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거주하는 2백만 조선족들은 지금 거대한 인구이동의 물결 한가운데 있다. 이와 같은 대이동은 중국정부의 시장개혁과 소수민족정책이 낳은 결과이다.

중국의 조선족은 대부분 동북 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 성)에서 주로 벼농사를 지으면서 민족 언어·문화를 지켜 왔다.

하지만 ‘개혁개방’(시장개혁) 이후 국내 이동이 전보다 자유로워지고, ‘생산비용은 많이 들고 농작물은 싸게 팔리는’ 등 농촌 경제가 어려워지자 조선족들은 대거 도시로 이동하게 됐다.

한편, 소수민족 지역에 한족을 이주시키는 정책으로 많은 한족들이 조선족 거주지로 밀려들어옴에 따라 조선족들은 경제·정치면에서 더욱 소외됐다.

연변자치주의 조선족 인구 비율은 1953년 60.2퍼센트에서 2000년 38.4퍼센트로 뚝 떨어졌고 행정요직에서 한족 간부의 비율이 점점 높아졌다.

1998년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취업인구 통계를 보면 조선족이 32퍼센트, 한족이 65퍼센트를 차지한다. 조선족의 취업률은 38.9퍼센트인 반면, 한족은 58.2퍼센트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연변자치주의 텔레비전방송도 조선말로 하는 프로그램은 30퍼센트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모두 중국어로 방송하도록 바뀌”는가 하면, 조선족 신문이나 출판 등에 대한 지원도 대폭 삭감됐다. (《연변과 조선족》, 김상철·장재혁)

이미 전체 조선족 농촌 노동력인구의 3분의 1가량이 도시로 떠났다. 더 멀리는 한국이나 러시아·일본 등지로 이동하기도 했는데, 특히 노동이나 혼인을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조선족들이 15만 명을 넘는다(2002년 6월 1일 법무부 발표). 

중국 정부는 조선족에게 ‘자치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조선족들이 정치와 경제에서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치단체의 결정은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자치단체 내에서도 항상 당조직의 통제가 우위에 있다.

지난 7월 일방적 통보에 의해 백두산관할권이 연변자치주에서 지린성으로 넘어간 사건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994년 조선족을 티베트·위구르·몽고 족과 함께 “중국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네 개 민족”으로 규정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시장개혁으로 지역간 경제격차가 커지고 사회체제가 이완되자 이를 통제하려 한다. 조선족들은 모국인 한반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한국과 빈번한 접촉을 하는 데다 탈북자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2년부터 연변에서 이른바 ‘3관 교양사업(올바른 국가관·민족관·역사관)’처럼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운동을 벌이는 등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