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주년 세계 노동절인 5월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노동절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5월 1일 노동절 집회는 전국 수십 곳에서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씩 모여 집회와 행진을 하는 방식으로 개최됐다.

문재인은 이날 “고용 회복과 고용 안전망 강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노동존중사회 실현” 목표는 여전하다고 뻔뻔스럽게 말했지만, 거리 곳곳에서 해고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은 정부를 규탄했다.

“정부는 항공산업에 수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노동자들은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단 하나 일자리라도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로 갔습니까.”(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지부장)

“이스타항공 사태가 1년 2개월 지났습니다. 이상직의 1680명 노동자 4대보험 횡령, 임금 체불, 605명 정리해고 … 사측의 정리해고에 맞서 매주 여당 앞에서 집회를 하고 기자회견, 고소·고발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정부 기관의 철저한 외면 속에 너무나도 춥고 외로웠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공정배 부지부장)

노동절 전날 교섭이 타결돼 투쟁을 마무리한 엘지트윈타워 노동자들도 집회 연단에 섰다. 4월 30일 “원래 일하던 LG트윈타워로의 고용승계와 원직·복직은 양보한 대신 일정 수준의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조합 활동 보장, 해고 기간 임금 보전 등을 약속” 받았다.

엘지트윈타워분회는 사측의 모진 탄압을 버티며 투쟁했는데, 여기서도 정부의 태도는 무책임했다.

“노조에 가입했더니 용역업체 변경을 핑계로 해고하고, 사측이 주도하는 복수노조를 만들어서 교섭권을 박탈하고, 금전으로 매수하거나 불이익 처분을 통해 노조를 탈퇴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법제도는 구멍투성이고 정부기관은 외면합니다.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고되고 장기투쟁을 감내 해야 하는 나라에서 노동기본권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공공운수노조 엘지트윈타워분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에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승리 보고를 하고 있다. ⓒ조승진

경찰은 이날 방역 수칙 준수를 이유로 집회 참여와 행진을 제한하고 해산 명령을 수차례 내려 곳곳에서 실랑이와 작은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집회시위법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관계자 등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백신 공급도 제대로 못 하고 있고, 여전히 수많은 작업장에서 감염병 예방 조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은 상황은 방치하고 있다. 그러면서 수십 명, 수백 명 단위의 집회조차 경찰을 동원해 훼방을 하고 집회장을 봉쇄해 버렸다. 감염병 확산 예방을 제대로 하려면 이를 빌미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누를 게 아니라 작업장에 제대로 된 예방 조처를 강제하는 것이 훨씬 시급한 일이다.

행진하려는 노동자들과 경찰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경찰이 방역을 이유로 행진을 간섭해서 생긴 일이다. ⓒ조승진

이날 민주노총은 11월 불평등 해소와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11월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총의 “사회대전환의 의제를 전면화”하기 위한 파업이라고 밝혔다. 일자리와 생계 대책에 대한 국가 책임을 대폭 강화하고, 의료·돌봄·주택·교육을 무상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런데 민주노총 집행부는 문재인 정부에게 노정교섭을 제안한다고도 밝혔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30퍼센트도 붕괴하며 추락하는 형국이다. 정부 지지율 하락은 문재인 정부 자신이 개혁을 배신해 자초한 결과다.

말로는 일자리 최우선, 노동존중을 외쳤지만, 고용 위기는 여전하고 비정규직의 규모, 처우와 조건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ILO협약을 한참 늦게 비준하고 생색을 냈지만 수백만에 이르는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여권이 종합부동산세 완화 카드를 꺼내 들어 부자들 환심을 사려하는 것을 보면 정부가 누구의 지지를 중시하는가를 잘 보여 준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노동절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이처럼 거듭된 배신으로 위기를 자초하고 부자들의 환심이나 사려는 정부와 현 시기에 대화를 추진해 봐야 득 될 것이 없다. 오히려 정부가 노동계 지도자들을 붙잡아 두고 투쟁은 자제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불필요한 기회나 줄 위험이 있다.

민주노총이 정부에게 책임을 묻고 압박하려면 노정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할 것이 아니라 만만찮은 투쟁을 건설하는 데 힘을 쏟는 게 중요한 때다. 그런 점에서 노동절 집회를 전국 수십 곳에서 분산해서 치른 것은 효과가 떨어지는 방식이었다. 수도 서울로 전국의 노동자들을 모아 불만을 표출하고 조직된 노동자들의 위력을 보여 주는 것이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이고 문재인 정부와 지배자들을 압박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노동절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노동절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팻말을 들고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조승진
노동자들이 노동절 집회를 열고 마포대교를 건너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노동자들이 노동절 집회를 열고 마포대교를 건너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 원직 복직을 촉구하는 집회가 5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 김정남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 지부장이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복직을 요구하며 19일째 단식농성중이다. ⓒ조승진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 원직 복직을 촉구하는 집회가 5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 원직 복직을 촉구하는 집회가 5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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