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패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더욱 추락하고 있다. 최근 〈데이터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의 지지율은 31.4퍼센트로 한 달 전보다 12.2퍼센트나 추락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가 부패 문제로 탄핵된 뒤에 등장해 스스로 정의와 공정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이 정부 하에서도 부패 문제가 나아지지 않았음을 보여 준 것이다.

이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불평등이 심화돼 온 것 때문에 커져 온 대중의 환멸에 기름을 부었다.

LH 사태는 문재인 하에서도 정부 부패가 여전함을 보여 줬다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토부장관 변창흠(전 LH 사장)

정부와 민주당 정치인들은 불만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의 내곡동 땅 문제와 부산시장 후보 박형준의 엘시티 투기와 부패 의혹 등을 부각하면서 말이다. 구체제 세력의 일부인 이들이 부패했다 해도 아무도 놀라지 않을 텐데 말이다.

지난 수십 년간 권력을 누리며 온갖 부정부패를 저질러 온 우파들의 부정·부패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이명박은 온갖 부정·부패로 전과 16범이라는 의혹을 받고도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던가. 그리고 지금 감옥에 가 있다. 우파 정치인들의 부패가 현 정부의 부패 행각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꼬리 자르기

친노 좌장 격인 이해찬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위에는 맑아지기 시작했는데 아직 바닥에 가면 잘못된 관행이 많이 남아 있다”며 마치 일선 공직자들의 문제인 양 사태를 축소하고 나섰다.

정부의 수사 방향과 대책도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맞춰져 있다. 얼마 전 진행한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이번 사태의 대책으로 공무원 재산 등록 대상 기준을 4급 이상에서 7급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한다. 심지어 정부는 앞으로 공공기관 임직원의 부패가 발생하면 공공기관 임직원 전체가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하는 대책도 추진할 계획이다. 주로 고위 관료들이 저지르는 부패의 책임을 일선 공무원들에게 떠넘기려는 것이다.

최근 LH 부패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LH 사장이었고, 이번 사태를 처음에 감싼 장본인인 변창흠을 아직도 국토교통부 장관에 유임시키고 있는 청와대가 일선 꼬리 자르기 하려는 것은 메스꺼운 위선이다.

특히, 정부는 지금까지 국토부가 포함된 ‘셀프 조사’를 하며 시간을 끌고, 껄끄러운 검찰과 감사원은 배제하며 수사를 통제하고, 투기 의혹이 제기된 토지 전수조사를 한사코 피하고 있다. 진정한 권력자들의 부패 문제로 사태가 확대되는 것을 막고 있다.

최근 부정한 투기에 연루된 것으로 거론되는 민주당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이 벌써 10명이나 된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여당과 야당은 국회의원 전수조사 등을 하기로 했다지만 구체적인 추진은 하지 않고 어영부영 시간만 끌고 있다. 여야는 또한 땅 투기 공직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지만 소급 적용은 하지 않기로 해, 이번 부패 사안에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이러니 국민의 70퍼센트 이상이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조사를 믿지 않는다고 응답하는 게 당연하다.

부패  —  시장과 국가가 구조적으로 얽힌 문제

정부는 이번 문제가 “적폐”라며 옛 정권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서 생긴 문제로 취급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패 문제는 자본주의 경제의 이윤 논리 속에서 계속해서 싹튼다는 것을 봐야 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국가가 벌이는 개발 정책에는 수익 추구와 이에 따르는 온갖 투기·부패 문제가 끼어들 수밖에 없다.

신도시 개발뿐 아니라 공항, 도로, 철도를 짓거나 산업단지를 조성할 때마다 투기와 부패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 드러났듯 많은 고위 공직자들은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투기를 벌일 뿐 아니라, 막강한 권력이 있는 자들은 아예 자신이 이득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추진을 압박하기도 한다.

