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재·보선이 한 달 반 정도 남았다. 이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 위기 속에서 치러진다.

내년 대통령 선거가 3월 초에 치러질 예정이므로 올해 하반기는 본격적인 대선 정국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이를 반년쯤 앞두고 한국의 제1, 제2 도시인 서울과 부산의 시장을 뽑는 것이다. 두 도시를 합하면 전국 유권자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서울시장은 한국에서 선출직으로는 대통령 다음인 ‘넘버2’이고, 국무회의 구성원이다. 부산은 한국의 제2도시일 뿐 아니라, 문재인의 정치적 고향이자 핵심 기반이 자리 잡고 있는 도시이다.

두 곳 다 민주당 소속이던 전임 시장의 성추문 문제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두 곳의 선거 결과는 상징성이 강해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고, 역으로 그 결과가 대선 정국과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여름 이후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통치 누수 현상도 슬슬 본격화되고 있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10~15퍼센트 높다.

따라서 이번 재선거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 선거이자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띤다. 주류 정당들이 사활을 거는 까닭이다.

개혁 배신 문재인 정부의 위기는 자초한 것이다 ⓒ출처 청와대

여기서 매우 중요한 점은, 경제 부처나 검찰 등의 보수적 정부 관료들이나 기업인들의 공격과 압력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위기를 겪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물론 노동운동과 진보·좌파가 무리한 요구를 해 정부를 곤란하게 한 것도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자제해 온 편이라는 것이 두루 알려져 있다.)

문재인은 집권 초 이런저런 개혁 약속을 했지만, 오래지 않아 약속을 폐기했다. 실행했던 약소한 개혁들도 도로 회수해 갔다. 그런 식으로 차곡차곡 개혁 염원을 배신한 탓에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따라서 첫째, 우파의 반격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약화된 것이므로 우파의 재집권(이라는 반동)을 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를 방어해야 한다는 주장은 틀렸다.

둘째, 문재인의 위기가 특히 심각했을 때 진보정당들과 노동운동의 지도부들이 문재인 편을 들거나 침묵한 것이 우파의 부상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파는 문재인을 두들겨서 그 왼쪽까지 침묵시키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문재인 포퓰리즘의 실체와 위기

민주당은 매우 일찍부터 자본가 계급의 정당이었다. 비록 꽤 오랫동안 자본가 계급의 제2선호 정당이었지만 말이다.

민주당은 2016년부터 4회 연속으로 전국 선거에서 이겼다. 특히,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는 유례없는 압승을 거뒀다. 문재인은 정부 초기에 대대적인 정경유착 수사와 재판 덕에 기업인들과의 관계에서 우위에 설 수 있었다. 선출되지 않은 국가기구들도 대체로 청와대의 통제 하에 있었다. 친문 진영의 엄살과 달리, 그리고 이전 민주당 정부와 다르게, 문재인 정부는 단 한 번도 우파에 포위된 약체 정부가 아니었다.

민주당은 마음 같아서는 독일의 기독민주당 같은 정당이 되고 싶어 한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70여 년의 기간 중 50년을 집권해 온 그런 정당 말이다. 그러나 한국 현실에서 이는 비현실적인 바람이므로 적어도 미국 민주당처럼 동등한 선호도를 누리는 지배계급 정당으로서 정권을 주고받는 양당 체제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선호도와 관계없이 민주당은 지배계급 정당으로서 한국 자본주의를 수호하는 정당인 것은 명백하다.

물론 민주당은 포퓰리즘 전략을 추구해 왔다. 특히, 박근혜 탄핵 이후 지배계급으로서는 민주당을 통해 노동운동의 전진을 억제해 정치 안정을 이뤄야 했기 때문이었다. 노동자들의 개혁 염원을 달래어, 자제할 줄 모르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운동을 건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임무였던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이 개혁 배신으로 위기를 겪게 된 것은 중도파 포퓰리즘이 실패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중도 포퓰리즘의 실패를 우파가 이용하느냐 좌파(온건 좌파인 진보파를 포함함)가 이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주류 정치권과 언론, 자유주의 정치 평론가들은 포퓰리즘을 대중을 감정적 악선동으로 동원해 중도 좌우를 아우르는 온건한 균형을 위협하는 위험한 불장난 쯤으로 싸잡아 정의한다.

