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3월 12일 노동자연대가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을 일부 축약하고 다듬은 것이다.


핵발전이 기후 변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산화탄소인데, 그 대부분은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발전 부문이다. 수송이나 열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각종 산업, 난방 등에 사용하는 화석연료도 대부분 전기로 대체할 수 있으므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온실가스 배출은 더 많이 줄일 수 있다.

출처 : 조너선 닐, Fight the Fire: Green New Deals and Global Climate Jobs

따라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현재의 발전 방식을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여겨져 왔다. 풍력, 태양광 같은 재생 에너지가 대표적이다.

일부 학자들과 정치인들은 이 대체 에너지원 목록에 핵발전도 포함시키려 한다. 특히 기후 운동 내 저명한 일부 학자들과 활동가들도 핵발전 불가피론을 펴 운동 내에서 논쟁이 벌어져 왔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핵발전이 여러 문제들을 갖고 있지만 핵발전 비중을 늘려야 기후 변화를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 출신의 과학자로 기후 변화를 공론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제임스 한센, 가이아 이론으로 유명한 제임스 러브록, 《6도의 악몽》을 쓴 마크 라이너스, 《CO2와의 위험한 동거》를 쓴 조지 몽비오 등이 핵발전 불가피론을 펴 왔다.

빌 게이츠

국내에서는 월성 핵발전소 폐쇄 논란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우파 언론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때마침 출간된 빌 게이츠의 책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중 핵발전소와 관련된 내용을 대서특필하며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핵발전소를 줄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조선일보〉 등이 빌 게이츠의 주장을 왜곡했다며 빌 게이츠를 옹호한다. “인류 사회 전 영역에서의 변화와 기술혁신을 촉구했던 게이츠의 주장은 오로지 원전만이 유일한 구세주인 것마냥 납작해졌다.”

그러나 빌 게이츠의 주장은 핵발전 말고도 문제가 많다. 빌 게이츠는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 원리를 그대로 내버려 둔 채 기후 위기를 막는 방법에 골몰한다. 자기 같은 자본가들이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체제 말이다. 그래서 빌 게이츠는 정부가 인센티브 등을 통해 기업주들의 기후 대응 투자를 고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이윤을 쌓아 올린 기업주들에게 벌이 아니라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발전 다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수송 분야에서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단인 기차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또, 자신이 “집도 크고 심지어 개인 전용기까지 가지고 있[지만] 2020년 지속가능한 제트연료를 구매하기 시작했고 2021년 우리 가족이 비행을 하면서 내뿜는 탄소를 완전히 상쇄할 것”이라고 한다. 그 ‘상쇄’는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업에 투자를 함으로써” 이뤄질 것이고 “대기권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에 나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는 사람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대기 중 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기술은 여전히 효율이 극도로 나빠, 기계를 돌리는 데 사용되는 전기를 생산하느라 배출한 온실가스 양도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빌 게이츠가 투자한 일부 기업들이 있지만 정부 보조금 외에는 수익을 얻을 수 없으므로 개발이 언제 이뤄질지 기약하기 어렵다.

빌 게이츠의 책은 자본가들이 기후 위기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 주는 책일지는 몰라도, 기후 위기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만한 책은 못 된다. 그의 핵발전 옹호론도 오래된 거짓말, 속임수, 왜곡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핵발전 옹호론의 거짓말들

① 재생 에너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먼저 ‘재생 에너지만으로는 전 세계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바람이 멈추면 풍력 터빈은 멈추고, 밤이 되면 태양광 패널은 전기를 만들지 못하니 이런 주장은 일부 진실일 것이다. 또 어떤 지역은 햇빛과 바람이 풍부한 반면 어떤 지역은 그렇지 못하니 지역 간, 국가 간 불균등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재생 에너지에는 풍력과 태양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들도 있다. 조수 간만의 변화(조력)나 파도, 지열을 이용한 발전은 풍력이나 태양광보다 더 큰 설비를 필요로 하지만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에 수백~수천 개의 반사판을 설치해 햇빛을 모으는 태양열 발전도 비교적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이다.

