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김정은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을 만나 코로나 전담병원의 실태를 들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 전담병원 인력(정원) 충원 등을 요구하며 매일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김정은 지부장은 간호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입원 환자가 좀 줄었나요?

3차 대유행 때는 입원 환자가 190~200명까지 늘었는데 지금은 환자가 많이 줄긴 했어요. 환자 수가 꾸준하지 않고 갑자기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게 더 힘든 측면이 있어요. 입·퇴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거든요. 업무 강도가 일정하면 좋은데 환자 수가 크게 늘었다가 줄기를 반복하면 그만큼 적응하기도 힘이 들어요.

코로나 전담병원이 되고 방호복을 입고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처음 확산이 일어났던 대구·경북에서는 병원 내에서 청결 구역과 오염구역을 나눌 수가 없으니까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내내 입고 일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혀서 구역이 구별돼 있고 휴식 공간도 따로 마련되고 있어서 온종일 입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환자 수가 늘어나면 방호복을 입고 있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는데요. 입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름에는 입자마자 땀이 줄줄 흐르고 30분만 지나면 숨이 턱턱 막힙니다. 마스크에 습기가 차서 숨쉬기는 더 힘들어지고 고글에도 뿌옇게 습기가 차서 앞도 잘 보이지 않죠. 환기장치가 달린 방호복도 있는데, 그건 너무 비싸고 수량도 적어서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오래 봐야 하는 특별한 경우에만 입을 수 있어요. 그리고 입는 데 시간도 오래 걸려서 응급상황처럼 빨리 투입돼야 하는 경우에는 그걸 입을 시간도 없고요.

그래서 일반 방호복을 입고 일하다 보면 어지럽기도 하고 구토도 나오고요. 흉통이 생겼다는 일도 있고 쓰러지는 사람도 여럿 있어요. 한 신규 간호사는 방호복을 입고 들어갈 때마다 어지러워서 휘청거리다가 도저히 이 일이 안 맞는 것 같다며 퇴사하기도 했어요.

청와대 앞에서 농성 중인 김정은 지부장(오른쪽) ⓒ장호종

전담병원으로 전환된 이후에 인력은 충원이 됐나요?

전담병원으로 전환됐다고 인력이 더 늘지는 않았어요. 공공기관들은 정원이 정해져 있어서 아무리 지금 인력이 필요하다고 해도 우리 마음대로 정원을 늘릴 수가 없어요.

지방 공공병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간호사가 부족해서 20퍼센트 이상 못 뽑았다고도 해요. 정원도 못 채우는 거죠. 우리는 그나마 서울이어서 지방보다는 낫지만 문제는 그 정원을 채우고 있던 경력 간호사들이 나가고 신규 간호사들로 채워졌다는 거예요.

병원은 시스템이 다 천차만별이고 사람 생명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교육훈련을 마치고 인수인계 받아서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이 신규 교육 훈련 기간을 최소 3개월은 잡고 가르치라고 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우리 나라 병원 여건상 3개월은 사치라고 말할 만큼 어려운 실정이에요. 왜냐하면 이 교육 훈련 기간 동안 오롯이 신규를 교육할 인력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니깐 기존의 경력 간호사들이 자기 환자 보면서 신규 교육까지 맡아서 해야 하는 거죠. 작은 실수 하나로도 환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으니까 신규 간호사가 하는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눈에 불을 켜고 계속 지켜봐야 하고요. 그러다 보니 경력 간호사들에게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소진된 간호사들은 사직을 하게 되고 이런 악순환이 무한 반복인 거죠.

충원이 되었냐고 물으셨는데 정원은 그대로인데 절반이 신규 간호사예요.

간호사뿐 아니라 의사도 부족해요. 우리 병원만 보면 감염내과 의사는 없고요. 호흡기내과 의사도 한 명뿐이에요.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 본인의 전문분야가 아닌 전문의들이 코로나 환자를 봐야 하니 사실상 어려움이 많겠죠? 우리 병원만 그럴까요? 많은 병원들이 다 이런 수준입니다. 병상 숫자처럼 인력도 숫자만 차지하고 있는 거예요.

전담병원이 된 이후 굉장히 많은 새로운 업무들이 주어졌습니다. 생활치료센터에도 파견을 나가야 하고요. 선별진료, 선제검사까지 추가됐고요. 타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그 병원에 입원해 있던 밀접접촉자들도 돌봐야 하고요. 최근 들어 요양병원, 투석 전문 병원들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곤 했는데요. 그런 곳에도 파견 갑니다. 이런 곳들은 대부분 감염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공간이에요. 그러면 방호복을 입고 하루종일 있어야 하는데 쉴 곳도 먹을 곳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죠. 그저 개인에게 조심하라는 말밖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안전한 환경 제공과 충분한 대우가 우선인데 그에 대한 대책은 없어요. 타 병원에 파견 나가는 것도 병원이 감당해야 하는 문제일까요?

그리고 앞으로 백신이 나오면 접종을 해야 할 텐데 이것도 현재 인력으로 하라고 할 것 같아요. 새로운 업무들은 계속해서 추가될 것이고 결국 이런 것들이 모여서 사직으로 이어지겠죠?

저는 환자와 직원이 안전한 병원이 되려면 무조건 경력 간호사들을 놓치지 않고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려면 처우를 개선하고 정원을 늘려서 경력 간호사들의 부담을 줄여 줘야 해요. 그런데 정부는 파견 인력을 보내 놓고 인력을 줬다고 하는 거죠.

파견 인력은 큰 도움이 안 되나요?