국민적 통합

포퓰리스트들이 기성 의회정치 시스템을 공격하는 것은 그 시스템의 수혜자이자 운영자들인 주류 정당들을 불신하는 대중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류 정치는 포퓰리스트들이 국민의 분열과 불신을 조장해 정치 양극화를 악화시키고 의회정치 시스템을 결국 위협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포퓰리스트들이 극단적이어서 정치적(심지어 문화적) 다원주의도 위협한다고 본다.

진중권 등 문재인 비판자들의 일부는 이런 서구적인 포퓰리즘 규정을 받아들여 친문 진영을 트럼프식 우익 포퓰리즘과 똑같이 취급한다.(그런데 좌파 노동단체 사회진보연대도 비슷한 포퓰리즘 개념을 갖고 있다.)

그러나 포퓰리즘의 서사 구조가 비슷하다고 해도 좌파 포퓰리즘이나 우익 포퓰리즘, 문재인 같은 중도파 포퓰리즘은 사회적 기반이 다르며, 전략도 다르고 그 논리 구조를 채우는 구체적인 정치적 내용도 다르다. 사실 좌파 포퓰리즘을 표방했다가, 선거에 성공하면서 온건한 중도좌파 정당으로 변해 가는 경우도 있다.(예를 들어, 스페인 포데모스)

포퓰리즘 담론이 사회 내 적대를 내세운다고 해도 소수 지배층에 대항할 존재로 설정된 대중(민중)과 관련해서는 통합을 추구한다. 계급 문제를 희석시키는 나름의 국민적 통합 전략이다. 이것이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의 분석에서 포퓰리즘을 일종의 계급 연합 전략이라고 규정하는 이유이다.

트럼프의 우익 포퓰리즘을 예로 들면, 트럼프주의는 트럼프와 토머스 배럭, 스티브 파인버그, 리처드 르프락, 하워드 로버 같은 일부 억만장자 개인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진한 주류 정치)로 피해를 본 후진적 노동계급 부분이나 서민층 중간계급을 쇼비니즘과 인종차별 같은 의제들을 동원해 묶어 내려는 시도이다. 이는 이미 존재하는 정치적 양극화에 편승한 것이자 양극화를 촉진하는 성격을 띤다.

반면 문재인과 민주당의 중도파 포퓰리즘은 지배계급의 자유주의적 정치세력으로서 좌우를 견제해 정치 양극화를 억제하고, 기업주들을 위한 정치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진보정당들과 노동운동 지도자들을 비판하기보다 정부의 협력 세력으로 포섭한다.

문재인은 진보계 운동 지도자들과 과거부터 연관을 맺어 왔다. 이들 다수는 2012년 대선에서도 문재인의 집권을 희망하고 지지했다. 문재인은 이들과의 정치적 거래를 통해 신뢰를 얻어 내어 대화로 끌어들이고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억제하려고 한다. 이 전략의 성공은 진보계 지도자들이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잘 설득하는 데 달려 있다.

문재인 식 포퓰리즘 전략의 핵심은 부패한 전통적 집권세력을 배제한 국민적 연합이다. 그래서 집권 초 반부패를 구호로 내세워 박근혜를 구속하고 적폐 수사를 추진했다. 이명박도 구속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부는 좌파를 위축시키려고 심지어는 절반쯤 우군이었던 정의당도 무지하게 괴롭혔다.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은 결국 기업주들을 위한 정치 안정을 추구한다 2017년 7월 28일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대한 문재인 ⓒ출처 청와대

