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은 예상대로 문재인 정부 심판 선거였다. 민주당은 한국 최대 도시 두 곳인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대참패했다. 씁쓸하게도 그 덕분에 국민의힘이 승리했지만 말이다. 이제 문재인의 레임덕은 더 본격화할 것이다. 우파로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상승했기 때문에 공식정치의 불안정성도 커질 것이다.

일반으로 말해 재·보선 투표율은 전국 선거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490만 명이 투표해(투표율 58.2퍼센트) 박원순 전 시장이 당선됐던 2018년 지방선거(496만 명 투표, 투표율 59.9퍼센트)와 거의 비슷했다.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 제1, 2도시의 자치단체장을 뽑게 돼 대선 전초전 성격도 띠면서 관심이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높아진 듯하다. 그러나 주류 양당이 서로 지지층을 결집시켜 대결하는 선거는 아니었고, 일방적인 여당 심판 선거였다.

서울의 경우 투표자가 6만 명 줄었는데 오세훈은 박원순이 2018년에 얻은 표보다 18만 표를 더 얻었다.

부산에서는 투표자가 2018년보다 18만 명 줄었는데, 국민의힘 박형준은 당시 민주당 오거돈이 얻은 것(94만 표)보다 더 많은 96만 표를 얻었다. 당시 오거돈은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30만 표차로 제치고 압승했는데, 박형준은 민주당 김영춘보다 44만 표를 더 받았다. 거의 갑절에 가까운 수치다.

말 그대로 혹독한 심판이다. 이번 선거를 문재인 정부 심판 선거로 삼고 싶어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사실 이번 선거 결과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지난해 총선 이후 시나브로 추락해 왔다. 어쩌면 정권 심판이 한국식 코로나19 방역(이른바 K-방역)에 대한 국제적 과장 광고 덕분에 1년 연기된 것일 수도 있다.

여권은 근래 4번의 전국 선거를 모두 이기고 국회 의석을 60퍼센트(180석)나 차지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개혁 약속·염원을 꾸준히 배신하고도 그럴듯하게 포장하며 기만해 온 사기 행각에 대한 대중의 심판을 피할 수 없었다. 민주당은 반성 운운하겠지만, 말뿐일 것이다. 선거 패배 만 하루도 안 된 8일 아침, 민주당 최고위원 김종민은 언론의 불공정한 보도 때문에 표차가 벌어졌다며 남탓을 했다.

심판 받아 마땅

정부·여당은 경제 침체 상황에서 친기업 규제 완화에는 열심이었지만 노동자·서민 조건 개선에는 소홀했다. 최저임금은 첫해 반짝 올려 주고는 계속 개악했다. 노동시간도 단축하겠다더니 유예에 유예를 거듭하는 사이에 탄력근로 등으로 오히려 노동시간을 늘리고 노동강도를 악화시키는 개악을 단행했다. 며칠이면 7주기가 되는 세월호 참사도 약속을 저버린 대표 사례다.

특히 부동산 집값 안정에 실패한 것은 문재인 정부 4년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현 정부 하에서 더 가파르게 오른 집값은 정부의 배신과 무능을 모두 드러냈고, 그럴싸한 개혁(부동산 해결, 공정) 약속은 파탄났으며, 보통 사람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집은 ‘사는’(주거) 곳이지 ‘사는’(매매) 물건이 아니라고 해 놓고는 실제로 추진한 정책은 시장경제 충실한 공급 정책에다 미약한 규제를 섞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스스로 기다렸다는 듯이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정권의 요인들 대부분이 다주택 보유자에 강남·과천 등 집값이 높은 지역에 집을 보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크게 득을 본 K방역의 허점과 실체도 이제 드러나고 있다. 백신도 확보 못 하는 K방역이라니! 정황을 보건대, 치료제 개발에 기대를 걸다가 백신 확보 기회를 놓친 면도 있는 듯한데, 막상 집중 혜택을 받은 바이오 기업들은 지금 도움이 안 되고 있고, 백신 접종은 지연되고 있다. 게다가 신천지 탓, 광화문 우파 집회 탓 하면서 여러 차례 감염병 유행의 책임을 떠넘겼지만, 거리두기가 1년 내내 주문처럼 강요되는 동안 출퇴근 지옥철은 여전했다. 코로나19로 더 나빠진 경제 침체로 고통받는 노동자·서민층에게 제대로 된 지원과 보상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선거 직전인 3월 초에 터진 LH 발 부동산 투기 의혹과 함께 민주당의 실낱같은 선거 승리 가능성은 그나마 사라졌다. 이 사건은 일차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개발 계획을 사전에 이용해, 문재인의 현직 장관(변창흠)이 낙하산 사장이었을 때 저지른 비리 사건이었다. 문재인은 적폐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 데다 표리가 달랐다. 실제 행동은 투기자를 감싸고 검찰 수사로부터 보호하는 것이었다. 문제의 내부 정보 발원지일 국토교통부에게 ‘셀프’ 조사를 맡기고는,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수사로 갈등 관계에 있던 검찰 수사는 한사코 피했다. 청와대와 유착 관계인 경찰은 일주일이나 시간을 끈 뒤에야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립이 쇼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도긴개긴(오십보백보)

