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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위기 대응 위해 탄압 강화하는 지배자들

영국 보수당 정부가 추진하는 “경찰·범죄·선고 및 재판에 관한 법안”은 시민적 자유에 대한 매우 심각한 공격이다. 그러나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최근 프랑스 마르크스주의자 우고 팔례타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권위주의가 강화되는” 경향에 관해 썼다.

에마뉘엘 마크롱 하의 프랑스는 실로 좋은 사례다. 시위대가 무차별적 경찰 폭력을 당했고, 억압적인 법이 통과됐으며, 장관들은 “이슬람-좌파주의”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며 좌파와 무슬림을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보리스 존슨 하의 영국은 또 다른 사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자본주의가 자연과 맺는 갈수록 파괴적인 관계가 촉발한 최초의 세계적 위기다. 기후 변화는 그런 위기를 더 많이 낳을 것이다.

그 필연적 결과로 경제 생활과 사회 생활을 계획하려는 더 큰 시도가 벌어질 것이다. 그런 계획은 사회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민주적 형태를 띨 수도 있고, 자본주의를 떠받치기 위해 사회 상층부가 추진하는 권위주의적 형태를 띨 수도 있다.

팬데믹 동안에는 후자의 계획이 속도를 더하고 있다. 국가들, 특히 체제 중심부에 있는 부유한 제국주의 국가들은 경제의 상당 부분을 멈추고, 이동을 제한하고, 대규모 백신 접종을 조직하러 나섰다.

3월 15일, 한 남성 경찰에 납치·살해된 사라 에버라드의 죽음을 추모하고 경찰에 항의하는 집회. 시위대는 경찰의 권한을 강화하는 경찰법 개악안을 폐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강제해산하는 등 난폭하게 대응해 분노를 키우고 있다 ⓒ출처 가이 스몰만

이 국가들은 막대한 지출과 차입을 해서 ‘봉쇄’ 조처로 경제가 붕괴되지 않게 하려 했다. 이런 조처들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물론, 미래는 백신과 새 변종 바이러스 사이의 경주에 좌우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계획은 여전히 자본주의적이다. 기존 체제를 보존하려는 목적에서 수립되고, 신자유주의 시대에 엄청나게 심각해진 불평등을 유지·강화하는 효과를 낸다.

이를 보여 주는 가장 극명한 사례는 유럽과 미주 대륙에서 가난한 유색 인종 사람들이 코로나19로 받은 타격이다. 미국 대도시들의 백신 접종률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보면, 부유한 동네는 접종률이 더 높고 가난한 흑인·라틴계 동네는 사망률이 더 높음을 알 수 있다.

팬데믹 동안 대중 저항의 물결이 몰아쳤다. 세계적으로 가장 눈에 띠는 사례는 지난 여름 세계적으로 벌어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였다. 국가에게 이런 저항은 탄압을 강화할 동기를 부여한다. 영국에서는 행정명령으로 시위대를 거리에서 쫓아내려 했다.

영국 국가 내에서는 시위 대처 방안을 두고 얼마 동안 논쟁이 벌어졌다. 2020년 2월 런던 경찰청장 크레시다 딕은 멸종 반란 운동이 “경찰을 무릎 꿇리”려 한다며 더 많은 권한을 요구했다.

분수령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영국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대가 노예상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끌어내려 브리스톨 항만에 내다 버린 것이 논쟁의 분수령이었다.

이 사건을 빌미로 “내무장관은 경찰을 감찰하는 공식 기구인 왕립 경찰감찰단에 지시를 내려 경찰이 시위에 충분히 강경하게 대처했는지 조사하게 할 수 있었다.

“시위대를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대하는 최근 영국 경찰의 태도를 지지한 쪽은 … 경찰이 동상을 지키겠다고 1만 군중 속으로 달려들었다면 훨씬 큰 문제를 낳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3월 11일 감찰단 보고서는 에이번과 서머셋 경찰이 동상 철거에 신중하게 대처한 것을 대체로 칭찬했지만, 동시에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시위 대응 경찰력에 대한 조언으로 주안점을 옮겼다.

“본 위원회는 경찰이 ‘시위대에 유리한 것을 지나치게 쉽게 내준다’고 본다.”

그러므로 영국 정부의 경찰법 개악안은 단지 내무장관 프리티 파텔의 권위주의적 기질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국가 기구 내의 더 심층적 변화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는 지난달 런던 교외의 클래펌에서 열린 사라 에버라드 추모 집회를 런던 경찰이 난폭하게 대한 것을 감찰단이 옹호한 데서도 드러난다.

영국 국가는 억압을 강화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인종·민족 격차 조사위원회’가 최근에 낸 모욕적인 보고서 역시 그런 경향의 표현이다. 반갑게도 ‘경찰과 범죄에 관한 법’은 시위 물결을 촉발해 사람들이 순순히 침묵할 태세가 아님을 보여 줬다.

하지만 일말의 환상도 품어서는 안 된다.

존슨 정부는 여러 쟁점에서 급격한 방향 전환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민주적 권리에 대한 공격은 꾸준히 계속돼 왔다. 이는 이른바 “재난 자본주의”로 접어드는 흐름의 일부이다.

우리는 기나긴 싸움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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