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3·1절 기념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일본에 가장 공손하고 나긋나긋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 배상 판결을 단호하게 외면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비판 없이 이렇게 말했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 없다. ...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과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

문재인은 한국과 일본이 얼마나 밀접한 사이가 됐는지도 강조했다. “일본의 성장은 한국에도 도움이 됐다. ... [양국 협력은]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손짓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대화하기 전에 “한국 쪽이 책임을 갖고 구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나왔다. 한국 법원의 위안부·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에 대한 ‘해결책’(일본 정부가 배상을 피할 수 있는 대책)을 문재인 정부가 내놔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물밑에서 일본 정부와 외교적 ‘해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 정부가 배상금을 대신 지급해 주고, 추후 일본 정부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이른바 대위 변제)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들이 바라 온 법적 배상을 우회하는 방안인 이상, 결국 기만적이었던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꼼수에 불과할 것이다.

과거사 문제로 일본에 항의하는 듯하다가도 결국은 한·일 관계 증진을 우선하는 행보는 역대 한국 정부들의 패턴이었다. 문재인이 그러하듯이 이는 한국과 일본의 지배계급들이 공유하는 경제·안보적 이해관계를 과거사 해결보다 중시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일 동맹 강화와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 바이든 정부에도 화답하고자 한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배상 판결을 받고도 외면당하고 램지어의 ‘위안부’ 모욕 논문으로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더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윤미향 전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집권당 국회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