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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첨예해진 미·중 갈등 속에서 바라본 미얀마 쿠데타

[ ]안의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동자 연대〉 편집부가 넣은 것이다.

바이든과 함께 백악관으로 돌아온 신자유주의적 제국주의자들은 4년 전 버락 오바마와 같이 백악관을 떠날 때보다 훨씬 더 복잡해진 세계에 직면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날 중국이 강수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취임 사흘 후에는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온] 중국의 H-6 전략폭격기들이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 모의 훈련을 하는 교신 내용이 포착됐다. 당시 루스벨트함은 대만해협에서 남중국해로 항해하던 중이었다. 이곳은 중국이 자신의 영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부정하는 곳이다.

오바마는 대통령이 됐을 때 미·러 관계를 “리셋”하려 했다. 반면,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리셋”에 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신임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중국 대외 정책을 담당하는 최고 관료인 양제츠와 첫 통화를 하면서 중국에게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성을 위협하고 … 규칙에 근거한 국제 체계를 무시하는 데에 대한 책임”을 바이든이 물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자신도 중국에게 미국과의 “극심한 경쟁”을 각오하라고 말한다.

블링컨은 중국이 미얀마 쿠데타를 규탄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까지 중국은 군부의 권력 찬탈에 비난을 일절 삼가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 〈신화통신〉은 다소 어처구니없게도 이 사태를 “대규모 개각”으로 일컬었다.

그러나 미얀마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까다로운 쟁점이다. 지난 미얀마 군사 정권 때 서방은 아웅산 수치와 민족민주동맹(NLD)을 지원했고 중국은 군부에게 중요한 경제적 지원을 했다.

그러나 한때 세계 자유주의자들의 영웅이었던 아웅산 수치의 명성은 이제 금이 갔다. (군 장성들이 2015년에 민족민주동맹의 집권을 용인한 이후) 군부가 무슬림인 로힝야족을 잔혹하게 몰아낸 것을 옹호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중요성

한편, 군부는 중국에 대한 의존을 달가워했던 적이 없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많은 장성들은 공산주의 반군과 전투를 벌이며 경력을 쌓았다. 이 반군들은 중국으로부터 은밀하지만 후한 자금 지원을 받았다. 소수민족 반군은 이제 더는 그 시절 ‘사회주의 혈맹’이 아니지만, 소수민족 무장 단체 고위 인사에 따르면 아직도 중국에게서 무기와 전술 지원을 받는다.”

미얀마 군부가 민족민주동맹과 타협하려 했던 이유 하나는 경제 자유화를 추진해 중국에 덜 얽매이려는 것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중국은 여전히 미얀마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2020년에 미얀마에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는 싱가포르였다. 일본·남한·태국도 미얀마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덕분에 미얀마는 수십 년간의 군부 독재 시절보다 훨씬 덜 고립돼 있다.”

중국은 아웅산 수치와 관계를 쌓으려고 막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미얀마 민정 지도자로서 수치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중국을 많이 방문했다. 독립 정치 분석가 리처드 호시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민족민주동맹 정부가 들어서서 중국에 우호적이고 긍정적 태도를 취한 데에 매우 흡족해 했습니다. 중국은 군부가 중국을 훨씬 의심스러워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관심이 덜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군부 쿠데타는] 중국에게는 그다지 신나는 일이 아닌 것입니다.”

그래도 미얀마의 지리·전략적 위치 때문에 중국은 새 정권을 편들 것이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2020년 1월 미얀마를 방문해 여러 협정에 서명했다. 그중에는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도로와 철로를 준설하는 계획들도 포함돼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인도양 접근성을 키우려는 목적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에게 더 골치 아픈 점은 전임자 도널드 트럼프가 밀어붙인 “중국과의 ‘디커플링’[ 나라의 경제가 인접 국가나 세계의 경제 흐름과는 달리 독자적인 경제 흐름을 보이는 현상] 완수”가 완전히 실패한 듯 보인다는 것이다. 투자 고문인 니콜라스 보스트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대(對)중국 투자를 줄이려 집요하게 노력했는데도,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투자자들의 중국 증권 자산 보유량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미국의 데이터 분석 기업 로디움그룹에 따르면, 2020년 말 미국 투자자들은 중국 기업이 발행한 금융자산 약 1조 1000억 달러[약 1225조 원]를 보유했다. 한편, 감염병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2020년에 해외직접투자(FDI)를 약 1630억 달러[약 181조 원] 유치했다. 대미 해외직접투자 1340억 달러[약 150조 원]를 앞지른 것이다. 이로써 중국은 처음으로 해외직접투자 최대 유치국이 됐다. 미국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에게 “극심한 경쟁”을 각오하라고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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