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이 무색하게, 문재인의 ‘탈핵’은 온데간데없다 ⓒ출처 한국수력원자력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0주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난 2월 22일, 문재인 정부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 방침을 사실상 거둬들였다.

대선 때 내놓은 ‘탈핵’ 공약은 이미 누더기도 남지 않았다. 당시 건설 중이던 신고리 5·6호기는 기만적인 ‘공론화 위원회’를 거쳐 공사를 재개했다. 탈핵을 공약으로 내건 선거에서 수천만 명이 그에게 투표했으므로 공사를 중단할 정당성은 충분했다. 그런데 숙고가 필요하다며 애써 불필요한 위원회를 만들더니 몇 차례 논쟁 뒤에 무작위로 선정된 공론화 위원 500명이 이를 결정하도록 했다. 정보력과 자원에서 비교가 안 되는 논쟁에서 정부와 핵 산업계는 기회를 십분 활용해 다수 표를 얻을 수 있었다.

2017년 고리 1호기 폐쇄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 결정된 것을 집행한 것일 뿐이다. 2019년 폐쇄된 월성 1호기도 수명이 오래 지나고 안전상 결함이 너무 드러나 폐쇄가 불가피했다.

물론 역대 정권들이 ‘수명 연장’이라는 꼼수로 위험한 핵발전소를 계속 운영해 왔던 것보다는 나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거듭 드러나듯 이는 ‘탈핵’을 위해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명이 다 돼 문을 닫는 핵발전소가 늘어나자 핵발전소 폐쇄 산업에 진출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탈핵’, 즉 핵발전소의 완전한 운영 중단은 2080년에나 될 것이다. 설계 수명 60년짜리 신규 핵발전소가 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누가 이런 것을 약속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다만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아직 착공을 하지 않았던 신울진 3·4호기 공사계획을 인가하지 않고는 ‘신규 원전을 더는 허가하지 않겠다’ 하고 밝혀 왔다. 스스로 ‘탈핵’ 정부라 주장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공사계획 인가 시한을 2023년 12월로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자 정부는 2월 22일에 이를 최종 승인했다. 신울진 3·4호기를 추가로 지을지 말지도 다음 정권에서 결정하라는 뜻이다. 수많은 환경 엔지오들이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문재인이 핵심 지지층의 반발 가능성을 알면서도 이런 조처를 내린 것은 핵산업과 핵무기 보유에 대한 이 정권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 보여 준다. 문재인 정부와는 독립적인 ‘탈핵’ 운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