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이 직접고용과 처우개선을 위해 투쟁을 재개했다. 노동자들은 변하지 않은 건강보험 공단 측의 태도에 항의하며 3월 8일, 10~12일 간 지역별로 다시 재파업을 했다.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2월에 24일간 전면 파업을 했고, 시민·사회단체의 중재 노력을 기대한다고 밝히며 2월 25일 파업을 중단했었다.

3월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호남제주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광주지회 파업 결의대회 ⓒ제공 공공운수노조

중재단은 사측과 만나 직영화를 위한 논의 테이블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직접고용은 절대 안 된다는 공단 측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3월 10일 진행된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와 공단 기획상임이사의 면담에서도 사측은 직영화 논의는 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보건의료 시민운동 출신으로 개혁파 인사로 여겨져 왔다.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등 ‘적극적 고용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결정권을 갖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외주화를 이용해 고용주 책임을 회피해 왔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건강보험공단에서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업무를 하면서도 간접고용이라는 이유로 공단 직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루에 120건 넘는 전화를 받으면서도 임금은 늘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렀다. 코로나19 감염으로 확진자까지 나왔지만, 방역 문제에서 공단·하청업체 모두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고 고객센터 의존도가 높아져 업무가 폭증하면서 불만이 크게 늘었다. 동시에 고객센터 업무의 중요성도 커졌다. 이런 불만과 자신감이 결합돼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데 동력 구실을 했다.

건강보험공단 사측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3자 협의체 구성 제안만 되풀이하며, 직영화 논의를 거부했다. 그러나 사측이 직영화 반대의 명분으로 정규직 직원들의 반대를 내세우는 것은 고용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일 뿐이다.

4대 보험 공단 중 건강보험 고객센터만 직접고용하지 않은 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고객센터 노동자들도 직접고용됐다.

사측의 행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갈등을 부추기는 비열한 짓이다. 건강보험공단 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나쁜 태도를 취하지만, 그렇다고 정규직 노동자들 모두가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고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사측은 임금 등 처우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정규직 노동자들과 더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로를 탓하게 만들어 책임을 회피하려는 속셈인 것이다.

재파업

사측의 이런 태도에 분노해 옳게도 노조는 투쟁을 재개했다. 앞으로 기습 파업 등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장에서 재파업을 하자는 분위기가 적지 않고 대구에서 지회가 만들어지며 투쟁에 합류하는 것을 보면 노동자들의 불만뿐만 아니라 투지도 괜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지난번 3주간 파업으로 사측의 양보를 얻어내지는 못했지만, 투쟁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얻은 효과일 것이다.

노동자들은 생애 첫 투쟁에 나서 가려졌던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다. 정규직노조 집행부의 직접고용 반대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투쟁으로 파업에 대한 큰 지지와 응원도 얻어냈다.

파업 기간 동안 고객센터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조금이나마 늘어나는 변화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수 언론들이 ‘공정성 논란’을 부각해 정당성을 흠집 내려던 시도는 별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앞으로 이어질 투쟁에서도 이런 성과를 더 확대해 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노동자들은 첫 파업을 겪으며 많은 것을 배웠지만, 사측의 강경한 태도를 꺾지 못한 것에는 아쉬움을 크게 느낀다. 2월말 파업 중단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상당했던 것이나 최근에도 재파업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노동자들이 적잖은 것에서 이런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파업이 3주가 넘게 지속됐음에도 건강보험공단 업무를 마비시키거나 상당한 차질을 주지 못한 것을 아쉽게 느낄 것이다. 파업 직후 일시적인 업무 차질이 빚어졌지만, 곧 공단측이 파업 조합원 950명을 제외한 600여 명의 비조합원과 정규직 직원들을 동원해 파업 효과를 최소화했다. 그 결과 업무 마비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장 노동자들의 행동과 연대 확대가 관건

최근 고객센터지부가 기습 파업 같은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이런 파업의 효과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습 파업은 사측이 신속하게 업무 공백을 메우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뿐만 아니라 파업의 효과를 더 키우기 위해서는 대체인력 투입에 반대하는 것이 결합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기습적으로 파업에 돌입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측은 대체인력이 업무를 처리하도록 조처할 수 있고, 차후 이에 대비한 대체 업무를 포함한 비상 대응 태세를 갖춰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조합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체인력 구실을 하지 않을 것을 설득하고 촉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투쟁 속에서 노동자 연대를 확장해 나가는 방식일 것이다. 이런 활동에 진전이 생기면, 힘을 모아 더 실질적인 대체인력 저지 활동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건강보험공단 정규직노조 집행부가 직고용에 반대하며 정규직 조합원의 대체인력 동원에 반대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설사 비정규직의 요구를 지지하지 않는다 해도, 사용자의 파업 파괴를 용인해 노동자 단결을 허물어서는 안 된다. 길게 보면, 이는 제 발등 찍기일 뿐이다.

반면, 공공운수노조 집행부는 파업에 대한 연대를 확대하려고 산하 노조들의 지지를 독려하고 조직했다. 같은 산하 노조이자 비중 있는 정규직 노조가 파업 요구에 사실상 반대했는데도 그렇게 했으니 매우 잘한 일이다.

하지만 정규직노조 집행부의 직고용 반대와 대체인력 용인을 어떤 형태로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정규직노조 집행부가 당장 태도를 바꾸진 않는다 해도 상급 노조가 원칙있는 태도를 보여 줘서 투쟁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지지해야 한다. 그것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힘을 북돋을 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지지를 넓혀가는 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파업 효과가 제약되고 사측의 태도도 바뀌지 않자, 파업 지속에 부담을 느끼면서 제3자의 중재를 통한 해결 시도 같은 것을 하나의 방법으로 봤을 법하다. 김용익 이사장이 시민사회 단체 중심의 중재단 구성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자 혹시나 하는 기대도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사측은 중재단과 만나 대화는 했지만, 태도는 바꾸지 않았다. 사측은 중재단과의 논의를 통한 절충보다도 중재단 구성을 빌미로 파업을 종료시키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사측은 대체인력으로 업무 마비를 막으면서도, 하중은 가중되고 파업 장기화로 논란이 지속되는 것도 부담스럽게 여겼을 것이다. 결국 파업이 중단돼 이런 부담이 사라지자 사측이 그동안의 태도를 바꿀 필요는 더 없어진 것이다.

이런 점들을 볼 때, 결국 요구 쟁취의 열쇠는 현장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을 고무해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강화하고 파업 효과를 높이는 것에 있음을 보여 준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힘과 잠재력을 극대화해 앞으로 투쟁이 더욱 전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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