다양한 재생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지구 전체로 보면 언제나 낮과 밤이 서로 교차하므로 풍력과 태양광도 사실상 24시간 가동하는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제국주의 열강이 지배하고 서로 경쟁하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처럼 효율적인 연결망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서는 전 세계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유엔 기후협약은 전력망 공유는 고사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추상적 합의를 하는 데에만 수십 년을 까먹었다. 이 점은 ‘그린 뉴딜’ 정책들의 한계이자 약점이기도 하다.

② 탄소배출 제로?

핵발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우라늄을 채굴하기 위해 거대한 산을 깎아내리는 작업부터 시작해(우라늄은 매우 희귀한 원소다), 이를 정제하고 농축하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전 세계 농축 우라늄의 80퍼센트를 만드는 미국 켄터키주(州) 파두카에는 우라늄 농축을 위해 두 개의 오래된 석탄화력 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그 각각의 설비용량만 해도 1000메가와트로 어지간한 핵발전소 규모와 맞먹는다.(헬렌 칼디코트, ‘핵발전의 신화’, 영국의 혁명적 좌파 월간지 《소셜리스트 리뷰》 2006년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17년에 발표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핵발전소는 1킬로와트시당 탄소 35그램을 배출한다. 영국 서섹스 대학의 벤자민 K. 소바쿨 교수 등이 2008년에 발표한 ‘핵발전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 비판적 연구’는 핵발전의 탄소 배출량을 1킬로와트시당 1.4~288그램(중간값은 66.08그램)으로 추산했다. 같은 방식으로 추산한 풍력 발전소의 탄소 배출량은 9~10그램, 화석연료 발전소의 배출량은 443~1050그램이었다.

출처 : 벤자민 K. 소바쿨 외, ‘핵발전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 비판적 연구', 2008.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14년 보고서에서 그 양을 3.7~110그램으로 보고한 바 있다.

마크 제이콥슨은 2019년 ‘지구온난화, 대기 오염, 에너지 안보에 대한 핵발전의 평가’에서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핵발전소 건설의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핵발전은 육상풍력 대비 9~37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③ 안전하다?

어처구니없게도 빌 게이츠는 핵발전소 사고로 사망한 사람 수가 자동차 사고로 죽은 사람 수보다도 적다며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회피하거나 통제가 가능한 위험이 있는가 하면 핵발전처럼 개인의 회피 노력이나 통제력이 결과에 거의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비교하는 것은 속임수일 뿐이다. 어떤 지역에서 자동차 사고가 많이 난다고 후쿠시마에서처럼 인근 주민 수십만 명이 이주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자동차 사고는 차도에서 떨어져 있으면 대체로 안전하지만 후쿠시마 주민들은 그런 종류의 위험에 노출된 것이 아니었다. 방사선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후쿠시마 사고 현장 자동차 사고와 비교하는 건 속임수일 뿐 ⓒ출처 Greg Webb/IAEA

방사선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중 지금까지 가장 권위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 연구는 미국과학아카데미가 2006년에 발표한 것이다. 이 기구는 민간기구이지만 하원의 결정에 따라 설립됐고 미국 연방정부에 과학 정책을 자문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핵폭탄 피해자 12만여 명과 다른 방사선 피폭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의 핵심 결론은 ‘안전한’ 방사선량은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아주 낮은 방사선 노출에서도 방사선 노출과 암 발생률 사이에 비례 관계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저선량 전리방사선 노출에 의한 건강 위험도: BEIR VII – 2상》)

