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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주의자 초청 토론:
바이든, 트럼프보다 얼마나 나을까

이 글은 2월 20일에 열린 노동자연대 주최 온라인 토론회 ‘바이든, 트럼프보다 얼마나 나을까?(영상 보기)’에서 야니스 델라톨라스가 한 발표와 정리 발언을 기사로 옮긴 것이다. 야니스 델라톨라스는 미국의 혁명적 사회주의 단체 ‘마르크스21’ 회원으로, 현재 뉴욕시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이 토론회를 통역한 천경록은 전문 통역자이자 노동자연대 회원이다. [  ] 안의 말은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편집부가 덧붙인 것이다.

반갑습니다. 노동자연대의 모임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그리스 출신인데, 10대 때 아테네에서 〈노동자 연대〉라는 신문을 판매하는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리스 단체[노동자연대의 자매 단체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의 신문 제호가 〈노동자 연대〉입니다.

먼저, 바이든 정부를 맥락 속에서 살펴볼 것입니다. 바이든이 어떻게 집권했는지, 트럼프 하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입니다. 그 후, 신자유주의 중도와 민주당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의 일부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뉴욕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 집회에서 연설하는 야니스 델라톨라스 ⓒ출처 Christian Jacobson

한동안 미국에서 사회주의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는 버니 샌더스 돌풍과 샌더스 선거운동을 수백만 청년이 열렬히 지지한 것, 또 미국민주사회당(DSA)이 이제 9만 명 규모로 성장해 1960년대 이래로 미국에서 가장 큰 좌파 단체가 된 데서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사회주의가 인기를 끄는 것은, 냉전 시기의 정치 구도가 역전된 것입니다. 오늘날 청년 50퍼센트 이상이 사회주의를 지지한다고 응답하고, 전체 인구의 약 40퍼센트가 모종의 ‘사회주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응답합니다.

이는 신자유주의와 미국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크게 심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임금은 낮고 실업률은 높으며, 대학 졸업장이 있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그나마의 일자리도 임금과 노동 조건이 형편없습니다. 교육 시장화 때문에 학생들은 막대한 빚에 시달립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팬데믹 이전에도 미국인 4200만 명이 의료보험이 없었습니다. 팬데믹 때문에, 실업 증대 때문에 그 수는 이전보다 훨씬 늘었을 것입니다.

트럼프 하의 정치 양극화, 코로나19,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항쟁, 파시스트 위협의 등장 등을 보면, 신자유주의 중도의 위기는 오바마 시대부터 시작됐고, 트럼프 집권 후에는 다름 아닌 백악관에서 인종차별적 정책이 나온 것 때문에 극우 반동이 더욱 강화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애초에 인종차별적 공격은 오바마 자신을 향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흑인인 데에 불만을 품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우겼습니다. 그것이 이후 인종차별적인 ‘티파티’ 운동으로 발전했고, 이 운동이 트럼프 하에서 성장해 오늘날 목도하는 극우 운동으로 발전했습니다.

트럼프 정권을 거치면서 극우·파시스트 운동이 조직력과 힘을 키웠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앞서 말씀드렸듯 민주사회당의 성장, 버니 샌더스 돌풍, 사회주의 인기 상승 같은 일들도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좌우 모두로 양극화가 있는 것입니다.

팬데믹이 시작된 후, 정부의 대응 부족을 규탄하며 먼저 교사들이, 그 다음으로 간호사들이 투쟁에 나섰습니다. 뉴욕 간호사들은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구(PPE)를 요구하며 팻말 시위를 했고, 뉴욕 교사들은 투쟁으로 뉴욕시 시장에 휴교령을 강제했습니다.

팬데믹에 대한 정부의 대응 미비로 미국 전역에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바로 흑인·라틴계 노동자들이 ─ 이들은 ‘필수 업무’에 종사하지만 대개 미등록 이민자들입니다 ─ 바이러스에 불비례하게 많이 희생됐다는 것입니다. 인종차별과 경제적 불평등이 큰 구실을 했습니다. 예컨대 흑인은 코로나19 사망률이 백인보다 두 배 이상 높았습니다.

