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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협약 비준으로 “국격 올라가?”:
노조 불인정, 특수고용직 노조활동 제한 등 그대로

비준은 했지만 권리는 여전히 제약 껍데기 뿐인 문재인표 ‘개혁’들과 다르지 않다 ⓒ이미진

지난 2월 26일 국회가 ILO(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비준안은 ILO 기본협약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29호(강제노동 금지) 등 세 개 조항으로, ‘결사의 자유’에 관한 내용이 핵심이다. 문재인은 “ILO 가입 30년 만에 이룬 성과”라며 “국격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격 제고”에 걸맞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는커녕 국제노동기준에 위배되는 현행법의 문제점을 그대로 살려 두고 있다. 가령, ILO 기본협약과 달리, 국내법은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한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활동 권리, 간접고용 노동자가 원청 사용자와 교섭할 권리 등이 보장되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ILO 협약 비준안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그 협약에 위배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까지 내놓았다(4월 26일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ILO 기본협약 비준의 후속 조처로서 발표된 개정안이 국제노동기준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은 대법원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 판결에 따라 ‘노조 아님’ 통보 조항을 삭제했다. 그런데 행정관청이 노조 설립 신고에 시정 지시를 하고 설립 신고를 반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은 그대로 남겨 뒀다. 여전히 노동조합 설립을 자유롭게 할 수 없도록 가로막는 악법이다.

또, 개정안은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했지만, 사업장 내 활동과 임원·대의원 자격 등을 제한한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도 유지시켜 사용자가 노조 교섭권을 공격할 수 있도록 했다.

ILO 기본협약 8개 조항 중 105호가 아직 비준되지 않은 문제도 있다. 강제 노동 철폐에 관한 105호 협약은 정치적 견해 표현이나 파업 참가자에 대한 처벌로 징역형 등 강제 노동을 부과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 협약이 노역을 동반한 징역형을 허용하고 있는 집회시위에관한법률, 국가보안법과 충돌한다며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는 ILO 기본협약 비준으로 노동기본권이 크게 신장될 것처럼 요란하게 떠들었지만, 알맹이 없는 껍데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