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의 민중사》 도니 글럭스틴 지음, 김덕련 옮김, 오월의 봄, 596쪽, 27,000원

제2차세계대전을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에서 다룬 한국어로 된 책은 찾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에서 이 주제를 다룬 흥미로운 책 《2차 세계대전의 민중사》(오월의봄, 2021)가 번역·출간됐다.

저자인 도니 글럭스틴(출판사는 저자의 성을 “글룩스타인”으로 표기했으나 저자 자신이 부르는 발음을 따라 “글럭스틴”으로 표기한다)은 영국의 혁명적 정당인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당원이고 에든버러대학교에 재직 중인 마르크스주의 역사가이다.

글럭스틴은 이 책에서 연합국이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파시즘에 맞서 싸웠다는 신화를 반박한다. 연합국들은 파시즘이 발흥하던 때가 아니라 추축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협할 때가 돼서야 비로소 움직였다.

나치의 점령은 그에 맞선 저항을 불렀는데, 그런 저항에 참가한 대중은 나치를 몰아내는 것뿐 아니라 기본적인 사회 질서를 바꾸려는 염원도 드러냈다. 연합국은 이런 염원을 결코 달가워하지 않았다. 대중적 저항 운동이 일어난 그리스에서는 가차 없이 짓밟기도 했다.

글럭스틴은 여러 사례를 통해 연합국의 진정한 관심사가 해방과 민주주의에 있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예컨대, 나치의 꼭두각시 정권인 비시의 프랑스령 북아프리카를 점령한 미국은 현지 통수권자 자리에 나치 협력자인 프랑수아 다를랑을 다시 앉혀서 하수인으로 삼고자 했다. 프랑스는 나치 점령에서 벗어난 후에도 비시 정부 인사였던 장 드쿠를 통해 베트남을 계속 지배했다.

독일이 마침내 항복했을 때 연합국은 나치 정권이 붕괴하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안티파’(반(反)파시즘, 주로 공산당이 주도했다) 조직들보다는, ‘질서 유지’를 위해 남은 나치들과 협력하는 편을 선호했다. 한국에서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나치 전범 처벌은 결코 철저하지 않았다.

한편, 인도네시아인들은 독립을 쟁취하려고 추축국인 일본뿐 아니라 연합국인 영국·네덜란드와도 무장 투쟁을 벌여야 했다.

여기서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그 외에도 제2차세계대전에서 나타난 여러 흥미롭고 고무적인 저항 사례들과 그 저항의 다양한 계급적·민족적 측면을 글럭스틴은 보여 준다.

병행?

그런데 글럭스틴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제2차세계대전의 성격을 수정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즉, 제2차세계대전이 “제국주의 전쟁”과 “인민 전쟁”(한국어판에서는 “민중의 전쟁”으로 번역했는데 ‘민중’이라는 말의 특수한 형성 과정으로 인한 그 내포 때문에 오해를 자아내는 표현인 듯하다)이 나란히 진행된 “평행전”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공식은 혼란스럽다. 예컨대 글럭스틴은 나치 점령 하의 무장 저항과, 식민지에서 벌어진 민족해방투쟁 등을 “인민 전쟁”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뭉뚱그린다.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나 노동자 파업 등도 연합국 내의 “인민 전쟁” 사례로 제시된다. 하지만 연합국 내에서 내전이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제2차세계대전이 제국주의 전쟁이기도 하고 인민 전쟁이기도 했다는 규정은 결국 그 전쟁이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이었다는 신화에 문을 열어 주기 쉽다.

이런 난점들 때문에 글럭스틴의 “인민 전쟁”과 “평행전” 개념에 관한 비판적인 평가도 있다.(Leandros Bolaris, “Two in One?” http://isj.org.uk/two-in-one/ 이 글은 글럭스틴의 책이 나온 뒤 혁명적 좌파 계간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에 실린 비평이다.)

마지막으로 짚을 점이 있다. 번역의 아쉬움인데, 원문 대조 없이는 뜻을 분명히 알기 어려운 문장들이 꽤 있거나 명백한 오역도 적잖다. 책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사정이 조금 낫지만 기자는 결국 원서와 대조해 가며 읽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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