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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숙소에서 살고 싶습니다”:
열악한 이주노동자 기숙사 고발 사진전 열리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 실태를 생생하게 고발하는 사진전 ‘코리안 드림, 사람 사는 집?’이 거리와 온라인에서 열리고 있다.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들이 여러 기숙사들을 직접 방문하며 찍은 사진들을 모은 것이다. 이주노조, 민주노총,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기숙사산재사망대책위, 이주노동자평등연대가 주최한다.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 “사람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렇게 우리 못살아요”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탄식이 절로 이해가 된다. 비위생적인 것은 물론이고 ‘뒷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화장실, 부실한 잠금 장치, 화재 위험에 노출된 어지러운 전기 배선과 가스관 등 기본적인 설비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사진전은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 씨가 한파 속 기숙사에서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농장주가 제공한 기숙사는 비닐하우스 내에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가건물이었다. 전시된 사진 중에는 이런 가건물조차 없는 비닐하우스 기숙사도 등장한다.

이 사건으로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기숙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고용허가제 문제도 다시 조명받았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극도로 제약해 이주노동자가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

제조업 이주노동자들의 기숙사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공장 안이나 근처에 컨테이너를 기숙사로 제공하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겨울이면 전열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다 화재가 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열악한 주거 환경은 이주노동자를 코로나19 감염에도 취약하게 한다. 지난 3월 경기도와 충청도 등의 공장에서 이주노동자의 감염이 증가했다. ‘3밀’(밀집·밀접·밀폐)을 피할 수 없는 공장과 기숙사에서 집단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땜질 처방에 불과했다. 예컨대 농림축산식품부는 4월 19일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농가에 주거 시설 개보수·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원대상이 500개소에 불과하다. 속헹 씨 사망 사건 이후 경기도가 벌인 실태조사에서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로 된 기숙사만 697개였는데 말이다.

정부는 고용주가 이주노동자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시설을 저렴하게 제공하도록 실질적인 조처를 취해야 한다.

거리 사진전은 4월 14일 시작했고, 5월 말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 오후 2시 장소를 옮겨가며 열린다(공휴일 제외). 5월 12일 동대문 DDP 서편 광장, 26일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예정돼 있다.

온라인 사진전은 아래 주소로 접속할 수 있다.

👉 http://ijunodong.org/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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