ⓒ그래픽 나유정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이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의 동력이 됐습니다. 이 운동은 경찰의 조지 플로이드 살해 후 미국의 모든 주(州)에서 분출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이 운동은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남부 주(州)들에서도 크게 벌어졌습니다. 이후에는 전 세계에서 연대 운동이 벌어졌죠.

트럼프는 자기 정치적 기반을 단속하고자 인종차별을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안티파(Antifa)’ 운동이라고 공격했습니다. ‘안티파’는 반(反)파시즘 운동가들과 소수 극좌파들의 느슨한 연합체입니다. 트럼프는 ‘안티파’를 공격해서 사실상 좌파 전체를 공격하고, 인종차별적 극우를 지원한 것입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인종차별적 유물·동상·상징물 철거를 요구하며 싸울 때 트럼프는 이들을 ‘안티파’, 즉 좌파라고 공격했습니다.

트럼프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파괴하려고 연방 병력을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트럼프는 오리건주(州) 포틀랜드에 연방 병력을 파견했습니다. 포틀랜드에서는 지난 여름과 가을 사이에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가 강력하게 벌어졌는데, 이를 진압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포틀랜드에서 기반을 닦으려던 극우 ‘프라우드 보이스’를 지원하는 것이기도 했죠.

그 연방 병력이 몇몇 시위대를 불법 체포하면서, 그에 항의하는 운동이 거세게 벌어졌습니다. 결국 트럼프는 병력을 철수해야 했고, ‘프라우드 보이스’는 포틀랜드에서 기반을 닦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미국을 뒤흔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 ⓒ출처 Matthew Roth(플리커)

대선이 다가오면서, 트럼프는 자신이 팬데믹 대처에 완전히 실패한 것 때문에 패배하리라 예감했는지 대선이 사기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팬데믹 시기에 경제 재가동을 요구하며 시위한 극우를 고무했습니다. 이렇게 트럼프가 자기 기반을 단속하려 극우를 부추긴 것이 결국 올해 1월 파시스트 깡패들의 국회의사당 난입을 낳은 것입니다.

바이든

바이든은 대선에서 낙승해야 마땅했습니다. 결국 바이든이 약 8100만 표를, 트럼프가 약 7400만 표를 얻어 승리하긴 했습니다만, 선거 후 며칠 동안은 바이든이 이길지가 불투명했습니다.

이는 바이든의 대선 선거운동이 노동계급의 정서와 필요에 전혀 응답하지 못했기 때문이 크다고 봅니다. 예컨대 팬데믹 와중에 치르는 대선 선거운동에서,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는 전국민 단일의료보험(‘메디케어 포 올’)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바이든은 오바마 시절의 실패한 건강보험 정책 ‘오바마케어’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이윤을 우선시한 이 정책은 대형 보험사들의 배만 불렸고, 40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바이든·해리스는 운동이 요구한 개혁 조처들도 반대했습니다. 예컨대 바이든은 경찰 재정을 삭감해 복지로 돌리라는 요구를 강력하게 반대했고, 화석연료 체제를 소위 ‘녹색’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후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인 ‘그린 뉴딜’도 극구 반대했습니다. 많은 노동조합이 ‘그린 뉴딜’을 지지했는데 말입니다.

물론 트럼프 시대의 노골적인 인종차별, 성차별, 외국인 혐오에 비하면 바이든 정부가 신선한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카멀라 해리스가 그렇습니다. 해리스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고(여성으로서는 최고위직까지 오른 것입니다) 최초의 흑인 부통령, 아시아계 부통령이라고 찬사를 받습니다. 또 내각 구성이 인종·성·젠더 면에서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정책들은 오바마 시대 신자유주의의 재판입니다.

