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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불신 자초한 문재인 정부

이스라엘, 영국 등에서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백신 접종이 진행됐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기대감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집단면역이 정말로 생긴다면 팬데믹 종식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지만, 정작 국내 백신 공급은 터무니없이 더디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백신을 무력화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기대감은 좌절로 바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갈수록 나빠지는 여론에 전전긍긍하면서도, 몇 달째 고장 난 녹음기처럼 ‘백신 공급은 계획대로 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백신 공급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계획 자체가 너무 안일했던 데다가 그것조차 전혀 실행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제약사와의 계약을 핑계로 백신 공급과 관련된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백신 공급 실패

하나씩 따져보자. 정부는 “백신 7600만~7900만 명분을 확보했다”는 말을 석 달째 반복해 왔다. 문재인이 노바백스 사장과 직접 통화했다던 1월 20일부터다. 그전까지는 5600만 명분을 확보했으니 문제없다며 큰소리 치다가 코백스 등에서 받기로 한 백신이 제때 들어오지 않을 듯하자 부랴부랴 대통령까지 나선 것이었다.

그러나 드러난 사실로만 보면 ‘확보’했다는 물량의 절반 이상은 공급 일정도 명시하지 못한 사실상 구두 약속에 지나지 않는다.

2000만 명분에 해당하는 노바백스 백신은 아직 사용 승인도 나지 않았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공급받고 있는 미국 정부는 후발 제약사 백신의 사용 승인을 서두를 생각이 없다. 미국 정부가 백신 재료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어서, 사용 승인이 나도 국내에서 얼마나 빨리 생산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모더나 백신 2000만 명분도 미국 정부가 독점하고 있어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다. 문재인이 모더나 사장과 통화해서 올해 2분기부터 들어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4월 20일 부총리 홍남기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2분기에는 들어올 수 없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600만 명분을 차지하는 얀센 백신은 희귀 혈전 부작용 가능성 때문에 미국에서도 접종이 일시 중단됐다. 접종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에 들어와도 백신을 맞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4600만 명분을 제외하고 실제 계약이 된 것은 3300만 명분인데, 지금까지 들어온 것은 그것의 10퍼센트도 안 된다.

1000만 명분을 공급하기로 한 코백스에서 두 달 동안 실제 들어온 물량은 3퍼센트도 안 된다. 코백스에 가장 많은 백신을 공급하는 인도의 세럼 인스티튜트도 자국 내 사용을 우선해 수출을 중단했기 때문에, 코백스를 통한 백신 수급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화이자 백신 1300만 명분은 1~2주 간격으로 25만 개(12만 5000명분)씩 찔끔찔끔 들어오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 속도대로라면 백신 접종에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구할 수 있는 최대치를 계약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 홍익표는 화이자 측이 초기에 무리한 요구를 해 와 계약을 미뤘다고 밝혔다. ‘무리한 요구’가 뭔지는 밝히지 않은 채 말이다.

결국, 홍남기는 11월까지 3600만 회 접종을 완료해 집단면역에 도달하겠다고 했는데, ‘11월’은 기존 목표고 ‘3600만 회’는 달라진 목표다. 방역 담당자들이 “9월까지 3600만 명 접종”으로 수정했지만, 홍남기의 단순한 말실수라고 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정부는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은 채 위험보다 이익이 크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그런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필자가 본지 364호에 쓴 기사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위험성을 너무 과장하는 유럽연합 등을 비판하느라 이런 맥락을 충분히 지적하지 못했다.)

정부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아니라 유리한 일부 사실만 발표한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백신에 대한 신뢰도는 더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한 돌봄종사자들과 비행기 승무원들의 경우 백신 접종 동의율이 58.6퍼센트까지 낮아졌다.

“왜 안동에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도 확보를 못 하나”(심상정 정의당 의원) 하는 지적에 부총리 홍남기는 고장 난 녹음기처럼 “11월 집단면역”만 되뇌었다. 같은 공장에서 시제품까지 만들어 봤다는 노바백스의 백신은 스스로 검증하지도 않고 미국 정부의 결정만 바라보고 있다.

