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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사건 왜곡 논란과 검찰-공수처 갈등:
문재인 레임덕을 심화시킬 것

문재인의 레임덕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김학의 성접대 사건과 그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이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권·기소권 갈등과 맞물려 새로운 스캔들로 번지고 있다.

이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과 검사 이규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수사를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친정부 검사들인 두 사람에게 제기된 의혹의 본질은 권력을 이용한 농단 의혹이다. 검찰권 남용을 문제삼으며 ‘검찰 개혁’을 떠들어 왔지만, 현 정부의 검사들도 똑같았던 것이다.

이 둘의 행태는 공수처를 검찰 수사에 대한 피난처로 여긴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성윤은 검찰이 기소를 해 버리면 차기 검찰총장 임명이 불발될 수 있다. 그런데 공수처로 넘어가 처음부터 다시 수사해 시간을 끌면 검찰총장이 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이규원은 수원지검이 자신을 기소한 것은 잘못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공수처는 현 집권세력이 검찰의 직접 수사를 맹비난하며 고위층 부패 수사 전담 기관으로 만든 곳이다. 그러나 당시 검찰의 직접 수사는 조국과 청와대 인사들을 향하고 있었다. 법무부 장관이 된 추미애는 해당 수사팀들을 해체 수준으로 인사 조치해 수사를 방해했다.

갈등 속에서 권력형 부패 수사가 지속적으로 약화됐다.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사건은 핵심 의혹 대상인 임종석 등을 제대로 수사해 보지 못한 채, 최근 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인 이진석만 추가 기소하고 말았다.

이런 실체가 알려져, 최근에는 공수처가 고위층 부패를 척결할 것이라는 기대도 적고, 정부의 위선에 대한 반감과 환멸만 가득하다. 4월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배한 주요 배경이다. 급기야 청와대와 갈등을 벌인 윤석열이 차기 대선 후보 1위를 달리고 있다.

검찰과 공수처 간 갈등은 공수처의 권한에 관한 법률 해석과 조율 과정에서 서로 권한을 더 확보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핵심 쟁점은 역시나 공수처의 수사이첩권이다. 정부와 공수처는 공수처가 언제든지 검찰·경찰에게서 고위층 관련 수사를 가져올 수 있고, 설사 검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기소는 공수처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기소 유보부 이첩’). 검찰도 공수처에게 순순히 권한을 양보할 생각이 별로 없다. 지난해 검찰 전반이 정부의 위선적인 검찰 인사(정권에 대한 수사 방해용 인사)에 반발해 이반한 여파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수사 방해용 ‘검찰 개혁’의 여파가 국가기관 내 갈등을 더 깊어지게 하고 있다. 또다시 청와대를 향한 수사가 전개될 수 있어 문재인의 레임덕 위기는 심화되고 국가기관 내, 공식정치 내 쟁투는 격화될 것이다.

성 접대와 공문서 위조

문재인 정부에서 김학의 건이 제기된 과정 자체가 국가기관 간의 갈등을 보여 준다.

김학의 성접대 사건은 건설업자 윤중천이 강원도 원주의 별장에서 김학의 등 고위 권력자들에게 성적 향응(성접대)을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박근혜가 김학의를 법무부차관에 임명하면서 의혹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당시 성접대에 이용된 여성들은 자신들이 뇌물이 아니라며 윤중천과 김학의를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결국 김학의만 망신당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걸로 덮히는 듯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만든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재수사하라고 검찰에 권고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 등장했다.

재심 전문으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가 최근 공개한 내부 자료들을 보면, 진상조사단에서 아주 썩은 내가 난다.

박 변호사는 대검 진상조사단에서 조사위원을 하다가 김학의 건 처리 결정 과정에서 위원직을 사퇴했었다. 박 변호사는 이 자료를 SBS와 〈한국일보〉에 제공했는데, 두 언론이 민주당-국민의힘 간 진영논리와 상대적 거리를 둬 온 것을 고려한 듯하다.

두 언론의 보도들을 종합하면, 진상조사단은 윤중천 면담 결과를 왜곡·과장한 뒤 이를 근거로 김학의를 성접대(뇌물수수)가 아니라 성폭력으로 수사할 것을 권고했다. 그 직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차규근(이규원과 함께 기소됨)에게 위조된 공문서로 김학의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변장한 채 공항으로 출국하려던 김학의를 붙잡았다.

당시는 버닝썬 사건이 문재인 정부와 연결된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 있는 때였다. 검찰이 청와대와 경찰 간부들이 연루된 버닝썬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자, 정부가 그것을 맞받아치려고 김학의 건을 재점화했던 것이다. 검찰이 박근혜 시절에 제대로 수사를 안 한 의혹이 짙고, 김학의가 변호할 가치가 없는 인물인데다가 그 혐의도 만인의 공분을 살 만함을 이용했던 것이다.

김학의 성접대 건에 대한 조사 왜곡과 불법 출국금지, 두 건에서 모두 등장하는 인물은 검사 이규원과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 이광철이다. 검사 이규원은 매번 이광철과 통화하고 상의했다. 이광철은 김학의 출금 당시 추미애 장관의 승인을 얻었다고 이규원에게 연락했다고 한다.

이 부실 보고서는 반년 후 〈한겨레〉를 통해 윤석열이 윤중천의 별장 성접대를 받았다는 보도로 이어졌다. 조국 가족 비리 수사 문제로 청와대와 검찰이 한창 갈등할 때였다. 나중에 〈한겨레〉는 장문의 정정보도를 해야 했다.

결국 떳떳하지 못한 두 국가기관 사이의 갈등 심화 속에서 문재인이 요란하게 추진한 ‘검찰 개혁’의 추악한 속내만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