혐오 발언을 들었고, 54퍼센트가 따돌림이나 모욕,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2013년 서울시청소년성문화연구조사는 청소년 성소수자 중 47.4퍼센트가 괴롭힘 등으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우파들의 진정한 관심사 중 하나는 내년에 있을 교육감 선거다. 또다시 동성애 쟁점 등으로 우파를 결집해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1월 14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학생인권종합계획 반대 기자회견을 연 ‘국민희망교육연대’는 교육감 선거를 대비해 결성된 우파 단체다.

서울시교육청은 후퇴 없이 학생인권종합계획을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 이미 조희연 교육감의 서울시교육청은 1기 학생인권종합계획(2018~2020년)을 수립할 때도 소수자 보호 대책과 관련해 ‘성소수자’라는 표현을 썼다가 우파의 반발에 후퇴해 삭제한 바 있다.

학생 인권 문제만이 아니라, 지난 8년 간 조희연 교육감은 여러 쟁점에서 후퇴와 동요를 거듭했다. 만약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종합계획에서도 후퇴한다면 ‘진보’ 교육감의 교육청이라는 명함은 더 무색해질 것이다.

이번 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안)은 교육 공공기관에서 성소수자 보호를 명시한 상징성이 있다. 그러나 그 수준을 넘어 정말로 고통받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조건을 개선하려면 더 실질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성소수자 인권 교육은 물론, 학교에 전문성 있는 상담 인력을 충분히 늘리고, 취약한 조건에 놓인 학생들에게 교사가 충분히 관심을 줄 수 있도록 교육 인력도 많이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