자본가들의 이윤을 보호하는 지적재산권 협정을 따르느라 국내 제약사들은 알엔에이 백신 제조 방법을 처음부터 새로 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정신 나간 일이 또 있을까?

이 정부가 기업주들의 이윤을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보다 앞세우는 한, 팬데믹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변이 바이러스는 늘어나는데 백신 공급은 오히려 늦어지고 있다 ⓒ출처 청와대

지배자들은 여전히 팬데믹을 악화시키고 있다

백신과 변이 사이의 경주가 벌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일부 나라들에서 실낱같은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지만, 세계 상황은 악화일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두 달째 늘고 있다.

4월 15일 하루 확진자 수는 90만 명을 넘겨 상황이 가장 심각했던 지난겨울보다 더 늘었다. 사망자도 계속 늘어 지금까지 300만 명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 사이에 영국·남아공 변이에 이어 브라질·인도 변이까지 생겼다.

이스라엘 정부는 4월 18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등 집단면역을 시험해 보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전체 국민 900만 명 중 60퍼센트가 화이자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말로 집단면역에 도달했다면 앞으로 소수의 감염자가 생길 수는 있지만 확진자가 급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4월 20일 현재 이스라엘의 하루 확진자 수는 58명인데,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웃돌던 3개월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을 보여 준다.

다만, 최근 이스라엘 보건당국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화이자 백신이 남아공 변이에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이스라엘에 남아공 변이가 많이 퍼지지 않았지만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중단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화이자는 이미 변이 바이러스에 대처할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화이자 측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조기에 백신을 대량 공급받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변이에 대비한 추가 백신 공급 계약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면역력을 갖게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1차 접종을 마쳤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면역력이 생긴 사람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각종 비필수 부문의 영업을 재개했고 조만간 대규모 공연 등을 통해 집단면역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영국은 여전히 하루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나드는 수준이지만 3개월 전에 7만 명에 이르던 것과 견주면 상당히 호전된 셈이다.

그러나 최근 인도에서 크게 확산되고 있는 ‘이중변이’(B.1.617) 감염이 영국에서도 확인되면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인도는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이다. 매일 2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지만, 인구에 비하면 너무 적은 수라 집단면역에 도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하루 확진자 수가 25만 명을 넘기며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하루 사망자 수도 2000명이 넘는다.

올해 3월 초에 시작된 인도의 2차 확산에서는 감염자의 절반 이상이 45세 미만의 젊은층이고, 이전의 감염 증상과는 확연히 다른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었다. 특히 12세 미만 아동 중에도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변화가 이중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연관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한 주 전만 해도 하루 사망자 수가 4000명을 넘긴 브라질에서는 확산세가 다소 주춤하다. 하지만 보우소나루가 이끄는 우익 정부가 야기한 혼란 탓에 언제 다시 확진자가 늘어도 이상할 게 없다. 일부 도시에서는 전체 인구의 70퍼센트가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에서도 젊은이들이 더 많이 중증으로 발전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연구자들은 브라질 변이(P.1)가 영향을 끼치는 것인지 알아보고 있다.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는 반면, 백신 접종은 뒤에 쇳덩이를 매달고 달리는 형국이다. 백신 공급을 늘리지 못하도록 온 힘을 다해 매달리는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배자들 일부조차 팬데믹 종식을 위해 백신의 지적재산권을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와 거대 제약사들은 들은 체 만 체 한다. 이 때문에 백신 생산 속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고 있다.

선진국 정부들의 백신 독점으로 빈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시작도 못 하고 있다. 이는 결국 변이 발생 가능성을 높여 다시 선진국도 위협하게 될 테지만, 선진국 지배자들은 추가 백신 개발과 접종으로 버틸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백신만으로는 팬데믹을 끝낼 수 없다. 획기적 조처가 없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계속 인간 사이를 옮겨 다니며 진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등은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는데 국경 통제가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해에 경험한 바 있다.

자본주의는 코로나19를 낳고 키웠으며 이제 그 퇴치도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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