맞불 놓는 차원에서 민주당은 서울시와 부산시 국민의힘 후보들의 부동산 투기 비리 의혹을 총력을 기울여 제기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오세훈과 박형준의 결백을 믿어서가 아니다. 지난 4년 동안 적폐 청산과 촛불 개혁을 내세우며 취임한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온갖 부패 오물을 묻힌 걸 봐 왔기 때문이다. 조국이 가장 잘 알려진 사례다. 부패 검찰에 의한 속죄양 행세를 하며 대중을 십만 명씩 서초동에 모이게 하더니 실제로는 염치라곤 없는 아주 위선적인 전직 좌파에 불과했다. 위법 여부를 떠나서 오세훈과 박형준의 비리 의혹은 전형적인 기득권층 축재 방식과 연관돼 있는데, 이것이 여권이 전면적으로 감싼 조국과 얼마나 다른지 알기 어렵다.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는 전월세 인상 5퍼센트 상한제를 주도해 놓고는 막상 자신은 법 시행 직전에 월세를 5퍼센트 넘게 올렸다. 그 법을 대표 발의한 박주민도 서울 도심 아파트에서 새 세입자에게 자신들이 마련한 법안 이상으로 임대료를 인상했다. 세월호 변호사, 거리의 변호사, 거지 변호사로 유명세를 타고 지지받아 왔는데, 왜 살지도 않는 집을 유지하면서 월세를 올려 받을까?

이런 실상 노출 탓에 LH 비리 건은 정권에 결정타가 됐다. 결국 민주당도 국민의힘과 똑같이 보수적 친기업 정책을 펴고 똑같은 부패·투기 세력임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20대의 역사의식’을 탓하는 뻔뻔함에 대중은 완전히 질려버렸을 것이다.

선거 막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로남불”을 심판하자는 취지의 표현을 투표 독려 문구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 일이 화제가 됐다. 중선관위의 해명은 특정 정당(물론 민주당이다)을 너무 명백히 연상시키기 때문에 중립적 투표 독려 문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세훈의 내곡동 비리는 위법 여부와 무관하게 오세훈이 자기 임기 중에 자기 가족에게 이득이 되는 개발을 지휘한 것이 부패 의혹의 초점이다. 그런데도 박영선과 민주당은 그 점이 아니라 생태탕 공방으로 일주일을 보내버렸다. 형식상 위법이 아닌 정경유착도 비도덕적이라고 보기 시작하면 민주당도 그런 위선에서 전혀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부패가 드러나고 도덕성에 흠집이 날 때마다 진정한 반성과 시정보다는 ‘우파는 더 큰 부패도 해 먹었는데 왜 우리에게만 뭐라 하느냐’, ‘이게 다 우파(또, 그들의 언론)의 반개혁 선동에 말린 것이다’ 하는 식으로 주장해 왔다. 진보세력이라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이끈 보수 세력과는 달라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왜 그들처럼 하면(해쳐먹으면) 안 되느냐’고 되물은 셈이다.

요컨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 대한 “미워도 다시 한 번”이 작동하지 않은 것은 민주당이 우파보다 하등 나은 점을 보여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영선이 6411 버스(고故 노회찬의 상징)를 타는 퍼포먼스를 하며 진보층의 ‘미워도 다시 한 번’ 투표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었지만 말이다.