바이든의 국방장관 지명자인 퇴역 장성 로이드 오스틴은, 임명되면 미국 최초의 흑인 국방장관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오스틴은 이라크 전쟁을 이끈 지휘관이었습니다. 재무장관 지명자 재닛 옐런은, 임명되면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옐런은 골드만삭스·시티그룹·구글 같은 대기업들의 친구입니다. 이런 사례는 많습니다만, 더 들지는 않겠습니다.

바이든 내각 구성은 인종··젠더 면에서 다양하지만 이들의 정책은 신자유주의적이다 ⓒ출처 백악관

큰 그림을 보면, 바이든 정부가 오바마 시대의 신자유주의로 회귀하면 민주당 권력층과 미국 대기업들은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 모두가 바이든을 처음부터 아주 강력히 지지했죠. 하지만 수많은 대중에게는 끊임없는 고통이 더해지는 것뿐일 것입니다.

게다가, 바이든이 물려받은 미국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로 경제가 결코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데다 이번 팬데믹으로 더한층 커다란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러면서 부의 불평등은 더 심해졌습니다. 그 때문에, 바이든과 해리스의 정책이 사람들에게 전가할 고통도 더욱 클 것입니다.

기후 변화 문제를 봅시다. 바이든이 결국 파리 기후 협약에 복귀했습니다만, 파리 협약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에 크게 부족한 협약이라고 환경운동가들의 비판을 많이 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주에 텍사스주(州)에서 전례없이 혹독한 겨울 태풍이 한 주 동안 몰아쳤습니다. 우리는 기후 재앙, 아니 기후 대란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에도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산불이 두 달 동안 있었고, 그 전에는 호주에서 대화재가 있었죠. 파리 협약 복귀는, 인류의 생존이 걸린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결코 충분치 않습니다.

지정학적 상황과 미국 제국주의 문제를 보겠습니다. 트럼프는 고립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여러 조약에서 탈퇴하고 미국의 전통적 우방들과도 사이가 틀어졌습니다. 그에 비하면 바이든은 좀더 전통적인 미국 제국주의 모델로 복귀하려는 듯합니다. 바이든은 러시아와 중국을, 특히 중국을 더 많이 견제하려 할 것입니다.

트럼프는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습니다. TPP는 오바마 시절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려 추진한 대규모 무역 협정입니다. 그 공백을 메우려 들며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14개 나라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일본·한국·호주도 동참해 중국과 경제적 협력을 도모했습니다.

중동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미국은 시리아에서 이란·러시아에 밀려 영향력이 약화됐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이 거의 실패하고 탈레반이 사실상 국가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남중국해로 전함을 파견하던 때, 미군 폭격기가 페르시아만을 가로질러 비행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군을 위해 최근에 새 기지를 구축했고, 여기에 미군 병사들이 파견될 예정입니다.

이는 명백히 이란과의 갈등 때문입니다. 최근 바이든은 이란 경제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란인들이 제재 때문에, 특히 팬데믹 하에서 더욱더 크게 고통받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과제

미국 민주당은 대기업들을 위한 자본가 정당이기 때문에 결코 노동자들과 사회운동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습니다. 최근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서 봤듯 말입니다. 민주당은 운동이나 노동조합과의 협력보다 공화당과의 협력에 훨씬 관심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미국인과 미국의 혁명적 좌파들이 민주당과 단절하고, 그 대안으로 독립적 노동자 정당 건설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민주사회당의 전략이 아닙니다. 민주사회당은 민주당에 남자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에서 독립적 노동자 정당이 부상한다면 이는 계급투쟁 고양의 결과이지 한 줌 사회주의자들의 창당 선언 덕은 아닐 것임을 지적해야 합니다.

“인종차별주의는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정치 양극화 속에 트럼프의 무책임한 팬데믹 대응, 인종차별주의 활용, 불평등 심화에 대한 불만이 분출했다 ⓒ출처 Backbone Campaign(플리커)

발제 시간이 다 된 듯해, 간략히 정리하겠습니다.

