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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증보 양극화 보여 주는 ‘K자형 회복’:
커지는 사회 불평등

올해 2분기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42.1퍼센트 성장해 꽤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기저효과에다, 미국·중국 등의 경기 회복세가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배터리 등의 전자 분야와 자동차, 철강, 해운 등에서 기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당히 성장했다. 올해 2분기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시기의 갑절에 이르는 46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전망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며 내수의 회복세는 더디고, 노동자들의 고용난과 소상공인들의 경제난도 계속되고 있다. K자형 회복 속에 불평등이 더욱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 지원을 우선해 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낳은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불평등 해소를 말해 왔지만 실제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올해 3월에 발행했던 ‘양극화 보여 주는 ‘K자형 회복’: 커지는 사회 불평등’ 기사를 최근 상황을 반영해 부분적으로 개정·증보했다. 이 기사는 최근 경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경제가 코로나19 위기에서 일부 회복하지만, 그 회복이 K자형이라는 언급이 늘고 있다. 경제 전체에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로 보면, IT·가전·포털·증권·게임 등 비대면 산업은 실적이 양호한 반면 코로나19 재확산과 함께 여행·호텔·항공·영화 등과 도소매업 등 대면 서비스업에서는 심각한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대출 이자 비용조차 벌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고 있는데, 일부 기업은 그전보다 큰 수익을 거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35조 9500억 원을 기록해 2019년보다 29.5퍼센트나 늘었다. 최근 그 폭은 더욱 커져서 올해 2분기에만 영업이익 12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5조 126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84.3퍼센트가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3조 원이 넘어 2년 반 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 부문에서 큰 이익을 거둔 LG전자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3조 1950억 원을 기록해 2019년보다 31.1퍼센트 늘었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포털 기업의 수익도 늘었는데, 특히 카카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무려 120퍼센트 증가했다.

항공·여행업 기업들이 큰 손실을 보는 것과는 온도 차이가 큰 것이다. 게다가 심각한 위기를 겪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 비대위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평균 절반으로 감소했고 40퍼센트 이상이 폐업을 고려 중이다.

노동자 간 격차 증가?

이와 같은 산업 간 격차 속에서 노동자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언급도 많이 나온다. 고용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은 열악한 도·소매업에 속한 노동자들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런 업종에 많이 종사하는 여성과 저임금·저학력 노동자들이 심각한 실업과 소득 감소를 겪었다. 이런 피해를 복구하는 것이 앞으로 노동운동의 과제일 것이다.

한편, 이를 노동계급 내 양극화로 과장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경제 회복을 위해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한다는 맥락에서다. 마치 이런 차이가 계급 간 격차처럼 불평등이 계급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 과장하는 것은 문제다.

자본주의에서 산업·기업·지역 등의 불균등으로 노동자들의 처지에 차이가 생기는 일은 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기에 노동계급의 소득은 동반 상승·감소한다. 필요한 일은 단결된 투쟁으로 상향 평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여전히 계급 간 불평등이 더 근본적이다.

● 예를 들어 지난해 상대적으로 잘 나가는 제조업 대기업에서도 CEO의 평균 연봉이 2억 원 늘 때 직원 연봉은 130만 원 줄어들었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20대 제조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연간 보수액이 2019년 평균 25억 1044만 원에서 지난해 27억 1809만 원으로 8.3퍼센트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50대 그룹 총수가 챙긴 배당금은 1조 7800억 원이 넘어, 2019년 대비 약 37퍼센트 증가했다. 반면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2019년 9535만 원에서 2020년 9410만 원으로 1.3퍼센트 줄었다.(〈이투데이〉)

● 경영권 승계를 최근 마무리한 현대자동차의 명예회장 정몽구는 지난해 퇴직금을 포함해 무려 567억 원을 가져갔고, 아들인 정의선 회장은 약 60억 원을 받아 전년보다 연봉이 15퍼센트 늘었다. 반면 지난해 현대차 직원의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각각 800만 원(남성), 600만 원(여성) 줄었다.

●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삼성전자가 올해 노동자들 연봉을 평균 7.5퍼센트(기본급 4.5퍼센트와 성과급 3퍼센트)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전자 임원들 연봉은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연봉 인상이 수십억 원에 이르렀는데, 특히 삼성전자 고문 권오현이 퇴직금을 합쳐 총 172억 원을 가져갔다. 물론 이조차 이재용 일가가 배당금으로만 1조 원 이상(이건희 7462억 원, 이재용 1258억 원, 홍라희 1620억 원)을 챙긴 것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이들의 배당금은 2019년(4900억 원)의 갑절 이상으로 늘어났다.

● 쿠팡에서는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과로사를 하는 노동자의 소식이 잇따르지만, 쿠팡 이사회 의장인 창업자 김범석은 10조 원 자산가가 됐고, 지난해 연봉으로 158억 원을 챙겨 갔다.

● 지난해 코로나19로 매출이 반토막 난 호텔신라에서 직원들의 연봉은 15퍼센트 줄었지만, 사장 이부진의 연봉은 50퍼센트나 늘었다. 이부진은 지난해 48억 9000여만 원을 연봉으로 가져갔다.

● 대한항공 노동자들은 순환휴직 등으로 급여가 평균 15퍼센트 줄었다.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더한 임금 삭감과 해고가 강요되기도 했다. 그런데 대한항공을 거느린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의 지난해 보수는 30억 9800만 원으로 전년보다 40퍼센트가 늘었다.

회사가 잘 나가는 곳에서 기업주가 수익을 대부분 챙겨 가고, 위기인 곳에서는 고통이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것이 법칙처럼 보인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라서 그렇다. 결국 계급 불평등이 본질적 문제인 것이다.

자산 불평등

지난해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며 자산 불평등은 더욱 커졌다. 상위 1퍼센트가 전체 사유지의 절반 이상을 가지고 있다. 집값, 땅값 상승으로 인해 소수 자산가들의 부가 엄청나게 커진 것이다. 주식 가격 상승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도 이런 부자들이다.

그래서 지난해 한국에서 순자산이 339억 원 이상인 슈퍼 부자가 6.3퍼센트 늘어났다. 세계 평균 증가 속도인 2.4퍼센트보다 더욱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왼쪽)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리는 쿠팡 경영진, 오른쪽)쿠팡 배송 센터 노동자들 ⓒ출처 쿠팡

문재인 정부는 이런 불평등 증가에 일조해 왔다. 기업주들을 위해서는 수백조 원의 금융 지원책과 한국판 뉴딜이라는 투자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노동자·서민을 위한 재난지원금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진행된 정부의 지원금은 대부분 기업주들을 위해 쓰였다.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조사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기업지원금은 약 70조 4000억 원이나 됐지만 노동자들의 고용유지에 쓴 돈은 약 4조 9000억 원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하락한 배경에는 바로 이런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은 평균 1억 3000만 원이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LH 공직자들의 부패와 투기 사태는 정부가 불평등을 키워온 것도 모자라 고위 공직자들이 부패까지 저지르며 치부해 왔다는 것을 드러내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처럼 계급 불평등을 증가시키고 있는 기업주들과 문재인 정부에 맞서려면 노동운동에서 계급정치와 투쟁이 성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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