방사성 물질은 입이나 코, 눈, 피부 등 다양한 경로로 체내로 들어올 수 있는데, 이 경우 체외 방사선 피폭과 달리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으므로 그 효과를 신중히 따져 봐야 한다. 그러나 이 분야에 관한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각국 정부와 IAEA 등은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해를 숨기고 조작해 그 규모를 최소화해 왔는데, 1959년 IAEA와 국제보건기구(WHO) 사이의 협정은 그런 노력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이 협정에 따르면 WHO는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하려면 사실상 IAEA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올리버 티켈, 영국 일간지 〈가디언〉, 2009년 5월 28일자)

④ 비용이 적게 든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비용을 고려했을 때 한국에서는 2025년까지도 핵발전이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비용 추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핵발전소 폐로 비용을 석탄 발전소와 같은 전력 생산량 1메가와트시당 0.03달러로 계산했다. 이는 핵발전소의 수명이 길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터무니없는 수치이다. 사실상 방사성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인류가 콘크리트나 철 구조물 등을 사용한 지 수백 년밖에 안 된 것을 고려하면 이런 폐기물을 수만 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엄밀하게 말해 아직 알지 못한다.

IEA의 계산 방식에 따르더라도 미국, 중국, 프랑스, 인도에서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이 핵발전소보다 더 경제적이다.

후쿠시마 사고 등이 보여 주듯이, 대형 사고라도 나면 그 처리 비용은 천문학적 수준으로 늘어난다. 일본의 민간 연구기관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처리 비용이 약 826조 264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 정부는 사고 처리 기간을 30~40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계획대로 됐을 경우의 얘기다.

핵발전 신기술은 대안 못 된다

: 4세대 핵발전, 진행파 반응로, 핵융합

방사성 물질을 적게 만들어내고, 사고 위험도 적으면서도 저렴한 핵발전 기술을 개발하려는 시도도 계속돼 왔다. 그러나 지금 사용되고 있는 가압형 경수로 등 2세대 핵발전 이후 개발된 기술들 중에 상용화 단계에까지 도달한 기술은 없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인 테라파워의 ‘진행파 반응로’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처럼 말했지만 이 발전소는 아직 설계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개념대로라면 이 발전소에서는 핵분열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예전에는 폐기물로 여겨지던 우라늄238을 플루토늄으로 전환시키고, 다시 이 플루토늄을 연료로 사용해 가동된다. 연료를 만들어내는 발전소라는 뜻에서 ‘증식로’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런 반응을 유도하려면 냉각제로 액체나트륨을 사용해야 한다. 액체나트륨은 공기와 접촉하면 폭발할 수 있는 물질이므로 한층 정교한 안전장치들이 필요하다. 또, 이 발전소는 60년 동안 연료봉 교체 없이 자동으로 운전돼야 하는데, 그 기간 동안 고온에 노출되는 각종 구조물들이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한국원자력연구원, ‘진행파 원자로 기술 타당성 분석’, 2011년)

다른 구조를 갖고 있지만 비슷한 원리를 적용해 운영하려던 일본의 몬쥬 고속로는 수십 년 동안 시험 가동과 정지를 반복하다가 결국 액체나트륨 누출 사고가 반복돼 2013년 최종 폐쇄됐다.

사고가 반복돼 폐쇄된 몬주 고속증식로

이런 기술들은 사용후 핵연료를 다루는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핵무기 개발의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이런 신형 핵발전소가 전 세계에 두루 설치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핵융합에 대해서라면 빌 게이츠 자신이 인용한 한 관계자의 말이 잘 보여 주듯이 “앞으로 40년은 더 남았고, 아마도 항상 40년 남을 것이다.”

핵발전과 제국주의

이토록 위험하고 비싼 핵발전을 지배자들이 계속 유지하려는 이유는 명백하다.

핵에너지는 전기가 아니라 전쟁을 위해 태어났다. 1945년에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된 지 6년이 지나서야 핵에너지는 전기를 만드는 데 이용되기 시작했다.