조국 수사를 둘러싼 갈등에서 여권이 펼친 프레임도 구악인 부패 검찰의 정권 위협이었다. 이것이 핵심 지지층과 진보계 지도자 다수에게 먹혔던 것은 포퓰리즘의 효과였다. 흥미로운 것은 윤석열 측의 프레임도 정권 부패 수사, 즉 ‘반부패 민주주의’였다. 그래서 조국 이후 검찰과의 갈등은 국가기관끼리의 갈등이라는 점뿐 아니라 문재인 식 포퓰리즘의 위선을 드러내는 계기가 된 것이다.(윤석열 측의 정권 핵심부 수사를 지지하며 적극적인 반문재인으로 전환한 서민 교수와 진중권 등 지식인들이 문재인 정부를 반민주적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문재인 정부를 좌파들조차 문재인이 검찰 개혁, 공수처, 남북 평화, 반일 등을 제기하거나, 저명한 운동권 인사(가령 윤미향)를 영입하면 대부분 비판을 주춤하거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를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일부 좌파는 ‘정권이 아니라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식의 추상적인 논리로 진정한 쟁점을 회피하기도 했다.

문재인은 임기 초에 박근혜가 실행한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 등 양대 지침과 성과연봉제를 폐기했고, 최저임금 인상 등 양보를 하며 노동계 정치·조합 지도자들을 대화로 유도했다. 남북정상회담도 포퓰리즘적 지지를 얻는 소재로 잘 써먹었다.

그래서 2018년 말 (기업주들의 탐욕스런 볼멘소리 속에서) 탄력근로제 개악 등 노동개악을 추진하다가, 그 여파로 민주노총 김명환 집행부의 노사정 합의 노선이 2019년 초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됐을 때 문재인 정부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문재인의 포퓰리즘 전략은 이럭저럭 대중 투쟁을 어느 정도 억제해 왔다. 이런 투쟁 억제가 유지되는 조건 하에서 기업주들도 문재인에게 지지를 제공해 왔다. 그 조건이 아직 유지되고 있어서 문재인이 완전히 나락으로 빠지지는 않은 것이다.

우파 야당에 대해서는 아직 진보 염원 대중의 반감이 크고, 문재인의 줄타기가 무너지면 아래로부터의 불만이 투쟁으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경솔하게 행동했다가는 자본가들 자기네에게 필요한 정치적 안정을 해칠 위험이 아직 있는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위기를 겪는 대중에게 조심성 없이 군 통치자들 때문에 미국,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지에서 대중 반란이 일어났었다.

계급 타협

최근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코로나 양극화에 대응해 (자발적) 이익 공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로 성장한 산업의 하나인 배달 분야의 사실상 독점기업인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 자영업자들과 상생 협약을 맺고 상생협의체를 꾸리기로 하고, 이를 널리 홍보했다.

동시에 배달의민족 창업자이자 현 이사회 의장인 김봉진은 1조 원이 넘는 개인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그 직전에 IT 대기업 카카오의 이사회 의장인 김범수는 10조 원 재산 중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대표인 이낙연은 이익공유제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이런 움직임에서 얻었다고 하고, 곧장 노동계에 사회연대기금 입법과 기금 조성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사회적 대타협에 노동계도 양보로 화답하라는 것이다.

2월 18일 문재인은 LDS(최소잔량주사) 주사기를 개발한 공장에 들러, 이를 개발한 중소기업들을 극찬하면서, 여기에 삼성이 도움을 줬다고 추켜세웠다.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기업들의 구실을 강조함으로써 사회의 나머지에 국민 통합을 기대하는 포퓰리즘적 언행을 하는 것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 하에서 자본가들과의 연결 통로도 소폭 재편됐다. 전통적으로 정권·정치권과의 통로가 돼 왔던 전경련이 약화되고 대한상공회의소가 부상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최태원이 새 회장을 맡고 전통적 재벌들뿐 아니라 김범수, 김택진 등 신흥 IT 자본가들을 새 임원으로 영입했다. 이전 정부 때도 대한상의(두산 박용만 대표 체제)는 우파 정부뿐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과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현 정부 하에서는 박용만이 주도해 정부에 요구한 ‘규제 샌드박스’ 따위의 선물을 여러 개 받았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위기 모면용으로 문재인은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요구였던 이른바 공정경제 3법과 중대재해법을 통과시켰다. 재계는 (소극적으로) 반발했지만, 최종 통과된 법안들에서 실리를 챙겼다.