레임덕(국가 지도자의 지도력 공백)

민주당의 참패는 개혁 약속·염원 배신에 대한 실망·환멸이 어떻게 표출될 수 있는지 잘 보여 준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은 문재인 심판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동시에 새 서울시장이 오세훈이라는 사실에 짜증도 날 것이다. 문재인에 대한 실망이 우파 쪽으로 갈 필요는 없었다. 무상급식 반대에 서울시장직까지 걸었던 오세훈이 딱 10년 만에 다시 돌아왔으니, 상황이 진보하지 못하고 퇴행하는 느낌도 줄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 레임덕 창출로 총체적 불신을 받는 상황이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덜 우파적으로 보이게 선거를 치렀다. 그들은 김종인을 얼굴마담으로 세워 놓고 입조심하면서 반사이익을 늘려 왔다. 이제 오세훈은 ‘뻘짓(무상급식 반대하다 역풍 맞고 사퇴한 일)으로 박원순 10년을 만들어 준 우파의 역적’에서 ‘우파 재기의 기수’가 됐다. 이명박 심복 출신 박형준도 비슷하다. 국민의힘·이명박계·안철수 등은 지난해 반문연대에 합의한 바 있다.

처음부터 그들에게 유리한 선거였지만, 그 전까지는 반사이익도 제대로 못 챙기던 모습에서 이제는 반사이익을 직접 표로 흡수할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덕분에 차기 대선에서 정권 교체 가능성도 예전보다는 더 커졌다.

오세훈과 박형준이 뭘 잘해서가 아니라, 가장 우파적이었던 박근혜 정부와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시절 주도적 인사가 못 되고 야인으로 있었던 덕분에 그들은 다른 후보들보다 문재인 심판 여론의 수혜자가 되기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노동운동과 지도적 진보·좌파가 여권과 철저하게 결별하지 않고 모호한 스탠스를 유지해 온 것이 우파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우파가 문재인의 위선과 개혁 배신을 진보·좌파 전체의 위선으로 싸잡아 비판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전 양상은 마치 노무현 정부 심판 선거였던 2007년 대선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한나라당 후보 이명박은 BBK 사기와 거짓 해명 논란으로 후보 사퇴설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선거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노무현의 개혁 배신에 대한 환멸과 실망이 너무 커서 당시 민주당은 저조한 투표율 속에서 500만 표 차이로 패했고, 친노 세력은 “폐족” 취급을 받았다.

대중이 보수화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보수화 때문이 아니라는 말은 주류 언론도 하고 있다. 친민주당 언론은 지지층을 추스리기 위해서, 그리고 우파 언론은 국민의힘이 또 오버하다가 실수할까 봐서다. 국민의힘도 이번 선거 결과가 막대한 반사이익 덕분임을 안다. 오세훈도 안철수 덕분이라는 둥, 청년들의 지지가 무섭다는 둥 겸손 제스처를 연출하고 있다.

내년 대선 결과가 이번 전초전 결과대로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2002년 김대중 정부 하에서 당시 우파 야당 한나라당은 6월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지만, 그해 연말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패했다. 사상 첫 정권 교체로 들어선 민주당(김대중) 정부에 대한 개혁 기대감이 실망과 배신으로 돌아오면서, 대중은 중간 선거에서 심판 투표를 했지만 중앙 국가 권력까지 우파에게 돌려주는 것은 아직 꺼림칙했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 등장한 노무현 정부가 결국 또다시 커다란 실망감을 안겼지만 말이다.

개를 공천해도 한나라당 후보가 이긴다던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이 이겼을 때도, 그것이 대중의 보수화(우경화)한 결과가 아니었음은 금세 드러났고,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촛불 저항에 한 방 맞은 뒤 “중도·서민” 운운하면서 개악 속도를 잠깐 늦추고 포장해야 했다.

게다가 현재 우파에 대한 반감이 사라졌다고 할 수도 없다. 여전히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당적을 가진 정치인들은 5등 안에도 못 든다. 국민의힘 스스로 이번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2019년 태극기 우파와 공동 집회를 열고 우파적 반대를 조직해 반감이 큰 나경원 대신 오세훈을 뽑은 이유다. 윤석열을 영입하려면 친박계 등 당내 세력들과도 상호 조율을 해야 한다. 그게 쉬울까?

우파 재기의 효과

그럼에도 우파의 사기는 오를 것이다. 경제 침체와 미·중 갈등이 불러 온 안보 위기 속에서 우파적 주장이 더 늘어날 것이다.

