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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제5차 중앙위 - 다수의 중앙위원들이 의회주의로의 경도를 거부하다

이번 5차 중앙위원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당직공직 겸직 금지(이하 겸직 금지) 조항의 삭제 여부였다.

이 조항은 당의 활동이 의회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을 제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이번 중앙위에서 겸직 금지 조항 삭제 요구가 제기됐으나 큰 표 차이로 패배했다.

중앙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적잖은 당원들이 겸직 금지 조항의 삭제를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겸직 허용론자들이 공공연하게 자기 주장을 펴기가 어려웠던 당내 분위기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었다.

먼저, 방석수 기획조정실장과 이용길 충남도당 위원장이 각각 겸직 허용과 금지의 논거를 발표했다.

방 실장은 “당의 건강성을 지키고 의회주의에 매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 제도[겸직 금지]의 출발”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겸직 허용이 되고 안 되고”가 의회주의로 기우냐 마냐 하는 문제와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성장과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의원의 역할을 통제·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용길 위원장은 “당직공직 분리를 통한 원내정당화 경계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나도 발언 기회를 얻어 겸직 금지를 주장했다. “당직공직 겸직 금지 제도가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원내 정당으로 가는 위험성을 견제할 최소한의 안전판이다.”

표결에서 겸직 허용은 125명만이 찬성해 부결됐다.

뒤이어 차영민 중앙위원이 대표에 한해서 겸직을 허용하자는 수정안을 냈다. 그러자 다른 한 중앙위원이 “가장 중요한 대표직에 겸직을 허용하자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안”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103명만이 수정안에 찬성해 이 안도 부결됐다.

투표 결과는 중앙위가 건강한 활동가들로 이뤄져 있음을 보여 줬다. 또, 여전히 많은 당원들이 당의 급격한 의회주의화를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도 했다. 그리고 당내 좌파가 겸직 금지 선동을 해 온 것도 주효했다.

최고위원을 뽑는 투표 방식도 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뜻밖에도 싱겁게 끝났다. 아마도 사전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듯하다. ‘전진’ 그룹 등이 요구해 온 1인 1표제(일반 명부와 여성 명부에서 각각 1표씩 행사하는 방식)가 별다른 이견 없이 통과됐다.

이것은 일종의 선거 규칙을 정하는 문제였는데, 〈다함께〉를 제외한 당내 소수파들은 이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었다.(‘전진’은 중앙위원회 회의장 입구에 대자보까지 부착했다.)

이 때문에 당내 ‘좌파’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겸직 금지보다 투표 방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선거 규칙 개정이 내년 1월 최고위원회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하반기 당 활동 계획에서 파병 연장 반대 투쟁이 여러 차례 언급된 것은 좋은 일이다. 이 계획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진지하게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