그러나 제스처와 미약한 양보로는 한국이 처한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불안정 속에서 비롯하는 기업주들의 요구와 우파의 압력을 문재인 정부가 이기기 어렵고, 개혁 염원을 포섭할 수도 없다. 그래서 노동개악뿐 아니라 한일위안부 합의 번복 약속 폐기, 세월호 진상규명 약속 폐기 등 지지층을 또다시 실망시키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개혁 배신과 부패, 위선에 대한 환멸이 커지고,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양극화 심화가 속도를 높이면서 문재인의 위기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 위기의 성격과 선거 판세

민주당은 재·보선 국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인 신현수의 사표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었다. 봉합됐지만 상흔은 깊고, 비슷한 성격의 다른 갈등도 예상된다.

신현수는 검사 출신으로 퇴직 후 (악명 높은) 김앤장에서 일했고, 그 과정에서 노조 파괴 공작을 벌인 갑을오토텍 사측의 변호인도 했다. 그는 단순한 검찰 출신 인사가 아니다. 노무현의 청와대에도 파견돼 사정비서관으로 근무했고, 문재인의 두 차례 대선 출마 때 모두 선거캠프에 참여한 친노·친문 인사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정보원 기조실장도 지냈다.

이런 인물이 검찰 인사 문제로 사의를 표했었던 것은 정권 중심부에서 검찰과의 관계, 레임덕 대응 문제로 갈등이 심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여러 엇갈린 보도가 있지만 박범계 등 강경파들은 정권 주요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문재인 정부의 초대 환경부장관까지 구속되는 마당에 검찰 단속을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는 입장인 듯하다. 조국, 백원우, 윤건영(차명계좌) 등 측근들뿐 아니라 친문 진영의 후보들도 검찰 수사 타깃이다. 옵티머스 건으로 이낙연, 울산시장 선거 개입 건으로 임종석 등이 수사망에 포착돼 있다. 임종석은 이낙연으로 어렵다 싶으면 친문과 호남 기반을 계승해 이낙연 자리를 대체할 카드 중 하나다. 이낙연 연루 의혹이 터진 옵티머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지검장 자리에 윤석열 징계에 1인 다역으로 앞장섰던 심재철을 보낸 인사의 의도는 뻔한 것이다.

아마도 신현수는 지나친 강경 기조가 오히려 위험도를 높이고 판을 키워, 자칫 한 방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몇 명 희생하는 수준에서 검찰과 타협하는 것이 정권 핵심부 보호에 낫다고도 본 듯하다.

정권 말기로 가고 레임덕 위기가 깊어질수록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측근들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측근들 일부를 내칠 수 없기 때문에 이 갈등이 내분으로 번진 듯하다.

지금의 선거 판세

조국 임면 국면에서, 정부 지지율이 떨어지고 우파가 회복하는 듯하다가 조국 사퇴 후 우파 지지율이 도로 제자리로 돌아가고 정부 지지율이 소폭 회복됐었다. 이는 조국의 위선과 이율배반에 분노한 다수가 우파에 부화뇌동해서 그런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문재인 임기 내내 우파는 지지율이 회복되다가 도로 떨어지고를 반복해 왔다. 문재인에게도 실망했지만 우파는 여전히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반(反)문재인과 중도를 표방한 안철수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불안한 1위를 고수 중이다.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대체로 우세하다. 가상 3자 대결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에게도 승산이 있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은 ‘중도’를 표방한 안철수와 우파인 국민의힘이 단일화하지 않는 것, 우파가 반사이익을 얻을지 모른다고 걱정해 문재인에 등을 돌렸던 일부가 우파 반대 투표를 하는 것, 이 두 가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1980년대 좌파 학계 출신이자 나중에 이명박(MB) 측근인 박형준이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민주당 후보는 김영춘이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출신으로 김영삼 정부의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내고 노무현 당으로 옮겨와 서울에서 재선을 하고는 부산으로 지역구를 옮기고 문재인 정부의 해수부 장관을 하며 노무현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그를 당선시키려고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민간인 사찰 의혹을 재점화해서 박형준에게 타격을 주려고 한다.