최근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최태원(SK 회장)과 만나서 대한상의와 청와대가 자주 소통하자고 했는데, 이날 대한상의의 주된 주문은 규제 완화(신자유주의 정책들)였다. 아마 문재인 정부는 선거 참패를 예상하고 재계 단체들을 순회하는 듯하다. 지금 우파의 목소리가 커지면 문재인은 기업주들의 지지를 묶어 두려고 더 우파처럼 실천할 것이다. 이런 행태는 우파를 더욱 고무한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가 늘 그랬듯이(이번 선거에서도 그랬다) 어려울 때 진보층에 손을 내미는 시도를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요컨대 문재인 포퓰리즘 전략에 내재된 모순이 훨씬 더 커지고 증폭될 것이다.

주류 양당 간 갈등과 격돌도 더 격렬해질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차기 대선 주자 자리를 놓고 거센 암투를 벌일 것이다.

주류 정당들이 안팎에서 분열해 있는 것은 사실은 노동자 투쟁에 유리한 조건이다. 이럴 때 노동운동이 문재인을 개혁 배신 정부로 분명하게 규정하고 반대 투쟁에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파가 문재인의 모순을 두고 진보세력 자체의 위선이라며 공격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번 선거에서 벌어진 일이다. 성과도 거뒀고 말이다.

서울·부산시장 자리에 우파가 복귀한 것이 대중 또는 청년층의 보수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노동운동이 문재인 정부에 단호하게 반대하지 않아 온 것은 현재의 결과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 이후 우파가 힘을 더 키우지 못하게 막는 일에는 노동운동의 몫이 크다는 뜻이다.

정치적 과제

이번 선거에서 군소 후보로 나선 진보적 후보들의 성적은 안타깝게도 초라하다. 모두 득표율 1퍼센트 미만이라 그걸 가지고 누군가의 우위를 설명하고 뭔가를 분석하긴 어렵다. 2018년 선거에서 정의당과 녹색당 후보가 둘 다 8만여 표를 넘긴 것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진보 득표수가 준 것은 분명하다. 정권 심판 선거에서 진보·좌파 후보들이 약진했다면, 미래를 위해 좋은 신호가 됐을 텐데 아쉬운 일이다.

이런 결과는 선거 프레임이 압도적으로 정권 심판으로 짜였던 상황에서 노동운동과 지도적 진보·좌파가 일찍부터 문재인 정부를 왼쪽에서 혹독하게 비판하며 결별하지 못해 왔기 때문이다. 결국 초기 인상(이미지) 때문에 정권 심판이 국민의힘 지지로만 표현되도록 흘러가게 놔둔 셈이 됐다.

민주당이 진보를 참칭해 개혁 배신의 실체를 덮어 왔는데, 이에 대한 진짜 진보적 비판과 대안을 일찍부터 내놓지 못했기 때문에 우파의 진보 싸잡기식 비난이 대중에게 먹혔을 것이다. 근래에 문재인 비판을 늘려 오긴 했지만, 문재인 지지율이 실제로 떨어지는 게 눈앞의 현실이 된 다음에야 정부·여당 비판에 나서면 기회주의적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 벼락치기나 부분적 차별화로는 부족한 것이다. 전면적으로 부정해야 하고 철저히 결별해야 했다.

정의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는데도 민주당은 진보 성향 투표를 별로 흡수하지 못하고 참패했다. 박영선은 또한 여성이었는데도 페미니즘 성향의 젠더 투표 분위기를 일으키지 못했다. 이래저래 민주당은 대중과 청년층에 영감과 희망을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최종 개표 결과와 매우 흡사한 발표를 한 공중파 3사의 출구 조사 결과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20대 투표 성향이었다. 언론은 20대 남성이 오세훈에게 몰표를 준 반면, 20대 여성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러나 승패의 요인을 젠더를 기준으로 해석할 순 없다. 후보가 여성인 것은 민주당이었지만,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은 집값 상승과 자산 양극화 등을 비롯한 총체적 개혁 배신 탓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20대(특히 여성) 전체가 다른 세대에 비해 주류 양당 후보에 대한 지지 총합이 가장 작다는 결과가 주목할 만하다. 청년층의 보수화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오히려 정치적 휘발성의 표현일 개연성이 더 크다. 이런 결과는 경제 침체와 팬데믹이 가하는 좌절과 실의에 대한, 자본가 계급 정치와는 다른, 좌파적이고 노동계급적인 정치 대안이 요구된다는 신호다. 그런 대안을 제공하려면 지속적인 대규모 계급 투쟁을 통해 판을 바꾸려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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