혁명적 좌파들은 선거 정치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운동에 주목하고 운동을 건설하고 그 안에서 성장해야 합니다. 역사상 가장 반동적인 정부라던 트럼프 정부 하에서도 노동자들이 반격에 나섰고, 인종차별 반대 항쟁이 분출했고, 교사 파업들이 눈부신 승리를 거두는 등 많은 운동이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 사상 최초로 단단히 조직된 파시스트 운동이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혁명적 좌파들은 반자본주의 정당이 건설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파시스트들에 맞서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미국 좌파들이 직면한 도전입니다.

정리 발언

한 동지가 파시즘에 관해 적절한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지배계급이 혁명적 상황에 직면했을 때, 즉 노동계급 혁명이 진정한 위협일 때 파시즘을 구원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맞습니다. 그것이 파시즘의 역사적인 구실입니다. 1930년대 유럽에서 봤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1930년대와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 문제가 미국 지배계급이 파시즘을 실질적 해법으로 여긴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트럼프가 4년 동안 퍼뜨렸던 온갖 인종차별 때문에 미국에서 전에 없이 인종차별이 득세했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인종차별적 극우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파시즘이 계속 성장할 토양이 생기고, 인종차별이 미국 사회 전반에 점점 만연해졌습니다. 당장 파시스트들의 집권에 녹색불이 켜진 것은 아닙니다.

앞서 동지가 지적하신 것처럼, 현재 미국 국가에 파시즘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은 위기의 시대이고, 파시즘이 호소력을 얻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파시즘이 거리에서 흑인·이주민·성소수자·유대인·무슬림 등에 진정한 위험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지금의 실질적인 위험입니다.

유럽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노동자 혁명이 현실적 위협으로 부상해, 파시스트를 동원해 이를 분쇄해야 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예컨대 그리스를 보면, 파시스트 정당 황금새벽당이 원내에 진입했고, 이는 전 세계 파시스트들과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영감을 줬습니다. 극우 정당들이 추구할 모델이 된 것입니다. 독일에서도 파시스트들이 군대·경찰·보안기관에 침투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마린 르펜이 내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마크롱을 앞설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 국제사회주의경향(IST)은 일찌감치 극우와 파시즘에 맞설 공동전선 건설을 강조해 왔습니다. 파시즘이 실질적 위협이 되기 전에 그런 공동전선을 빨리 건설할수록 좋다고 말입니다.

물론 파시즘은 황금새벽당 부상 훨씬 이전부터 문제였습니다. 예컨대 영국에서는 국제사회주의경향이 주도해 [1970년대에] ‘반나치동맹’(ANL)을, 최근에는 ‘인종차별에 맞서 일어서자’를 건설했습니다. 이 단체들은 영국 노동당, 공산당, 노동조합들, 영국 노총 등이 참가하는 광범한 공동전선입니다. 이런 공동전선 덕에 영국에서는 파시즘의 성장을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안타깝게도 프랑스에는 소위 “장기적 목표”를 추구하는 다른 경향의 혁명적 좌파들이 ─ 저도 그들의 ‘자본주의 철폐’라는 목표에야 동감합니다만 ─ [공동전선을 구축하지 않아] 극우·파시즘이 준동할 공간을 열어 줬습니다. 이 때문에 마린 르펜이 프랑스에서 그토록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이죠.

이 때문에 우리 경향은 자매 단체가 있는 모든 나라에서 가능한 한 강력한 반(反)파시즘 공동전선을 구축하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우리는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좌파의 과제는, 파시즘에 맞선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동시에 노동계급의 힘을 강화하고 혁명적 좌파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노동계급 권력 문제는 좀더 장기적 목표이겠지만, 파시즘에 맞서 싸우는 것은 당면한 과제일 것입니다.

공동전선

‘오늘날 공동전선이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 하는 아주 좋은 질문도 있었습니다.

