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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24 미국 반전 시위의 성과

2003년 대규모 2·15반전 시위 이후 부시는 모든 반전 시위를 무시해 왔다. 하지만 부시는 2004년 5월 커다란 위기에 직면한 듯했다. 4월 나자프·팔루자 항쟁과 아부 그라이브 만행 사건이 있었고, 그는 빠져나갈 수 없는 궁지에 몰린 듯했다.

그러나 약 6개월 뒤 그는 재선됐고, 자신이 “정치적 자산”을 얻었다고 의기 양양했다. 2003년 하반기부터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지가 꾸준히 하락해 왔는데도 말이다.

부시의 재선이 가능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반전 여론과 반전 운동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의 ‘하워드 딘 돌풍’을 제외하고는 대선 과정에서 이라크 철군 문제는 핵심 이슈로 부각되지 않았다. 주류 정치권에서 이라크 전쟁 비판은 주로 우파적 맥락에서 나왔고, 부시는 나름대로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신디 시핸의 시위가 결정적이었지만 수도 워싱턴에만 30만 명이 모였다는 것 자체가 가지는 엄청난 심리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부시 지지율은 37퍼센트로 추락했고, 주류 언론과 정치인들은 이라크 철군 문제를 두고 심각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오랫동안 파병군 증원을 요구해 온 민주당조차 당 차원에서 철군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우파들도 마찬가지의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 주 〈워싱턴 포스트〉에는 대표적 신보수주의자 찰스 크로새머의 사설이 실렸다. 두 가지가 두드러졌다.

하나는 “지금 미국인들은 이라크 전쟁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철군을 원하는데, 이것은 이해할 만하다”고 말한 것이다. 사실, 그는 지금까지 이런 주장을 인정한 적이 없다.

올해 4월 레바논 ‘백향목 혁명’ 때만 해도 그는 기고만장해서 미국의 군사 행동이 중동에 민주화를 가져왔다고 선언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신디 시핸과 반전 운동 지도부를 ‘색깔론’을 통해 공격하고 있다. 사실, 크로새머 같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이 반전 운동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 운동이 얼마나 지배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워싱턴에만 30만 명이나 모였던 사실을 애써 무시한 채 “전쟁에 대한 불만을 주류 반전 운동으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며칠 뒤 한 여성이 반박편지를 보냈다. “나는 징집제가 부활해서 내 아이들이 내가 처음부터 반대한 전쟁으로 끌려가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세 아이의 어머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다양한 인종과 나이대의 사람들이 전국에서 워싱턴으로 모였습니다. 주류 반전 운동은 이미 존재합니다.”

이것은 9.24 반전 운동이 이전까지 수동적이었던 반전 여론층을 정치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만드는 계기였음을 잘 보여 준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부시는 결코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나자빠지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그는 국면전환을 꾀할 것이다. 이것은 확전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반전 운동은 9·24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음 번 행동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