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2월 4일에 25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서울 32만 호를 포함해 전국 83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공공 주도”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지만, 서민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찾아볼 수 없다.

정부는 이번에 공급하는 아파트의 75~80퍼센트를 민간에 분양할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직접 도심 역세권 등의 재개발과 재건축을 추진해, 사업 기간을 평균 13년에서 5년 이내로 크게 단축시켜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참여를 높이기 위해 용적률 상향과 도시·건축 규제 완화, 토지 소유자들에게 높은 수익률 보장(기존 대비 10~30퍼센트포인트 높은 수익률) 등을 해 주겠다고 한다.

이와 같은 대책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곳은 건설기업들, 그리고 재개발 이익을 노리는 토지 소유주들과 투기꾼들일 것이다.

정부는 민간의 수익성을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기 때문에 비싼 아파트 분양가는 유지될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아파트 분양가 원가 공개라는 매우 기본적인 정책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

시장주의자들은 주택 공급을 늘려서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방식은 치솟는 집값을 잡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왔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8·4 대책에서 수도권에 주택 127만 호 공급안을 발표했고, 11·19 대책에서 전국 11만 4000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공급 대책들이 발표될 때마다 집값은 더욱 치솟았다. 현재 금리가 낮고 시중의 유동 자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주택 시장이 투기판이 돼 있기 때문이다. 시장 중심의 공급 확대 방안은 재개발 지역들의 투기 수요를 자극하며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친시장적 공급 확대 정책 속에서 다수 노동자와 서민은 더욱 고통이 커질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붐 속에 세입자들이 그나마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지역이 사라지고, 가난한 서민들은 더 외곽으로 내쫓기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 용산참사와 같은 철거민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진정으로 집값을 잡고, 노동자·서민의 주택난을 해결하려면 종부세를 올리는 등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 값싼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의 이윤 논리를 우선하는 문재인 정부는 이런 진정한 대책을 시행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더욱 오른쪽으로 기우는 상황에서 우파들은 민간 건설 시장에서도 규제를 더욱 완화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의 친시장 정책이 우파들의 기를 더욱 키우는 것이다.

진정으로 노동자·서민의 주택난을 해결하려면 정부에 맞서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할 투쟁이 성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