트로츠키가 1930년대에 공동전선에 관해 쓸 때, 트로츠키는 사실상 독일 공산당과 사민당의 단결을 촉구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정당은 매우 거대한 노동계급 정당이었습니다. 오늘날에는 그런 당이 없죠. 이 때문에 제4인터내셔널 경향 일부는 공동전선 전술이 오늘날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공동전선은 어떤 모습일까요? 급진 좌파의 과제는, 급진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인 형태의 공동전선을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에는 ‘안티파’가 있지만, ‘안티파’는 전문적인 반(反)파시즘 투사들의 소규모 단체이고 매우 전투적인 전술을 구사합니다.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광범한 인종차별 반대 단체가 필요합니다. 유대인 단체, 아랍인 단체, 성소수자 단체, 무엇보다 노동조합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로 그런 단체를 건설하는 것이 공동전선을 오늘날 실현 가능하게 적용하는 것입니다.

극우

미국의 성장하는 극우·파시스트 세력들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지난 1월 6일 의사당 난입을 보면서 그들이 어떤 자들인지 느끼셨을 것입니다. 상당수는 예전부터 존재했던 무장 단체들인데, ‘스리 퍼센터스’, ‘오스 키퍼스’ 등이 그런 단체입니다.

‘프라우드 보이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백인우월적이고 성차별적이며 낙태권에도 반대하는 파시스트 단체인데, 그간 미국 여러 도시에서 기반을 다지려 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시도는 성공적이지 못한데, 이들이 나타날 때마다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극우·파시즘의 위협은 실제로 있고,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1월, 반파시즘 저항 운동 건설의 필요성을 보여 준 미국 극우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 ⓒ출처 Tyler Merbler(플리커)

이에 더해, 공화당이 트럼프 하에서 겪은 변화도 살펴 봐야 합니다.

미국 대기업들과 대자본가들은 전통적으로 공화당·민주당 모두에 자금을 지원했는데, 자동차·석유 부문 등 전통적 대기업들은 양당에 거의 똑같은 액수의 후원을 해 왔습니다. 누가 당선하든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지킬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재선 선거운동 때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트럼프가 미국 자본주의에 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발제에서 말씀 드렸지만, 트럼프는 여러 협정에서 탈퇴하는 등 미국을 고립시켰습니다. 그 때문에 미국의 주요 경쟁자인 중국과 러시아가, 중동에서는 이란이 득을 봤습니다.

미국 자본가들은 단기적으로야 트럼프가 제공한 감세 혜택을 누렸습니다만, 장기적으로는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 자본주의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대기업들이 트럼프에서 완전히 등을 돌리고 바이든을 지지했던 것입니다. 이전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공화당의 미래를 점치기 이르지만, 제가 보기에는 공화당이 유럽의 극우 정당들과 비슷한 방향으로 변모하는 듯 보입니다. 예컨대 공화당 의원 중 147명이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투표했습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유권자 40퍼센트가 정치 폭력이 어떤 경우에는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나 오스트리아의 파시스트 정당 자유당(FPÖ)에서나 볼 법한 것입니다.

단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저는 공화당이 분열하지 않을 듯합니다. 미국 정치 자체가 양당 체제에 맞게 설계돼 있어서 제3당은 거의 힘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민 정책

바이든의 이민 정책에 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바이든은 오바마 시절 정책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런데 미국-멕시코 주요 국경 도시인 샌디에고·엘파소 등에 국경 장벽이 처음 생긴 것은 1990년대 민주당 빌 클린턴 정부 때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장벽 때문에 이주민들은 매우 뜨거운 사막을 가로질러 미국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최소 수만 명이 사막에서 죽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도 사막에서 탈수 등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유골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국경 지역에서 무장 집단들이 이주민들을 사살하는 것도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클린턴 정부 때부터 있던 일입니다. 당시 이민 정책 책임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클린턴은 이런 일들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이런 강도 높은 국경 통제 정책을 폈다고 합니다.