정의당은 불출마를 결정했고, 진보당은 정의당보다도 더 존재감이 없어서 이번 재·보선에서 진보적 목소리는 별로 대변될 것 같지 않다.

문재인에게 실망했지만 우파를 싫어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그렇다고 우파를 우습게 봐선 안 된다 서울시장 선거 후보로 나선 박영선·안철수·나경원·오세훈 ⓒ출처 박영선 페이스북·국민의당·국민의힘

우파가 반사이익 얻을까?

만약에 재·보선 승리 가능성만 생각해 안철수로 반문재인 보수 단일화를 한다면 국민의힘은 제1야당인데도 대선 전초전에 후보를 못 낼 수도 있다. 이런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회복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까?

현재 야권의 쟁점은 후보 단일화 문제와, 국민의힘 내부에서 강경보수 색깔을 어떻게 가릴까 하는 문제다.

강경보수론은 올해 1월 나경원의 “우파 짜장면” 발언으로 시작됐다. 짬짜면을 시켜도 둘을 한 그릇에 섞지 않고 각각 내주므로, 중도라는 이름으로 진보/보수 경계를 흐리지 말고 (좌파가 짬뽕이라면) 우파는 짜장면을 맛있게 제공할 생각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짬뽕에 질린 국민이 짜장을 선택할 거라는 것이다.

오세훈과 오신환은 강경보수로는 떠나간 민심을 잡을 수 없다며 이런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지난 총선 참패가 바로 황교안-나경원 지도부가 태극기 우파 세력과 연합한 노선을 걸은 것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결과였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나경원은 2월 초 노무현의 사람이자 삼성 임원 출신인 진대제를 영입하고 “나경영” 소리를 들어가며 대대적 복지지출 공약을 내걸었다. 선거를 앞두고 부동층 얻기 노력을 하는 것이다.

우파 야당이 반사이익을 얻다가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는 것은 부패하고 경제 위기 고통을 전가했던 강성우파 정부 시절에 대한 반감이 아직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앞선다지만 박형준은 친박도 강경보수도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지금 우파의 재집권이 환영받는 분위기는 아니다. 차기 대선 지지율을 보면, 비친문이고 더 개혁적으로 평가돼 온 이재명이 1위를 달린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 우파 지지층은 중도파처럼 되기에 반발하고 중도층은 아직도 국민의힘을 싫어한다. 그래서 ‘중도화’한다고 탈당했던 바른미래당이 실패하고 다들 복당했던 것이다. 정권을 잡던 시절 전통적 지지층이 중도우파와 강경우파로 분열된 조건 하에서 이를 아우를 지도자도 없고, 지금은 고만고만한 기회주의자들이 문제 해결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선 후보 선출을 멀찌감치 11월로 미룬 것도 이런 고민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총선 때는 신흥 재벌 격인 엔씨소프트의 김택진을 영입하려고 했는데, 올해는 7월에 검찰총장에서 물러나는 윤석열을 영입할 시간을 벌려는 계산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우파 야당이 어려움을 겪는 데에는 지난해 총선 때 재난지원금 논쟁(이나 이후 재정, 소득 지원 논쟁) 문제가 있다. 서민 지원에 인색한 입장을 고수하다가 표를 잃었다.

그럼에도 부산시장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하고, 서울에서 민주당이 패한다면, 국민의힘과 우파가 강화되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 수십 년을 통치해 온 세력이고 지배계급의 전통적 선호 정당이었으므로 그들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게다가 경제 위기 지속이 사회적 양극화를 촉진하고 있어서 이것이 정치적 양극화로 이어질 것이고,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우파는 다시 성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노동자 운동의 대응이 중요하다.


