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사 ‘호원’의 광주공장 노동자들이 공장 점거파업 4일 만에 승리했다.

3월 20일 오전 노조 탄압 중단과 노조활동 보장에 관한 합의안이 나왔다. 지회장 등에게 가해진 모든 해고·징계 철회, 부당노동행위 금지와 사내외 노조 활동 보장, 금속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차별 대우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의 쟁의에 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고, 파업 기간 임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사 위원회를 설치해 앞으로 협상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노동자들은 파업 현장에서 열린 총회에서 거수 투표로 합의안을 만장일치 통과시켰고, 자신감 있게 구호를 외치며 공장 안을 행진했다. 즉석에서 승리 보고대회가 열렸다. 보고대회에는 호원지회 조합원들만이 아니라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투쟁에 연대해 온 진보당 등 단체 활동가들과 인근 노조 조합원 200여 명이 참가했다. 공장 안에서 생산라인을 점거하고 있던 조합원들, 공장 밖에서 이 노동자들을 엄호해 온 조합원들과 연대 대오가 서로 부둥켜 안고 눈시울을 붉히며 환호했다.

3월 20일 오전 호원 광주 공장 앞에서 열린 승리보고대회 ⓒ김지태
부둥켜 안고 기뻐하는 노동자들 ⓒ김지태

한 젊은 노동자는 “이번 투쟁으로 요구의 90퍼센트를 쟁취했다”고 기뻐하며 말했다. “이제 친사측 노조 조합원들도 설득하면서 단결해 조건을 개선해야 합니다. 최근 회사가 노동강도를 대폭 올렸습니다. ‘우리가 기계냐’고 불만이 많습니다. 동종업계 최저 수준인 임금도 개선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전근대적 노무관리”에도 분통을 터뜨려 왔다.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을 함부로 부리며 막말과 욕설을 하고, 작업 중에는 화장실도 못 가게 하고, 작은 트집을 잡아 경고장을 남발해 왔다면서 말이다. 이번 투쟁으로 자신감을 높인 노동자들은 사측의 통제력에 도전할 힘도 얻었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그냥 당하던 어제의 우리가 아니다” 하는 말이 보여 주는 바다.

승리의 비결

이번 승리의 열쇠는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이었다.

금속노조 호원지회는 최근 광주지방노동청이 회사 대표이사 등 9명을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송치하자, 이를 계기로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수년의 재판과 연동해 투쟁을 장기화하기보다 “이번에 끝장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점거 파업에 돌입해 공장을 멈춰 세웠다. 호원은 기아차 광주 공장에 차체 부품을 공급하는 유일한 1차 협력업체였다. 그러다 보니, 호원뿐 아니라 호원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한 기아자동차 광주 공장이 생산 타격을 입었다. 호원 노동자들이 공장 점거파업에 나선 3월 16일부터 기아차 광주공장 1·2·3 생산라인 가동이 모두 멈췄다. 점거파업이 종료된 3월 20일 오전까지 수천 억 원의 생산 차질을 본 기아차 사측은  “광주 노동청이나 광주시가 조속한 중재·조정에 나서 달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는 부품사 노동자들의 투쟁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 준다. 부품사 노동자들이 생산을 멈추면 원청사 생산에도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힘 말이다. 기아차 광주 공장에 부품 재고가 없었던 데다 호원을 대체할 생산업체를 찾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효과가 더 컸다.

이 점은 부품사 노동자들이 생산 조직방식의 변화 속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보여 준다. 예컨대,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세계 자동차 기업들은 생산의 유연성을 높여 수익을 더 내려고 부품 재고를 매우 적게 유지하는 ‘적시 생산 방식’을 채택해 왔다. 그러나 이 방식은 역으로 노동자들의 저항에 취약성을 드러내기도 한 것이다.

호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광주시가 공들여 추진한 ‘광주형 일자리’의 추악한 실상을 만천하에 폭로하기도 했다. 호원은 광주형 일자리 ‘선도 기업’으로 선정돼 광주시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아 온 대표기업이다.

그런데 “적정” 임금·노동조건과 “노사 상생·협력”을 추구한다는 광주형 일자리 ‘선도기업’의 실체는 그와 거리가 멀었다. 호원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악랄한 노조 탄압에 시달렸다. 노동자들은 설움을 토로했다. “회사는 노동자들은 추워서 손이 얼어도 고작 작은 난로 하나만 줬지만, 기계는 고장날까봐 큰 히터를 틀고 포장까지 했습니다. 회사는 사람보다 기계가 더 소중했던 겁니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광주형 일자리’의 실체가 드러나자, 광주시도 난처한 상황에 처해 사측에 조속한 해결을 압박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후보로 출마했던 호원 회장 양진석이 후보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마침 전국 정세도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4월 재보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인데다 정부는 부패 문제로 코너에 몰리며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호원 점거파업 현장에 경찰을 투입해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어려웠다. 노동자들이 유리한 정세를 적극 이용해 싸우는 것이 효과적임을 보여 준다.

노동자들이 점거를 하는 동안, 공장 밖에서는 연일 연대 집회가 열렸다. 침탈에 대비해 밤샘 농성도 벌어졌다. “지지가 크다는 것을 매일 느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힘을 받아 처음에는 하루 정도 생각했던 점거가 더 길어지게 됐습니다.”

요컨대, 호원 노동자들은 유리한 정세 속에서 단호하게 싸워 성과를 거뒀다. 이번 승리를 디딤돌 삼아 앞으로 남은 노동조건 개선 등을 위한 투쟁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길 바란다.

3월 19일 금속노조 결의대회 ⓒ김지태
ⓒ김지태
“존중받고 살자” 공장을 점거하고 집회하고 있는 노동자들 ⓒ출처 민주노총 광주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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