게다가 정부 관료들이나 정치인들과 기업들 사이에 더 큰 규모의 유착과 뇌물 수수가 오가는 일도 흔하다. 4대강 사업이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뿐 아니라 수천억 원이나 수조 원에 이르는 정부 사업 수주를 위해 건설사들이 입찰 비리를 벌이는 일은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건설 수주를 통한 부패는 정치인들이 정치 자금 마련을 위한 통로로도 쉽게 활용된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부패 문제는 더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 국가의 성격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기업들의 이윤 논리와 동떨어진 중립적인 기구들이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국가 권력 통제자들은 다른 나라의 국가 권력 통제자들과 경쟁하기 위해 자국의 자본주의 경제를 더욱 성장시켜야 한다는 이해관계를 갖는다.

군사력을 확대하고, 국내 통치를 공고하게 할 경찰이나 검찰, 관료층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도 자본주의 경제가 더욱 성장해야 한다고 보고 이를 위해 자본 축적에 이해관계를 가진다.

그래서 정부의 투자는 기업의 이윤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맞춰져 있다. 이와 같은 국가와 기업들 간의 긴밀한 상호관계 속에서 부패 고리가 형성된다.

기업들도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국가 기구를 활용해 더 많은 이익(개발 이익 포함해)을 얻고, 자신이 원하는 정책들이 추진되게 하기 위해 정부 관료들과 (뇌물이나 향응 등으로) 선을 대려 한다. 정부 관료들도 이런 관계 속에서 이득을 얻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식으로 정부 권력자들과 기업 권력자들 사이에 씨줄과 날줄처럼 부패한 관계들이 형성된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패는 국가와 자본의 상호의존 속에서 구조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이 속에서 부패한 공직자들의 개인적 치부 행위도 만연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LH와 서울주택공사(SH) 등도 서민주택 공급을 목표로 한다고 하지만, 시장 경제와 민간 기업들의 이윤에는 타격을 입히지 않으려는 방향 속에서 이를 추구했다. 그래서 LH와 SH 등은 공공임대주택을 매우 제한적으로 공급해 왔다. 반면 민간 건설사들에게는 공적으로 수용한 토지를 제공하고 건설 시공을 맡기며 개발 이익을 나눠먹는 긴밀한 공조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래서 위례 신도시에서는 LH와 SH가 건설사들에게 공공택지를 매각하고 아파트를 비싸게 분양하는 과정에서 건설사와 개인 투자자들이 23조 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올렸다(경실련).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공직자들의 부정한 투기와 부패가 더욱 부추겨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파들은 LH 공직자들의 부패를 계기로 국가 주도 개발 정책이 아닌 민간 시장 중심의 정책을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으로 시장을 강화한다고 해서 부패가 줄어든다는 근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이윤 경쟁이 강화될수록 이를 위해 기업들이 국가 관료에게 선을 대며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시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토지공개념?

한편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토지공개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토지공개념은 미국의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가 제안한 것인데 토지를 통해 얻는 불로소득을 규제해야 한다는 정책이다. 그러나 정부가 여전히 3기 신도시 등 친시장적 주택공급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여권 인사들이 토지공개념 운운하는 것은 위선적인 언사일 뿐이다.

물론 진보·좌파 일각에서도 토지공개념과 (좀 더 나아가) 토지 국유화를 요구하는 주장이 나온다. 이는 부자들이 벌어들이는 불로소득을 환수하자는 것으로 그 취지에는 공감할 만한 측면이 일부 있다. 그러나 대기업과 부유층이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토지 국유화나 토지공개념(토지 소유에 따라 이득 몰수)은 지배계급 전체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토지공개념은 현실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토지공개념이 일부 실행된 사례는 바로 좌파가 가장 강력했던 노태우 정권 때였다. 노태우 정부는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 환수제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우파 세력이 이 법들을 터무니없이 ‘사회주의’, ‘사유재산 부정’ 등으로 공격하고, 헌법재판소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판결 등을 내리면서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지배자들은 이 정도의 세금 인상도 용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를 달성하려면 토지 소유주들(이들은 주로 자본가들이다)에 맞선 혁명적(또는 준혁명적) 투쟁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혁명에 육박하는 투쟁이 벌어진다면 왜 굳이 토지 국유화에서 멈춰야 할까? 그런 기회가 왔을 때 토지뿐 아니라 자본 자체를 노동자들이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노동자 국가의 건설을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진정으로 부패 없는 사회를 건설하고 노동자·서민을 위해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 해도 자본주의 체제에 전면적으로 도전하는 대중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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