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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하는 제국주의 갈등 속에 미국의 쇠퇴 막으려 애쓰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기로 했지만, 미국 제국주의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무력을 사용할 것이다. 자본주의 작동 방식 자체가 끊임없는 충돌을 일으킬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적 패권국이지만 여러 난관에 부딪혀 있다. 2011년 당시 부통령으로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방문한 바이든 ⓒ출처 미 국방부

조 바이든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한 그 주에 군비를 7530억 달러 증액하자고 제안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지역에 많은 병력을 배치한 상황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바이든은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군사력을 이용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애쓰는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전쟁이 또 일어날 위험도 사라지지 않았다.

바이든은 아프가니스탄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조차 하지 않았다.

바이든은 아프가니스탄을 계속 계엄 상태에 두려고 이웃국인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으로 병력을 재배치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보안군 전원의 봉급을 계속 대고 있다.

그리고 바이든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국방군과 보안군을 계속 지원할 것이며, 우리의 동맹들과 함께 약 30만 명의 인력에 장비와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원”이란 보통, 주둔군 일부를 “훈련관”이나 “고문”으로 계속 주둔시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이런 조처는 무력과 폭력으로 전 세계에 미국의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시도가 중대한 좌절에 부딪혔다는 것을 보여 준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며 내세운 명분은 오사마 빈라덴 처단과 알카에다 소탕이었다.

그러나 실제 목적은 미국 패권을 특히 아시아와 중동 인근에서 재확인시키는 것이었다.

이것이 2001년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2021년이 된 지금, 탈레반 반군은 의기양양하게 “우리가 이겼고 미국이 패배했다”고 외친다. 반면, 바이든은 암묵적으로 패배를 인정했다.

거의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죽음과 고통으로 내몰고 총 80만 명의 군인을 파견했지만 미국은 그곳을 통제하지 못했다.

바이든은 이렇게 말했다. “철군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을 조성하려고 주둔을 연장하거나 확대하며 ‘이번에는 다르겠지’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거의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은 이라크에서도 철군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월 초 바이든과 이라크 정부는 이라크에서 미군 “전투 부대”를 모두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일정

이라크에서도 일부 군인들은 “훈련과 고문 구실”로 이라크에 남을 것이며, 이들의 철수 일정은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게 미국의 뜻대로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이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을 공습해서 이란 총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를 살해하자 이라크 의회는 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이라크 내] 미군 기지는 간헐적으로 로켓 공격을 받는데, 이는 친이란 무장 단체들의 소행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실제로 이라크에서 철수한다면 미국의 숙적 이란은 이라크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대부분 이란에게 지원받는 무장 단체들이 모여 있는 인민동원군(PMF)은 사실상 이라크 군대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이란은 이라크 의회에서 두 번째로 큰 세력인 파테 연합의 정치인들을 후원한다.

또, 이라크는 이제 이란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다. 이란은 이라크 전력 공급을 좌지우지할 만큼 많은 천연가스를 이라크로 수출한다.

이는 전쟁을 야기하는 자본주의의 근본적 특징, 즉 제국주의의 동학을 보여 준다.

국가들은 시장, 자원, 영토 지배권을 놓고 서로 경쟁한다. 자국 경제에 근거지를 둔 기업들과 다국적기업들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이윤을 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이윤 추구 활동은 끊임없이 성장한다. 그래서 국가들은 끊임없이 세계를 분할했다가 또다시 분할하려고 경쟁한다.

이 모든 것은 군사력으로 뒷받침된다. 그래서 한 국가의 성장이 다른 국가의 이익을 위협하게 되면 그것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란은 미국의 약화를 이용해 이라크 정치·경제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또,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를 편들며 시리아 내전에 참전해, 시리아로도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

이제 시리아 국경 너머의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있는 이란군을 꾸준히 폭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그곳의 이란군을 위협으로 여긴다.

이란은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위험하고 치열한 전면 대결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역내의 지배적인 국가가 되는 데에 나름의 이해관계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항상 미국과의 관계에서 하위 파트너 위치에 메여 있었다. 하지만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지난 10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더 자유롭게 군사 대국으로서 나름의 이익을 추구했다.

이것의 끔찍한 사례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에게 지원받는 예멘 후티 반군을 상대로 예멘에서 장기화된 전쟁을 벌였다.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을 이용해 이란을 무력으로 견제하기를 바랐다.

제재

트럼프는 이란에 가혹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여러 차례 전쟁을 위협했다. 동시에 트럼프는 이란에 맞서고 이란을 고립시키려고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사이의 긴밀한 협력을 촉진했다.

바이든은 사태가 통제를 더 벗어나지 않게 하려고 한다. 바이든은 2015년 이란과 맺은 핵협정으로 돌아가 제재를 끝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의 지배력을 확고히 하는 조건하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바이든은 동맹국들을 결속시켜서 이들에 기대어 이란을 위협한다는 트럼프의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주 바이든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첨단 전투기와 드론을 팔기로 한 트럼프의 결정을 승인했다.

이런 것들은 원래 이스라엘에게만 팔던 것이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주선한 이스라엘과 UAE의 협정으로 이런 일이 가능해졌다.

이미 이스라엘은 기습적으로 이란 선박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고, 이란 핵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바로 이런 것 때문에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군사 지원을 한 것이다. 즉, 중동에서 미국의 대리인 구실을 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그런 구실을 하는 동안 미국은 다른 경쟁국을 상대하는 데에 군사력을 집중할 수 있다.

바이든의 군비 증강 계획은 중국 견제를 미국의 “최우선 과제”로 놓는다.

이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면서 미국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GDP, 즉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 가치 중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몫은 미국보다 크다.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중국은 자국의 생산물을 팔고 산업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시장을 찾아 전 세계를, 특히 아프리카 전역을 누볐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목적은 중국의 무역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전 세계에 광범한 교통 인프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이를 뒷받침하려고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해군 기지들로 남중국해를 에워싸 중국의 팽창을 막으려 해 왔다.

남중국해는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항로의 하나로, 중국과 나머지 세계를 이어 주는 주요 길목이다.

미국은 중국이 완전한 군사적 통제력을 갖는 것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해군력을 증강해 왔다.

기지

이것의 일환으로 중국은 해군 기지용 인공섬을 만들기도 한다. 인공섬은 그 주변으로 영해권을 주장하는 데에도 이용된다.

현재 중국은 대만과 더 가까운 곳으로 군사력을 이동시키고 있다. 중국은 대만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데, 미국은 대만을 독립국인 것처럼 지원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면 남중국해에 대한 지배력은 훨씬 커지겠지만, 이는 미국과의 충돌로 나아갈 수 있다.

동시에 미국은 우크라이나 동부를 누가 지배하느냐를 둘러싸고 러시아로부터 비슷한 도전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여전이 동유럽의 주요 강대국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작은 국가들을 자국 영향력 아래에 묶어 두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진출을 저지할 “완충 지대”도 두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과, 미국 주도 군사 동맹인 나토(NATO)에 가입하려 하자 러시아는 위협을 느꼈다.

반정부 운동을 통해 들어선 우크라이나 우파 정부가 러시아 영향권에서 이탈해 서방과 더 가까워지려고 하자 2014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했다.

또, 서방에 편입되려는 움직임에 반발해 독립을 원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세력을 지원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일부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우려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또한 미국에 대한 군사적 도전이다. 바이든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례는 단지 미국의 패권이 약화된다고 해서 전쟁 위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오히려 실제 새로운 지역적·세계적 경쟁은 중동, 동유럽, 남중국해 등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폭력에 기름을 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