노동운동, 문재인 정부와 확실히 결별해야

이런 배경에서 우파가 반사이익을 얻을지 모른다고 걱정해,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렸던 사람들의 일부가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심정으로 민주당에게 다시 표를 던질 수 있다.

이를 이용하려고 문재인은 다급하게 왼쪽 깜빡이를 켜고 있다. 2월 17일 문재인은 고(故) 백기완 선생의 빈소에 직접 조문을 가 진보연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이명박 정부의 정치 사찰을 폭로해 진보계의 위기감도 자극하려 한다.

그리고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문재인이 직접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대선 당시 공공부문 일자리를 수십만 개 창출하겠다던 공약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질 정도로 흐지부지돼 있었다. 또한 4차 재난지원금의 액수와 범위를 늘려서 지급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진보계가 이반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지, 실제로 진보적 개혁을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다. 또다시 기대를 가졌다가는 환멸만 더 커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노동계 대표 조직들(민주노총·정의당·진보당)의 지도부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을 진보 쪽으로 가져오려는 좌파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정치적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진보정당들의 행보에는 객관적 위기에 걸맞은 좌파적 과감함과 대안적 호소력이 별로 없다. 조국 국면에서 실망을 시킨 뒤로는 특히 그렇다.

물론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 정의당(과 진보당)의 정치적 존재감을 미미하게 만들지만, 그 당들의 온건한 노선이 또한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키지 못하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계급투쟁 진보·좌파와 노동운동이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대한 분노를 적극 대변하고자 해야 한다 ⓒ조승진

특히, 선거 영역에서 노동계를 대표해 온 정의당은 일종의 좌파적 포퓰리즘 노선으로 문재인 정부와 협력해 개혁을 얻겠다는 기존 노선에 더해, 미중 갈등이라는 국제질서의 불안정, 경제 침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위기의 속에서 체제 안정에 협조해야 한다는 압력에 크게 취약해진 듯하다. 체제 안정에 협조하는 것과, 대중의 불만과 개혁 염원을 대변하는 것 사이에서 동요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행보가 된 것이다.

그래서 정의당이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지만 선거 판세에는 아무 영향도 없다. 진보당은 후보를 냈지만, 마찬가지로 판세에 영향을 못 주고 있다. 진보당도 문재인 정부 비판을 삼가거나 절제해 왔다. 진보당은 선거 부정으로 재선거가 치러지는 울산 남구청장 선거에 후보를 내고 독자 완주를 호언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뚝 떨어졌기 때문에 민주당과 단일화하면 더 손해를 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재·보선에서 정부에 대한 실망이나 우파에 대한 반감은 정치적으로 표현되기가 더 어렵게 됐다. 그럼에도 객관적 상황 때문에 기회는 다시 올 것이다. 문재인과 우파 야당 모두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권력을 지키거나 쟁취하려고 한다. 위기 때문에, 공식정치를 주름잡던 양당이 실은 매우 초라한 처지인 것이다.

투쟁에 나설 자신감을 고무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 상반기의 선거로 그렇게 하기는 어렵게 됐지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파 야당의 고전을 보면, 대중이 진보를 참칭한 문재인에게 환멸을 느끼지만 곧장 우파 지지로 이동한 것은 아니다.

노동자 운동이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대한 환멸감과 분노를 적극 대변하며 문재인 정부에 확실히 저항해야만 우파의 부상에 맞설 수 있다. 서두의 말을 반복하자면, 우파를 두려워해 문재인 편을 들거나 침묵하면 오히려 우파의 부상 가능성을 키운다. 우파 측의 문재인 비판으로 그 왼쪽까지 침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좌파와 노동운동은 문재인 정부와 확실히 결별하고 노동계급을 단결시키는 정치를 고무하면서 팬데믹과 경제 침체라는 이중의 위기에 맞설 대중적 계급투쟁에 나서야 한다. 이 점에서 혁명적 좌파의 존재가 중요하다. 이들이 막중한 과제를 전진시키려면 기회주의와 종파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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