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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교수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

[편집자 주] 우익은 강정구 교수의 “한국전쟁은 통일 전쟁” 발언을 빌미 삼아 노무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강 교수의 주장을 옹호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설 것이 분명하므로 우익은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그리 되면 당분간 이데올로기 지형은 우경화할 것이고 좌파는 수세에 몰리게 된다.
이런 전술상의 고려가 아니더라도 사회의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의견의 자유, 주장의 자유를 무조건 옹호해야 한다. 설사 그 의견·주장이 자신의 것과 완전히 다를지라도 말이다.
《볼테르의 동지들》(1906)이라는 저작에서 이블린 비어트리스 홀은 볼테르의 태도를 이렇게 요약했다. “나는 당신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그 말을 할 권리를 사수하고자 한다.”(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이와 마찬가지로, 〈다함께〉는 사법 심사 대상이 돼 있는 강정구 교수의 주장들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함께〉는 강 교수가 그런 말들을 할 권리를 사수하고자 한다.


〈조선일보〉 사설은 강정구 교수의 “장남은 미국 법률회사 근무, 차남은 카투사에서 군복무”해 “온 가족이 미국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미국을 비판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터무니없는 인신공격까지 했다.

강교수와 그의 아들들은 별개의 개체다. 아들이 꼭 아버지를 따를 필요도 없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미국 법률회사 근무와 카투사 복무가 “미국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는 운동권 아들이나 딸을 둔 우익 또는 지배계급 성원인 아버지를 이런 식으로 비난한 적이 없다. 남재희, 홍사덕 등은 운동권 자녀를 뒀다고 〈조선일보〉의 폭로와 질타를 받은 적이 없다. 다시금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강정구 교수가 “한국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1946년 미 군정 여론조사 결과 공산·사회주의에 대한 지지세력이 77퍼센트”였다고 밝히자 우익들은 강정구 교수를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하라며 길길이 날뛰고 있다.

이런 주장은 대학의 현대사 강의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것들인데도 말이다.

우익들은 강정구 교수의 주장이 ‘학문이 아니라 선전’이라며 강정구 교수에 대한 처벌이 학문의 자유와는 상관없는 양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과 맞으면 학문이고 다르면 선전이라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김상렬은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시 대학수업 내용을 참고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해, 대학의 수업 내용에 대한 검열과 강정구 교수 해임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화답하듯 동국대 재단이사장은 “강정구 교수를 면직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강재섭은 “도대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살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강정구 교수 구속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런 자들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논할 자격이 없는 자들이다.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는 주장을 한다고 감옥에 가둬 그 입을 막으려 하고, 대학에 대한 노골적인 검열을 주장하는 이런 자들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우익들의 이런 주장에 굴복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허준영 경찰청장은 강정구 교수에 대한 구속수사 방침을 밝혔다.

따라서 우익들의 공세에 반대해야 할 뿐 아니라, 우익에 타협하는 노무현 정부에도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진중권 교수는 “지금도 통일하자고 전쟁하자는 소리냐”며 강정구 교수를 “조갑제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고 양비론적으로 비난했다.

진교수의 비판은 또한 논리의 비약이다. 강정구 교수는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강정구 교수에 대한 방어는 강정구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느냐 여부와 아무 관계가 없다.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강정구 교수 처벌을 반대하는 투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