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그린뉴딜, 2050년까지 탄소 중립 선언 등을 하며 친환경 이미지를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정부의 인기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언론 플레이를 강화했다. 이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중적 우려가 큰 상황에서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온건 NGO와 진보진영 지도자들 중 일부를 정부 지지로 묶어 두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포장과는 다르게 실제 정부의 대처는 알맹이 없다는 것이 거듭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봐도 알 수 있다.(관련 기사: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 기후 위기 ‘골든타임’(2030년까지) 허비하겠다는 계획’, 〈노동자 연대〉 350호)

요란한 홍보와는 달리 알맹이 없는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을 보며 실망이 커져 왔다 ⓒ출처 청와대

정부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30기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을 30년으로 보장해 주는 보수적인 기준에 따라 자연적으로 폐쇄되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이 중에 10기는 이미 폐지하기로 했던 발전소들로 이번에 20기를 더했을 뿐이다. 여러 과학자들은 기후 위기에 대처하려면 적어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부는 그럴 의지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석탄화력발전소는 지금도 7기가 건설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내년까지도 석탄화력 발전설비 용량은 늘어날 것이다(2020년 35.8GW에서 22년 38.3GW). 문재인 이후 대통령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이 정책이 고스란히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에 따르더라도 석탄 발전설비 용량은 2034년에 지금보다 6.8GW 줄어드는 데 그쳐 29GW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기껏해야 2016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한국의 석탄화력 발전설비는 2013~2017년에 50퍼센트나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석탄화력발전 설비용량은 늘어 왔다

물론 정부는 석탄 발전소의 가동을 제한해 석탄화력 발전량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이에 따르더라도 2019년 석탄 발전량이 210TWh였던 데 비해 2030년 185TWh로 줄어드는 데 그칠 뿐이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는 이조차 실현될지 불확실하다며 2030년에 212TWh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정부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에 석탄화력발전소 수출도 계속하고 있다. 여러 환경단체들과 진보진영의 단체들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기존의 것을 폐쇄하고, 수출도 중단하라고 요구해 온 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에서 태양력과 풍력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중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홍보했다. 정부는 2034년 전기 생산량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6퍼센트 가량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는 여전히 70퍼센트 가량은 석탄, LNG와 같은 화석연료와 핵발전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LNG 발전 설비 용량은 2020년 41.3GW(37.4퍼센트)에서 2034년 59.1GW(47.3퍼센트)로 늘어난다. 그러나 이는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또 다른 화석연료로 대체하겠다는 미봉책일 뿐이다.

시장 원리

이처럼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속도가 느린 이유는 정부가 시장의 이윤 논리에 타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YTN은 정부와 민주당이 이미 허가가 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시키는 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그 내용은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이거나 운영 중인 민간 발전사업자들의 손실을 보전해 줄 수 있는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포스코, SK, 두산중공업 등 이제까지 석탄화력발전으로 큰돈을 벌어 오며 기후 위기 악화에 일조해 온 기업주들을 또다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정권 후반부로 접어든 상황에서 법안 통과와 기업들과의 협상을 거쳐서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겠다는 말이 과연 실질적일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재생가능 에너지도 관련 기업들을 육성하고, 시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이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것이 전력 민영화이다.

이번 계획에서 정부는 “신재생발전사업자와 소비자간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계약”해서 전력을 거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제까지는 민간 기업들이 전력 생산에는 참가할 수 있었지만 송전과 배전은 한전이 담당해 왔다. 그런데 이 영역에서도 민영화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전의 발전공기업에 대한 보조를 폐지해서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방향도 표명했다.

그러나 시장 원리에 기반한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는 기후 위기 대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도 이윤을 얻으려고 생태적 가치가 큰 숲을 없애고 산을 깎아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이런 방식이 서민들에게는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전력 산업 노동자들에게는 이윤을 위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라는 공격 강화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정부는 전기세 인상을 부를 전기요금 개편안을 올해부터 시행했다. 이에 따라 기후 위기 비용을 포함시켜 전기료를 인상시키는 것이 더욱 수월하게 됐다.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삭감해 많은 가구의 전기료가 인상될 예정이다.(관련 기사: ‘이 시국에 전기요금 인상!: 부채와 기후 위기 비용을 서민에게 전가 말라’, 〈노동자 연대〉 349호)

한편 이번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탈원전”을 표방한 정부 정책의 한계도 볼 수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하더라도 여전히 2034년에 핵발전은 전체 전기 생산량의 25퍼센트를 차지할 것이다. 2019년에 25.9퍼센트였으니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핵발전 설비 용량은 2034년 19.4GW로 현재 23.3GW보다 조금 줄어들 전망이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2011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탈원전’ 정부였다는 뜻일까? 이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격하고 있는 우파들의 주장이 얼마나 호들갑스러운 것인지도 보여 준다.

이처럼 요란한 홍보와는 달리 알맹이가 없는 기후 위기 대처를 보고 정부에 대한 실망과 반감이 커져 왔다. 

진정으로 기후 위기에 맞서려면 위선적인 정부에 맞서고 이윤 중심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강력한 투쟁이 발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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