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신자유주의 하에서도 여전한 국가와 자본의 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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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최근 영국에서 집권 보수당을 둘러싼 부패 스캔들이 불거졌다.
영국의 핀테크 업체인 그린실 캐피털이 3월 파산 신청을 했다. 그린실 캐피털은 지난해 기업가치가 40억 달러(약 4.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았을 정도로 그 파장이 엄청나다. 소프트뱅크, 크레딧 스위스, UBS, 씨티그룹 등 대형 투자자들의 자금회수율은 30퍼센트도 안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린실 캐피털은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려고 부실채권을 모아 펀드를 만들고 투자자를 유치했는데, 이 과정에서 지급보증이 필요했고 보수당 소속 전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이 금융감독 당국과 유럽 내 민간 금융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캐머런은 수천만 파운드에 이르는 그린실 캐피털의 스톡옵션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캐머런은 현 보수당 정부에 로비를 해 그린실 캐피털이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린실 캐피털은 장차 NHS 재정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었다.
이 사건은 부패 문제가 자본주의 자체와 떼어낼 수 없고 이 문제에서는 선진국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다.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이 부패 스캔들을 통해 드러난 고위 국가 관료, 정치인, 금융권 사이에 얽힌 그물망을 살펴본다.
최근 영국 보수당을 둘러싼 부패 추문에서 서로 원수가 된 총리 보리스 존슨과 그의 전 보좌관 도미닉 커밍스의 한판 대결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사안은 아니다. 두 사람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부도덕하고 불쾌한 인간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전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이 렉스 그린실과 그의 금융 회사를 위해 정부 고위층에 총력 로비를 벌인 것도 가장 흥미로운 사안은 못 된다.
이번 추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그린실이 서식하던 정치·금융권의 지하 세계다. 그린실이 정부에서 자리를 얻게 된 것은 제러미 헤이우드 덕분이었다. 헤이우드는 2018년에 사망할 때까지 내각 사무처 장관으로 공무원 조직의 수장을 지낸 자다. 2011년에 헤이우드는 그린실에게 내각 사무처에 자리를 마련해 줬다. 둘은 헤이우드가 2003~2007년에 미국 월가의 대형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로 잠시 파견 갔을 때 만난 사이였다. 그린실도 자기 회사인 그린실 캐피털을 차리기 전에 그곳에서 일했다.
사고방식
그러나 이것은 헤이우드만의 기벽이 아니다.
금융권과 정부 사이의 회전문 인사로 득을 본 고위 공무원은 헤이우드만이 아니다. 특히 매우 뻔뻔한 사례가 빌 크로더스다. 2주 전에 폭로된 바에 따르면 크로더스는 그린실 캐피털의 비상근 고문으로 채용된 후에도 계속해서 정부의 물자 조달 최고 책임자를 지냈다.
크로더스는 캐머런이 주도한 그린실의 NHS 침투 작전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그린실 캐피털은 공급망 금융을 전문으로 했다. 이것은 공급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고 발행하는 대금 청구서를 조기에, 그러나 그 대금보다 약간 싸게 사들이는 사업이다. 상품이나 서비스 수령자가 그 대금을 정산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 청구서는 이윤을 내는 금융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린실은 “언드”를 통해 NHS에 발을 들였다. “언드”는 NHS 피고용인이 임금을 조기에 받을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다. 그린실은 이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해 줬지만
다행히도 또 다른 “더 복잡하고 수익성 있는 금융 상품”이 그린실을 파산으로 내몰았다. 그린실은 영국 철강 산업의 상당한 부분을 사들인 철강업자 산지브 굽타에게 많은 돈을 빌려 줬다. 그러나 그 빚의 담보물이었던 청구서들은 일부가 허위로 작성된 것임이 드러났고 일부는 굽타가 고용하거나 굽타와 연줄이 있는 사람들이 정산할 청구서임이 드러났다.
그린실과 굽타가 금융권에 쳐 놓은 부패의 그물이 터지면서 둘은 십중팔구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덕분에 NHS는 그 그물에서 빠져나오게 됐다. 그러나 NHS가 가장 절실한 이 시기에 NHS의 막대한 자원을 보고 그걸 이용해 먹으려는 자들이 더 많이 꼬일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헤이우드 같은 자들이 그들에게 문을 열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