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보수”를 자처한 오세훈이 나경원을 누르고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됐다.

오세훈은 중도의 지지를 받는 자신이 여론조사 경선에 승리한 결과가 “보수 일변도 시각의 변화와 함께 희망의 단초”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경원과 오세훈 사이의 차이는 누가 더 최근에 우파와 가까웠나 하는 정도의 잔상(이미지) 차이에 불과하다. 오세훈은 우파층에 더해 무당층 표도 얻어 보자는 것이지, 기반이 다르거나 바꾸자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부패한 1퍼센트 대변 정당의 대표들이고 그들 자신이 부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오세훈은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상대편 후보가 11평형 임대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자 “11평 집에서 어떻게 발을 뻗고 자냐”며 “그런 집은 요새 잘 지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2019년 전국 1인 가구의 약 54퍼센트가 12평 이하에 살고 있는데 말이다. 오세훈의 발언은 서민들의 삶의 실정을 모르는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오세훈은 전통적 우파 지지층을 포용하려고 태극기부대와의 통합을 주장한 적도 있다.

오세훈은 박근혜가 탄핵당할 때 여론의 눈치를 보며 새누리당을 탈당했다가 새누리당 후신 자유한국당이 태극기 우파의 지원을 받아 기운을 차리자 재입당했다. 당시 오세훈은 “태극기부대를 포함한 보수통합”을 주장했다.

대북 호전주의도 어디 밀리지 않는다. 오세훈은 올해 초 ‘북한을 압박하려면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했었다.

무상급식 반대

뭐니 뭐니 해도 오세훈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사건은 2010년에 있었다. 서울시장 재선 직후 무상급식 조례 제정을 무산시키려고 일을 벌인 것이다.

당시 오세훈은 한 끼에 3000원밖에 안 되는 무상급식을 결사반대하면서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그러자 진보·좌파 진영은 오세훈을 규탄하며 투표 반대 운동을 조직했다. 이 운동으로 당시 한나라당은 역풍을 맞았고, 지도부조차 당혹감에 휩싸여 분열할 정도였다.

결국 오세훈이 추진한 주민투표는 참가율 미달로 무산돼 오세훈은 시장직을 사퇴했다. 사기가 오른 사람들이 “셀프 탄핵”이라고 조롱했다. 이 사건은 오세훈에게 최악의 흑역사로 남았고, 한나라당 또한 이 여파로 이후 9년 동안 민주당(고 박원순)에 밀려 서울시장직을 넘볼 수 없었다.

뉴타운과 용산 참사

오세훈은 아이들의 배를 채워 줄 몇 천 원짜리 무상급식은 아까워했지만, 공격적인 재개발 정책으로 서울 땅부자들의 배를 불려 주는 정책에는 매우 적극적이었다.

스타 변호사였던 오세훈은 2000년 총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에 의해 영입돼 강남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했다. 이후 이명박 서울시장 캠프 대변인을 거쳐 2006년에 이명박의 후임으로 서울시장이 됐다.

오세훈은 이명박이 벌려 놓은 뉴타운 재개발 사업을 두 배로 확장하는 정책을 내놔 부유층의 인기를 끌고 투기 열풍에 불을 지폈다. 이미 이명박의 뉴타운 사업으로 집값이 폭등해 서민들이 서울 외곽으로 쫓겨나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명박·오세훈의 밀어붙이기식 건설 붐 정책은 결국 2009년 용산 참사라는 비극으로 나타났다.

재개발에 끝까지 저항하며 건물을 지키던 철거민들 5명이 이명박이 지시한 경찰의 “인간 사냥”식 살인 진압에 내몰려, 불 붙어 무너지는 건물 안에서 숨지고 말았다. 이명박과 오세훈, 그리고 경찰이 벌인 합작 비극이었다. 이 끔찍한 장면이 전파를 타자 엄청난 공분과 함께 항의가 일었다. 당시 주민대책위에 참가한 한 주민은 “오세훈에게 투표했던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며 울분을 토했다.

훗날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 커진 용산 개발 사업은 부동산 거품 붕괴 위험이 커지자 무리수로 드러나며 결국 2013년에 부도가 났다.

오세훈은 부동산 문제가 10년 전보다 더 심해진 지금도 부동산 문제 해결책으로 재개발 “정상화”(촉진), 한강변 아파트 고층 규제 완화, 용적률 상향 등 투기로 이어지기 십상인 민간 투자 활성화 중심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보수 진영의 반사이익

이런 추한 과거의 오세훈이 기대할 것은 문재인의 개혁 배신이 환멸로 이어져 우파가 반사이익을 얻는 것이다. 오세훈이 과거에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도 노무현 정부의 개혁 염원 배신과 실패가 낳은 환멸에서 반사이익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오세훈과 안철수의 단일화로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박영선이 이들만큼 우파적이진 않아도 그렇다고 대중을 위한 개혁적 대안이 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부가 낳은 환멸이 우파의 재기를 돕는 상황에서 노동운동의 대안은 기층에서 투쟁이 활성화되고 보편화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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