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재개발이 최고의 부동산 대책이라는 오세훈 자신이 유발했던 용산참사가 “철거민들의 과도한 폭력행위”탓이었다는 망발을 했다 ⓒ출처 오세훈 페이스북

오세훈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이는 모습은 과거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그는 2011년 서울시장에 두 번째 당선하자마자 한 끼에 3000원 남짓한 무상급식 시행을 막겠다고 시장직까지 걸었을 정도로 충실한 신자유주의 우파 정치인이다.

오세훈은 3월 29일 서울시장 양당 후보의 첫 TV 토론회(MBC 100분토론)에서도 “복지가 이런 식[보편복지]이어선 안 된다는 방향성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고, 의의와 정당성이 있었다”며 무상급식을 반대한 자신의 과거를 옹호했다.

그가 반성 운운한 이유는 서울시장 직을 섣불리 내려놓아 우파가 3번 연속 차지했던 서울시장 자리를 10년이나 잃게 만든 것을 자기 편(우파)에게 사과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3월 29일 TV 토론회에서도 박영선에게 천안함이 누구 소행이냐고 물었다. 누가 봐도 구태의연한 사상 검증 토론이 생각나는 색깔론 질문이었다.

오세훈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우파가 태극기부대를 적극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10월 전광훈이 주도하는 태극기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핏대를 세우며 강성 우파의 환심을 사려 했다.(그런데 박영선도 전광훈이 참석한 한기총 집회에서 우파적 발언을 한 바 있다. 도긴개긴인 것이다.)

오세훈은 최근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해야 한다는 위험천만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오세훈은 선거를 의식해 당내 경선, 안철수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친박 강성 우파들과 다른 듯 보이려고 해 왔지만 역시 본능은 속일 수 없다.

어게인 뉴타운?

오세훈은 자기의 전임 서울시장이던 이명박에게서 물려받은 무자비한 뉴타운 재개발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 과열과 용산 참사를 유발했던 과거도 재탕하려 한다.

오세훈은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과도한 규제로 민간이 재개발·재건축에 나서지 못하게 발목을 묶었기 때문에 지금의 사달이 났다고 한다. “규제 철폐로 스피드 주택 공급”이 필요하고 “스피드는 민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오세훈은 재개발 촉진 외에도 한강변 아파트 고층 규제 완화, 용적률 상향 등 투기로 이어지기 십상인 민간 투자 활성화 중심의 대책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민간 건설사가 스피드로 주택을 공급한다면, 그것은 그만큼 이윤이 보장되기 때문일 것이고, 그 보장은 부동산 투자·투기 수요가 높아야만 가능하다. 결국 민간 공급 확대와 투기 활성화는 함께 가는 관계인 것이다. 이는 제3기까지 수도권 신도시 계획, 즉 대형 개발 계획이 매번 조직적 부정부패 투기 사건으로 얼룩진 이유였기도 하다.

결국 오세훈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비판하는 것은 부자들의 이익을 위해서다.

뉴타운 광풍을 조장한 이명박-오세훈의 서울시도 당시 노무현 정부 못지않게 서울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범이었다.

당시 오세훈은 전임 이명박이 풀어놓은 뉴타운 재개발 광풍을 두 배로 확장하는 공격적인 정책을 내놨다. 마침 노무현이 분양가 규제 약속을 뒤집었다. 결국 분양가 자체가 상승하면서 건설사들과 서울 땅부자·집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후 4년 동안 서울 집값은 26퍼센트 넘게 올랐다. 전세도 따라 오르면서 높은 집세를 견디지 못한 서민들은 서울 외곽으로 계속 밀려나기 시작했다.

용산 참사

이런 밀어붙이기식 건설 붐 정책은 2009년 용산 참사라는 비극을 낳기도 했다. 용산 참사는 싹쓸이식 재개발에 저항하며 건물을 지키던 철거민 5명을 정부가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진압하다가 죽게 만들고는 사망자 가족들에게 그 죽음의 책임을 지워 처벌한 지독히 잔혹한 사건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경찰, 그리고 오세훈의 서울시는 투기꾼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짓밟았다. 그래 놓고는 세계 경제침체 속에서 용산역 개발 붐이 주춤하면서, 용산 참사가 벌어진 공간은 수년 넘게 빈 공터로 남아 있었다.

오세훈은 용산참사에 대해 사과도, 애도도, 반성도 하지 않는다. 오세훈은 최근 3월 31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철거민들의 과도한 폭력행위가 사건의 원인”이었다며 뻔뻔한 입장을 고수했다.(한편, 민주당이 용산참사 문제로는 오세훈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도 주목하자.)

사실 그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땅부자·집부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어떻게든 제한적으로 하는 데(이른바 ‘핀셋규제’) 급급했다. 그런데도 오세훈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부각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계산으로 더 저돌적인 민간 재개발·재건축이 필요하다는 노골적인 우파적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곡동

오세훈은 자신이 서울시장일 때 서울시가 추진한 내곡동 그린벨트 해제와 택지개발사업으로 아내 소유의 내곡동 땅이 공공기관에 수용됐다. 그때 무려 36억 5000만 원을 보상금으로 받았다. 분양권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직접 관여 여부는 제쳐놓더라도 오세훈이 서울시 개발 사업의 최종 책임자일 때 해당 사업으로 이익을 얻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오세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기억 앞에 겸손하겠다며 의혹 해명을 회피한다. 노무현 정부의 국토부가 관련 그린벨트 해제를 시도한 것은 기억하면서 그 뒤에 자신이 시장으로서 추진한 일은 기억이 가물하다는 것은 편리한 선택적 기억, 선택적 겸손이다. 최근 보도들을 보면, 당시 혜택을 본 내곡동 부지엔 이명박 형제의 땅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한편, 바로 그 문제의 땅에 시행된 것이 보금자리 주택 사업이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가 함께 추진했던 사업으로, 그린벨트를 풀어 그곳에 분양가상한제(시세 대비 85퍼센트 내외)가 적용된 저렴한 공공주택을 지어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분양가를 시세보다 낮춰 공급한 것 때문에 지금도 착각이 있는 듯한데, 첫 가격을 낮춰도 개인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공공) 분양이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일정 기간이 지나서 새로운 투기로 이어지는 게 당연했다. 영구임대는 전체의 15분의 1에 불과하고 70퍼센트 이상이 분양주택이었다. 공공 공급을 부각하는 문재인의 2·4 대책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현재 오세훈이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는 민간토지 임차형 주택(상생주택)도 마찬가지다. SH공사의 장기전세주택(쉬프트)과 연계한다는 것인데, 이 정책도 장기전세 기간이 끝나면 분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서 여러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낡은 신자유주의 우파의 귀환 과정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와 개혁 배신에 대한 커다란 환멸을 동시에 보여 준다. 그러나 갈증이 심하다고 소금물을 들이킬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좌파적 반대가 건설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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