“1953년에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가 ‘평화를 위한 원자력’을 제창했을 때, 그것은 미국의 핵무기 양산 체제의 조건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 오늘날 여러 국가들이 원전을 운영·확대하고자 기를 쓰는 것은 결코 전력 수요를 충족하려는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핵무기를 확보하고자 하는 야망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고故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이를 위해 각국 정부는 핵산업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을 쏟아붓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960~2008년에 핵발전에 지급된 각종 보조금이 같은 기간 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 가격의 140퍼센트에 이른다.(‘우려하는 과학자 연합’, 2011)

자본가들이 이런 비용을 기꺼이 감수하는 이유는 자국 군사력이 세계 자본주의에서의 경쟁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렇게 생산된 전기를 싸게 이용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다.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는 폐기물이나 안전 비용을 누락하는 것도 용인되는 이유다.

오늘날 일부 탈핵 활동가들은 이처럼 핵발전이 근본에서는 핵무기 개발 노력임을 지적하는 데 소홀하다. 이는 주류 환경운동이 자본주의 체제 자체와 제국주의에 도전하지 않고 심지어 그 질서를 인정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물론 이들이 핵무기를 용인한다는 뜻은 아니다.

일부의 일탈 아니다

그러나 제국주의 열강 사이의 지정학적·경제적 경쟁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의 작동 방식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기후 변화나 핵발전이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 원리에서 비롯한 문제라기보다는 일부 기업들이나 정부의 일탈로 보고 체제 내에서 교정 가능한 문제라고 여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환경 엔지오나 녹색당 등은 로비나 입법 지원, 혹은 선거에 직접 출마해 국회·정부로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을 채택한다. 환경운동연합 출신으로 민주당 위성정당을 통해 국회에 진출한 양이원영 의원은 그 최근 사례일 뿐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는 기후 변화나 핵발전 문제는커녕 어지간한 환경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체제가 낳은 결과’라는 인식이 아직 체제 자체에 맞서지는 않는 운동에 불참하는 핑계가 돼선 안 되겠지만, 그 인식 자체를 회피하면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다. 특히 화석연료와 핵발전은 그 규모와 지배자들에게 있어서 중요성을 봤을 때 체제 내에서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는 마치 살아 있는 사자의 가죽을 벗기려는 시도와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파리 협약을 탈퇴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고무했지만, 바이든은 파리 협약에 가입하고는 화석연료 사용을 방치한다. 민주당 정부와 공화당 정부 모두 여러 차례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화석연료와 그 최대 매장지인 중동을 손아귀에서 놓지 않으려 한다.

박근혜는 월성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시켰지만 문재인은 월성 핵발전소를 폐쇄하고는 나머지 24개 핵발전소를 그대로 가동한다. 4개는 추가로 건설중이고, 2개는 건설 허가가 보류된 상태다. 박정희는 대놓고 핵 개발을 시도하다가 미국의 반대 때문에 포기해야 했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핵 개발을 시도하다가 적발돼 IAEA의 사찰을 받은 바 있다.

즉, 지배자들은 말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와 자국의 경쟁력을 위해 같은 선택을 한다. 이들 모두 자본주의 체제의 수호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보지 못하면 기후 위기라는 어마어마한 위협 앞에서 핵발전이라는 수단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혹은 탈핵을 위해 석탄 발전까지는 아니어도 가스 발전은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느 쪽으로 나아가든 기후 변화와 핵발전 모두 제때 막지 못할 것이다.

지배자들이 화석연료와 핵무기 둘 중 하나라도 포기하게 하려면 그들의 수중에서 경제적·정치적 권력을 빼앗아 와야 한다. 이는 거대한 아래로부터의 대중 행동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런 대중 행동을 건설하려면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운동들 속에서, 운동을 전진시키기 위한 토론과 논쟁을 회피하지 말고 선진적인 사람들을 규합하는 일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

기후 위기의 위협이 너무 큰 나머지 일부 환경운동가들조차 핵발전 불가피론에 이끌리곤 한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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