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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이후:
자본가 정치인들의 양당, 모두 딜레마

재보선 3주 후의 공식정치 상황을 요약하면, 불안정·불확실성의 더한층 증대라고 할 수 있다.

우파 야당은 ‘국정 쇄신’ 등의 명목으로 자기네와의 협치, 더한층의 개혁 후퇴를 여권에 압박하고 있다. 백신 공급 실패는 한미동맹에 충실하지 않아서라는 비판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문재인은 백신 공급 문제를 만회하려고 4월 26일 화이자와 백신 2000만 개 공급 계약을 새로 맺었다고 발표했다. 다음 날에는 백신 위탁 생산 문제로 방한한 미국 노바백스 사장을 직접 만났다.

그러나 지금 계약이 부족한 게 문제가 아니다. 화이자·모더나 등의 기존 계약 물량이 약속한 기한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는 선진국들의 자국 우선주의나 특허권 독점 탓도 있지만, 한국 정부가 그들의 눈치나 보면서 뒤늦게 움직인 탓도 크다.

혼란의 절정은 부동산 대책이다. 집값 관리에 실패해 부동산 불평등(양극화)이 심화한 것이 대중 이반의 핵심인데도, 여권은 오히려 종합부동산세 완화 카드를 꺼냈다. 우파적 압력을 수용해 부자들의 환심을 사는 것을 더 중시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개혁 배신으로 심판받고 개혁 포기로 혁신을 하려고 한다 ⓒ출처 민주당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은 검찰-경찰 갈등, 공수처-검찰 갈등, 검찰 내 갈등으로 확대돼 왔다.

미·중 갈등으로 기업들이 받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길어지는 팬데믹 위기, 무엇보다 경기 침체와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자본가들은 국가기관 간 분열을 참아 주기가 괴로울 것이다.

이런 혼란스런 상황으로 여권은 윤석열 후임 검찰총장을 쉽게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성윤을 임명했다가는 갈등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윤은 심지어 기소될 수도 있다.

검찰과 청와대를 중재할 수 있는 인물을 찾고 싶을 텐데, 어려워 보인다. 그런 구실을 하라고 임명했던 민정수석 신현수는 검찰 인사 문제로 2월 하순 항명성 사퇴를 했다. 그는 문재인의 오랜 측근인데도 말이다. 레임덕에 빠진 문재인이 여권 내 강경파를 통제하기도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측 인사들에 대한 반대자들의 공격도 거세졌다. 검찰은 1년 3개월 전에 불기소 처분했던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에 대한 수사를 재개했다. 김상조가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회의 기록을 파기한 것이 불법이라는 혐의다. 김학의 불법 출금 건으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친문 스피커 구실을 해 온 김어준도 TBS 방송에서 물러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혼란 겪는 국민의힘

이렇게 우파가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데, 정작 국민의힘은 우왕좌왕하며 혼란을 겪고 있다.

대선 풍향계가 될 수 있다던 선거에서 압승했는데도, 대선 전망이 마냥 밝지는 않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은 고사하고 5퍼센트를 넘는 후보도 없다.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영입을 공언하지만, 당 내부 역학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

국민의힘 중진들이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을 꺼내 들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부패한 우파 정부의 수장들이 반성도 하지 않는 것(추징금·벌금도 내지 않고 있음)에 대한 여론의 반감은 큰 것이다. 물론 여론과 별개로 문재인이 올해 안에 지배계급의 내부 결속을 위해 그들을 사면할 가능성은 있다. 사면은 민주주의와 별 관계 없어진 지 오래다.

차기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제주지사 원희룡이 이 틈을 이용하려고 김종인과 만나, “수구적인 모습을 못 버리면 다시 민심에 버림받게 될 것”이라며 사면 반대 목소리를 냈다.

4월 26일에는, 정권 퇴진 촛불 운동에 대한 계엄 진압을 검토하라는 박근혜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고 새누리당 전 당대표 김무성이 새삼 밝혔다. 당내 탄핵 불참파들에게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선거에서 중도우파 분칠로 반사이익을 얻었지만 실체가 달라진 것이 아니므로, 선거 후 사기가 올라 오버하는 쪽과 이를 막으려는 쪽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다.

불신

이처럼 노골적 친자본주의 양당이 모두 곤란을 겪고 있다. 이것이 현재 두 당과 거리를 두고 공정과 중도(우파)를 이미지로 내세우는 윤석열이 여론조사에서 계속 1위를 고수하는 이유일 것이다.

경기 침체와 미·중 갈등이 촉발한 국제질서의 불안정도 국내 정치의 불안정을 키우고 있다. 특히, 후자는 지배계급의 정당들이 정치 안정을 위한 기초적인 협치도 흔히 잘 안 되는 이유다.

4월 27일 재계 5단체는 이재용 사면을 정부에 건의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이 격화되고, 미·중 갈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는 사설에서 이 사면 건의가 “재계의 일치된 위기감을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지배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정치 질서를 안정화시키는 데 성공하는 듯한 동안에는 지지를 보내 왔다. 정부·여당의 포퓰리즘 전략이 행여 노동자·서민 대중에게 정부가 그들 편이라는 착각을 줘서 자체 행동에 나서게 할까 봐 노심초사해 왔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제 지배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현상 유지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기업들이 바라는 규제 완화나 여러 개악들도 속도가 느리다. 문재인 정부는 자본가 계급의 요구에 부응하려 하겠지만, 이를 잘 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운동 지도부들을 붙잡아야 한다. 이렇게 모순이 커질수록 정치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도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