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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혐오·편견 드러낸 조처:
대구 북구청은 이슬람 사원 허용하라

대구 북구청이 일부 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두 달 가까이 이슬람 사원 건축을 막고 있다.

지난 2월 16일 북구청은 경북대학교 서문 근처 대현동에 건축 중이던 이슬람 사원 건축주에게 공사를 중지하라고 통보했다. 일부 주민들이 건축 반대 탄원서를 제출하자 바로 공사를 중단시킨 것이다. 351명이 탄원서에 서명했는데, 대현동 주민만을 대상으로 받았다고 가정해도 1.8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들은 ‘대현·신격동 주민 일동’ 명의로 현수막을 걸고 있다.

이들이 반대하는 사원은 61평 면적에 2층 높이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경북대 소속 무슬림 유학생과 연구자들이 이용하려고 오랫동안 십시일반 돈을 모았다고 한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북구청의 조처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2월 18일 대구참여연대가 성명을 발표해 북구청에 공사 중단 조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3월 8일에는 경북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해당 사안에서 무슬림 학생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편에 서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의결했다. 또 3월 18일에는 대구참여연대, 경북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전국국공립대교수노조 경북대지회, 인권운동연대가 공동성명을 내 북구청과 대구시가 이슬람 사원 건축 중단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치안 불안”?

사원 건축 반대 서명자 측은 이슬람을 혐오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탄원서 내용은 이슬람에 대한 편견에 가득차 있다.

탄원서는 “이슬람사원 신축시 반경 1.5킬로미터 주거밀집지역의 안전보장이 불확실”해진다고 시작한다. 심지어 “주민들의 생명보장권”을 요구한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치안이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무슬림을 잠재적 범죄자,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근거가 무엇인지는 단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편견일 뿐이다.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무슬림이 다수인 나라 출신 외국인 범죄율은 2012~2017년 내내 내국인 범죄율에 미치지 못했다(인구 10만 명당 검거 인원 기준, 《국민안전 보장을 위한 형사정책의 실효성 제고방안 연구(IV): 외국인 밀집지역의 안전현황과 정책과제》(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9)).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는 미국보다도 낮았다. 경북대의 무슬림 유학생들이 주로 이 4개국 출신이고, 이슬람 사원 건축주 6명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보다 무슬림 인구가 많은 유럽은 어떨까? 2017년 유럽 전역에서 시도되거나 성공한 테러 공격은 모두 205건인데, 그중 ‘지하드주의 공격’은 33건으로 전체의 16퍼센트밖에 안 된다.

오히려 같은 해 영국에서는 이슬람 혐오 범죄가 1200건이나 일어났고 독일에서는 이슬람 혐오 범죄가 1년에 1000건 이상 벌어진다. 이런 천대와 차별이 무슬림 중 극히 일부를 테러리즘으로 이끄는 것이다. 약 16억 명에 이르는 전 세계 무슬림을 이런 극소수와 동일시한다면 이슬람을 획일체로 보는 편견이거나 악의적인 왜곡일 것이다.

말로만 중재

탄원서는 소음과 냄새, “집단적 의식행위”로 인한 불편도 사원 건축 반대 이유로 내세운다. 그러나 사원 건설 장소에서 불과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 교회가 있다. 그런데 유독 이슬람 사원만 문제 삼는 것이 이슬람 혐오가 아니면 무엇인가?

실내 예배 장소 생기는데 소음으로 불편? 진정한 동기는 무슬림 혐오다. ⓒ조승진

한편, 우익과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사원 건축 반대 측에 합세한 듯하다. 〈뉴스민〉 보도를 보면 사원 건축 반대 집회에서 주최 측이 준비한 설명자료에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태아사랑운동연합, CE인권위원회, 바른인권여성연합, 케이프로라이프 등의 대구·경북 지역 조직이 명시돼 있었다. 이들은 전교조 합법화, 동성애, 낙태, 비혼출산 법제화, 차별금지법 제정 등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 온 단체들이다.

3월 24일 대구 북구청은 이슬람 사원 건축주와 건축 반대 측을 불러 중재 회의를 열었다. 건축주는 애초 2층으로 지으려던 사원을 1층으로 낮추겠다는 타협안까지 냈지만, 건축 반대 측은 무조건 건축 철회 입장을 고수해 30분 만에 결렬됐다.

이 자리에서 북구청은 건축주에게 사원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물었다고 한다. 사실상 건축 반대 측을 편든 것이다. 이게 무슨 중재인가! 건축주는 다른 곳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매우 당연한 우려다. 북구청 자신이 건축허가를 내줬고 건축법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인정한 것을 되돌린다면 우파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더욱 기세 등등해져서 다른 곳의 사원 건축도 훼방하려 들 것이다.

대구 북구청은 이슬람 사원 건축 중단 조처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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