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노동자 연대〉

네이버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검) 순위 서비스를 16년 만에 폐지했다. 이미 지난해 2월 포털 ‘다음’이 실검 서비스를 폐지했다.

그간 포털은 실검을 가십거리로 제공해 사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활용했다. 지난해 포털 뉴스 이용자 중 74.3퍼센트가 뉴스를 볼 때 실검을 이용했다(《2020 언론수용자 조사》). 실검은 상시적으로 상업 광고판으로 활용됐고, 여론 조작에도 이용됐다. 진작에 없어져야 하는 서비스였다.

간혹 우리 운동이 요구 등을 널리 알리고자 집회장에서 참가자들이 동시에 검색하는 방식으로 실검 순위를 높이기도 했지만 큰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대체로는 집회 그 자체가 끼치는 사회적 영향이 더 중요하다.

실검의 문제점을 보여 준 중요한 사건은 조국 임면 정국에 벌어진 ‘검색어 전쟁’이었다. 2019년 8월 “조국 힘내세요”가 네이버 실검 1위에 올랐다. 오후 7시경이 되자 이번에는 “조국 사퇴하세요”가 등장해 곧 2위가 됐다. 이 상황이 24시간 동안 지속됐다. 4일 후에는 “나경원 자녀의혹”이, 조국 청문회를 앞두고는 “황교안자녀장관상”이 실검에 올랐다.

조국 지지자들과 우파적 반대파 모두 인위적으로 검색을 반복해 실검을 점령하며 순위를 왜곡해서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이다. 국정원이나 “드루킹”의 온라인 여론 조작도 실검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 준다.

실검을 인위적으로 왜곡하는 것은 기업주, 언론, 권력자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 유튜버의 실험에서는 평일 낮에 5만 명 정도가 검색을 하면 실검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실검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을 검색해 보세요” 류의 마케팅이 등장했는데, 높을 때는 실검의 80퍼센트가 기업 광고였다.

당연히 불법적으로 실검을 조작할 수도 있었다. 2015년에는 돈을 받고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의 실검 순위, 연관 검색어, 자동완성 검색어, 검색 순위를 조작해 준 이들이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한 마케팅 업체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을 3시간 동안 유지하는 가격이 2000만 원이라고 했다(〈미디어스〉).

정치권의 압력도 있었다. 조국 실검 ‘전쟁’ 때 “나경원 자녀의혹” 검색어로 반격을 받은 자유한국당은 네이버 본사를 항의방문했다. 이후 자유한국당은 포털의 실검 관리 의무를 강화한 일명 ‘실검 조작 방지법’을 추진했고 민주당도 합의했다. 자신들이 때때로 이용하더라도 일정한 통제(혹은 경고)는 필요하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다음은 이 시점에 실검을 폐지했다.)

실검 ‘장사’의 최종 단계는 네이버 제휴 언론들의 몫이었다. 실검에 검색어가 뜨면 언론들은 즉시 검색어를 제목에 넣은 기사를 양산해 클릭 수(광고 수익과 연결된다)를 높였다. 인위적으로 등장한 실검은 막대한 양의 기사로 남게 됐다.

네이버는 실검이 “다양한 사용자들의 관심사”를 보여 준다고 포장했지만 실상은 압도적으로 상업 광고와 여론몰이의 장으로 이용돼 온 것이다.

권력자들에게 봉사하기

더구나 네이버 스스로가 권력에 유리하도록 실검을 조작한다는 폭로도 끊임없이 나왔다. 2008년 촛불 운동 때 이명박 관련 실검이 사라졌다는 의혹,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룸살롱”이 실검에 오른 일(이명박 정권 시절 안철수는 야권 대선 주자였다), 2016년 “정유라 마장마술”, “박근혜 7시간 시술” 같은 검색어를 실검에서 삭제한 일 등. 조작은 실검뿐이 아니었다. 최근에만 해도 2017년 대선 때 문재인에 유리하게 연관 검색어를 조작한 의혹, 청탁을 받고 이재용 승계 관련 기사와 축구연맹 비판 기사를 숨긴 일 등이 폭로됐다.

십수 년간의 경험으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의 공정성을 의심한다. 실검 폐지는 이에 관한 정치적 논란을 줄이고 이미지 추락을 막으려는 나름의 대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실검을 폐지하더라도 네이버·카카오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이데올로기를 전파할 수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 페이지에서는 좌파 언론을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네이버 뉴스는 주류 언론 중에서도 우파 언론을 중요한 위치에 더 많이 노출한다는 것이 최근 또 폭로됐다(MBC 〈스트레이트〉 3월 7일 방영분). 올 초 한 달 동안 네이버 앱의 “마이뉴스” 최상위 기사 7개를 모았을 때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 등 우파 언론이 48퍼센트로 약 절반을 차지했다는 것이다(〈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중도(또는 온건 진보) 언론은 3.6퍼센트밖에 안 됐다). 네이버의 인공지능 알고리듬도 우파 언론을 우대했다. 사용자가 3주 내내 〈한겨레〉와 〈경향신문〉 같은 언론의 정치 기사만 읽은 경우에도 네이버는 통신사와 우파 언론의 기사를 추천했다.

실검 폐지로 저질 여론조작 도구 하나가 사라진 것은 다행이지만, 포털이 지배계급의 일부로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구실은 여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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