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


바이든의 경제 전략에는 국가 개입으로 미국을 개조해 세계 패권을 지키겠다는 야심이 있다. 3월 11일 “미국 구제 계획 법안”에 서명하는 바이든 ⓒ출처 백악관

민주당 고참 정치인 바이든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그는 연속성을 상징하는 후보로 여겨졌다. 여기서 “연속성”이란 이전의 클린턴과 오바마 민주당 정부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클린턴과 오바마는 미국의 국력을 이용해 전 세계에서 신자유주의를 강화하고 미국의 패권을 유지했다. 그리고 바이든 내각은 분명 클린턴·오바마 정부 출신 인사들로 가득하다. 개중에는 오바마가 군사력 사용을 지나치게 꺼렸다고 여기는 매파도 많다. 바이든이 기존 신자유주의·제국주의 노선을 추구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대(對)러시아 제재를 추가한 것이 그 사례다. 하지만 바이든이 클린턴·오바마 정부를 고스란히 본뜨고 있지는 않다.

가장 명백한 사례로 바이든은 9·11 공격 20년이 되기 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방부의 반발로 오바마뿐 아니라 트럼프도 가지 못한 길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노선 조정은 경제 전략에 있다. 바이든은 1.9조 달러 규모의 “미국 구제 계획”(차입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추가 지출)에 이어 2조 달러 규모의 “미국 일자리 계획”을 발표했다.

한 논평가는, 로널드 레이건 정부 이래 40년 만에 “‘큰 정부 시대는 끝났다’던 시대가 끝났다”고 트위터에 썼다. 바이든 정부의 국가경제위원회 국장 브라이언 디즈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같은 노선 조정의 이유로 오바마 취임 이후 일어난 세 가지 변화를 꼽았다.

첫째는 기후 변화다. 이는 인프라 정책을 추동하고 있다.

둘째는, 디즈의 말을 빌면 “미국 경제가 더 불평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이 흥미로운 것은 클린턴과 오바마 어느 누구도 신자유주의가 불평등을 키우는 것에 신경 쓰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분적으로 이는 버니 샌더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같은 여성 좌파 의원들, 이들의 청년 지지자들이 바이든 같은 민주당 주류 정치인에게 가하는 왼쪽의 압력을 반영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하에서 일어난 미국 사회의 양극화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바이든은 이렇게 말한다. “이 계획은 오랫동안 끈질기게 이어진 인종적 불의에 대처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청정 인프라 투자의 혜택 40퍼센트를 사회적으로 불리한 집단에게 돌린다.”

경쟁

셋째 변화는, 디즈의 말을 빌면 “중국의 처지가 10년 전과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국제적 경쟁자들을 상대하는 미국의 처지도 달라졌다.

“국내 제조업 역량 구축을 목표로 삼고 노력을 기울이는 쪽으로 마음이 … 더 열리고 있다. 미국이 공정한 장에서 경쟁하고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장 기반 해법으로는 시장에 기반을 둔 조건에서 활동하지 않는 중국과 같은 경쟁자들을 상대할 때 미국 경제가 드러낸 큰 약점들을 보완할 수 없다.”

국가 개입으로 미국 제국주의를 개조해, 디즈가 말한 “떠오르는 세계적 경제·군사 강국”인 중국에 맞서는 것이 바이든의 목표임을 뚜렷하게 보여 주는 말이다. 바이든은 인프라 계획으로 “우리 시대의 중대한 도전, 즉 기후 위기와 독재적인 중국의 야심에 대처할 수 있도록 미국을 통합하고 결집시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인 유럽연합과 충돌했다. 중요한 쟁점 하나는 유럽연합이 미국 IT 대기업들, 이른바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려고 한 것이었다.

오바마가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도 FAANG을 옹호했다. FAANG이 미국 자본주의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부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업들은 노골적으로 막대한 세금을 탈세하기도 한다.

최근 바이든은 21퍼센트의 단일 글로벌 법인세 세율을 도입하는 국제 합의를 제안했다. 이런 합의는 미국 기업의 이윤이 아일랜드공화국 같은 조세 회피처로 누출되는 것을 줄이고, 인프라 정책의 재원을 조달하는 데 필요한 수입을 정부에 가져다줄 것이다.

또, 디지털세 도입을 요구하는 유럽연합의 압력을 완화하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미국이 서구 자본주의를 더 수월하게 결집시키게 할 수도 있다.

이런 효과가 어느 하나라도 실현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미국 정치권의 이데올로기적 변화를 탐구해 온 경제사가 애덤 투즈는, 바이든의 8개년 인프라 계획이 필요한 파장을 낳기에는 너무 온건하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가 바이든의 야심을 과소평가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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