파견 간호사들은 정부와 대한간호협회가 직접 뽑아서 파견 인력 풀을 갖고 필요한 곳에 몇 명씩 보내주는 거죠. 그런데 정부가 이 분들을 3~4주 단위로 계약을 해요. 끝나고 나면 다른 데로 가는 형식이라고 해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병원마다 시스템이 달라서 그걸 배우고 익히는 데만도 시간이 한참 걸리는데 3주 뒤에 떠날 사람한테 그걸 가르칠 시간도 의욕도 안 생기는 거예요. 그냥 내가 해 버리고 말죠. 그러니까 조금 쉽고 부수적인 일을 시키게 되고요. 파견돼서 오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자기들한테 귀찮은 일만 맡긴다고 불만을 느끼게 되는 거죠. 그럴수록 파견 인력과 원래 병원에 있던 분들 사이에 대립이 생기고요.

또, 정부가 파견 인력을 모집하려고 보니까 간호사나 의사는 필요하다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수당을 꽤 많이 줘야 했는데요. 현재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받는 임금의 두세 배쯤 돼요. 이 분들이 너무 많이 받는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동안 간호사들의 노동이 얼마나 저평가되고 있었는지가 드러난 거예요. 같은 업무를 하는데 당연히 박탈감 같은 게 들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더는 못 버티겠다 하고 그만두는 거예요. 우리 병원은 지난해 말에 스무 명 가까운 경력 간호사들이 사직했는데요. 그만둔 분 중 몇 분은 파견 인력에 자원해서 다른 병원에 나가고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공공병원에서 잘 일하던 경력 간호사들이 나가서 파견 인력으로 일한다? 이건 돌려막기 아닌가요?

그런데 정부는 1년 넘도록 이런 임시방편만 유지해 온 거예요. 필요한 인력 다 줬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말이에요. 이런 식으로 ‘어떻게 넘어가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이런 식으로 파견만 보내지 말고 정원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코로나가 언제까지 갈 줄 알고 인력을 늘렸다가 나중에 인력이 남으면 어쩔 거냐는 분들도 있던데요. 솔직히 간호사는 잉여 인력이 생길 수가 없어요. 기존 상태가 너무 열악하거든요. 그래서 사직률이 너무 높아요.

그리고 코로나가 끝나도 공공병원이 그동안 못 해 온 사업이 너무 많아요. 그런 데에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고 그러면 시민들에게도 더 도움이 되는 거죠. 지금이라도 정원을 늘리면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있고요.

인력을 얼마나 늘려야 하나요?

일단 지금은 가이드라인이나 좀 정확하게 인력 기준이나 업무 범위, 수당 같은 것들이 정해지면 좋겠어요.

전담병원이 되고 나서 병실에서 하는 일들이 대부분 간호사에게 넘어왔어요. 병실에 들어가려면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야 하는데, 어차피 들어가야 하는 간호사들이 방호복 입은 김에 이것도 저것도 하라는 거예요. 청소하시는 분들은 고령이라 감염 위험 업무에서 배제됐고 배식도 마찬가지예요. 응급검사도 넘어오고 동의서 서명도, 의사들이 해야 하는 일들도 급한 것 아니면 간호사들에게 맡겨져요. 이런저런 소소한 업무들이 간호사한테 과중이 되는 거죠.

게다가 환자들이 복도를 자유롭게 다니도록 둘 수도 없어요. 그러니까 거동이 자유로운 분들이라고 해도 그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소소한 일들까지 다 간호사들이 해야 하는 거예요. 심지어 감염 위험 때문에 정수기도 못 놓게 돼 있어서 물까지 가져다줘야 하고 요양이나 치매 환자들 같은 경우에는 전에는 간병인들이 해야 할 일들도 간호사에게 넘어오게 된 거죠. 전원해야 하는 중환자들이 타병원에도 병상이 부족해서 전원 가지 못하고 일반 병동에 있어야 했는데요. 그러면 그만큼 간호사들의 일이 또 증가하게 되는 거죠.

‘간호간병통합서비스’라고 있잖아요. 보호자 없는 병원이요. 이 경우에는 간호사 한 명당 환자 수를 경우에 따라 6~10명으로 제한해 놨어요. 그러지 않으면 환자에게 필요한 소소한 일까지 제대로 도와줄 수 없거든요. 거기에 간호보조인력 몇 명, 청소하시는 분들 몇 명 이렇게 정해져 있어요. 그것에 맞게 수당도 정해져 있고요. 또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자 수는 제한돼 있어요. 중증도가 너무 높거나 거동이 불편하면 이 정도 인력으로는 유지할 수가 없거든요. 당연히 감염병 환자는 안 되고요.

그러니까 지금 코로나 상황에서는 간호사들이 해야 하는 일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거예요. 치매나 요양, 중증 환자도 많고요. 현실적으로는 인력이 두세 배 이상 늘어야 한다고 봐요.

당연히 급한 상황에서는 파견 인력도 활용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러나 두세 달도 아니고 1년 넘게 장기적으로 이렇게 하고 있는 건 정부가 정책을 잘못 하고 있는 거예요. 게다가 올해에도 계속 임시방편만으로 버티라고 할 수는 없는 거예요. 정부의 관점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해요.

그동안 제대로 제공되지 않던 공공의료 서비스나 취약계층 보호 등을 생각하면 이 기회에 이 나라 의료체계가 근본에서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봐요.

코로나가 끝나면 당장 공공병원들의 재정 문제가 생길 거예요. 시설도 다 바꿔야 하고 아무래도 환자도 좀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요. 따라서 이런 건 정부가 재정을 충분히 지원해야만 유지가 가능해요. 그러려면 공공의료를 중심으로 시스템 전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봐요.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재정 부족하다고 또 노동자들만 쥐어짜려고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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