바이든이 트럼프 시절 이민 정책을 되돌려 ‘이주 아동 추방 유예 행정명령’(DACA)을 복원하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바이든이 부통령이던 오바마 정부 8년 동안 이민자 300만 명이 추방됐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민자 권익 활동가들은 오바마를 미 대통령의 별칭인 “최고 사령관”에 빗대 “최고 추방관”이라고 불렀습니다.

바이든이 트럼프의 악명 높은 국경 장벽을 더 짓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바이든이 국경 장벽을 없앨까요? 그러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이민자 강제 수용 정책도 오바마 정부 하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국경 장벽 건설, 이민자 가족 분리 수용 ─ 제네바 협정 위반입니다 ─ 등의 정책을 손쉽게 펼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현실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의 상태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바이든 당선 후 운동의 상당 부분이 민주당에 포섭됐습니다. 이는 차악론이 문제임을 보여 주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른바 “현실론”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몇 달 전 항쟁이 최고조일 때는 경찰 재정을 삭감하고 심지어 해체하는 요구가 분출하고, 실제로 몇몇 시의회에서 경찰 재정 지원 중단을 표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운동이 사그라들자, 이른바 “현실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부통령도 흑인이고, 사실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경찰 폭력에 잘 대처하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보면, 민주당 집권은 흑인을 위한 정의가 구현된 것이 아닙니다. 트럼프 이전 오바마 때도 흑인과 백인 사이의 임금 격차가 계속 커져 1960년대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흑인 대통령 하에서도 소위 “현실론”은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버니 샌더스의 바이든 지지는 변화 염원을 실망시켰다 ⓒ출처 Joe Biden

“현실론” 문제는 민주사회당에도 있습니다. 민주사회당이 민주당과 공식적으로 결별하지 않는 것도 “현실론” 탓이 큽니다.

버니 샌더스와 바이든의 관계, 그리고 그에 대해 좌파적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샌더스가 처음에 힐러리 클린턴을, 이번에 바이든을 지지할 때마다 사람들은 엄청나게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일부 좌파들이 말하는 “깨끗한 결별”*이 결국 이론일 뿐이고, 차악론에 밀려 실현되지 않을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깨끗한 결별” 주장대로라면, 샌더스가 두 차례 예비경선에서 엄청난 지지를 받았는데, 경선 패배 후에는 지지자들과 함께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이는 미국 선거 제도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실론”과 차악론의 문제 때문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혁명적 좌파들에게 제3당 건설 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영국 노동당 같은 정당을 미국에서 만들자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소수 혁명가들이 사회민주주의 정당 창당을 선언한다고 대중적 노동자 정당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계급투쟁이 벌어져야 하고, 노동조합이 강력해야 하고, 노동운동이 자본에 강력히 맞서야 합니다.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 ‘마르크스21’을 포함한 반자본주의 좌파들은 운동에서 영감을 받고 운동에 주목합니다. 지난해 인종차별 반대 항쟁이 좋은 사례입니다. 그 운동에 참가한 모든 사람, 민주사회당 지지자, 샌더스 선거운동을 지지했던 수많은 사람 등을 한데 모아 극우에 맞서고 그 운동 안에서 반자본주의 정치를 토론하고 계급 문제를 다시 중요 쟁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국주의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저는 앞서 미국 제국주의가 트럼프 정부를 거치며 약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미 흘낏 드러나고 있습니다. 신임 국무장관 앤터니 블링컨은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겠다고 발표했고, 이란 제재도 유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중동으로 미군 병력이 이동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앞으로 미국이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군사 기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미국은 자신의 입지를 되찾기 위한 시도를 계속할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바이든이 남중국해에 전함을 파견한 것은 중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분명 긴장이 첨예해질 것입니다. 이 점이야말로 바이든 정부 하에서 벌어지리라 확신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에게는 전쟁 위협을 비롯한 여러 위험에 맞서 국제 연대를 구축할 과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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