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과 그로 인해 심화된 불황으로 여성 고용이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남성 고용도 감소했지만, 여성의 피해가 더 컸다.

코로나 사태로 타격이 가장 큰 대면서비스업에 여성 취업자 비중이 높고, 보육시설과 학교가 문을 닫거나 운영시간을 단축한 것의 영향이 크다. 많은 여성이 임시직·일용직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일하는 것도 위기에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성이 가정에서 양육 등 돌봄에 더 많은 부담을 지는 것은 생물학적 차이로 인한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 구조와 운영 방식 때문이다.

자본가들에게는 이윤 생산을 위해 여성 노동자가 필요하지만, 미래 노동력 공급에 필수적인 양육 등 돌봄 지원에는 매우 인색하다. 자본주의 국가는 여성 노동력 활용과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서 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일부 늘려 왔다. 하지만 이윤 추구가 동력이고 경제 위기가 반복되는 자본주의 체제의 속성 때문에 국가는 양육과 성인 돌봄의 주된 책임을 여전히 개별 가족에게 전가한다.

생색내기 정부 대책

문재인 정부는 고용 위기와 돌봄 부담 증가로 노동계급 여성이 엄청난 고통을 겪는데도 생색내기 이상의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코로나19로 가정의 돌봄 부담이 증가하면서 몇 가지 조처가 취해졌지만, 늘어난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관련 기사 본지 358호 ‘코로나 위기로 악화된 여성의 삶’).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올해 3월 정부가 ‘특단’의 대책이라며 내놓은 여성 고용 위기 대책도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일자리 정책의 대부분은 이미 전에 내놓은 방안의 재탕이거나 지원 대상을 소폭 확대하는 데 그쳤다. 또, 정부가 만든다는 일자리의 많은 수가 임시·단기 일자리이다(관련 기사 본지 359호 ‘정부의 여성 고용 대책 ― 여성의 삶이 아니라 고용지표 높이기에 급급’).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 친화적 태도를 취해 온 여성단체들조차 정부의 여성 고용 대책에 실망을 나타내며 비판했다.

그런데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정부의 지원책을 ‘남성적’ 또는 ‘남성 위주’ 방안이라고 부정확하게 비판한다. 정부가 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이 여성보다 남성에게 훨씬 많이 돌아갔고, 산업 지원금이 남성 집중 업종에 지원된다는 것이 그 근거로 꼽힌다(정경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문재인 정부 평가 대토론회’ 발표문).1

여성이 겪는 고용 위기에 대한 정부 대책의 미흡함을 비판하며 적극적 대책을 촉구하는 취지는 옳다. 하지만 정부의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고용 대책을 성별 격차 중심으로만 보면 남성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도 매우 미흡하다는 점이 가려지기 쉽다.

남성이 집중된 업종에 대한 지원이 곧 남성 노동자에 대한 지원은 아니다. 정부 지원의 대부분은 노동자가 아니라 기업에 준 것이었다.

지난 1년여간 정부가 노동자의 고용·실업 지원에 쓴 지원금(총 4.7조 원)은 기업 지원 총액(91.2조 원)의 20분의 1밖에 안 됐다. 지난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혜택을 받은 노동자 수도 전체 임금 노동자 대비 3.8퍼센트에 불과했다(이창근, ‘코로나 1년 고용·실업대책 실적 분석’, 민주노동연구원).

지난 1년여간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쓴 돈은 대부분 노동자가 아니라 기업에 돌아갔다 ⓒ조승진

이렇듯, 전체 그림은 노동계급 전반에 대한 지원이 매우 부족한 가운데 여성 노동자에 대한 지원이 더 미흡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책은 ‘남성 중심적’인 게 아니라 시장경제적·친자본주의적이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은 지원 받은 노동자 수가 적었을 뿐 아니라 해고를 막지도 못했다. 사용자들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몇 달간 유급휴직을 실시하다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자 이마저 중단하기 일쑤였고, 10퍼센트도 안 되는 휴직급여 부담을 피하려고 ‘희망퇴직’ 형식을 빌어 일부 정규직을 해고했다. 고용유지지원금제도가 “해고에 속수무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이다(관련 기사 본지 364호 ‘고용 보호 못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기업의 해고를 규제하지도 않으므로, 기업주들이 유급휴직(고용유지지원금)보다는 무급휴직이나 해고로 나아가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

노동계급 여성과 남성의 단결 투쟁이 중요하다

이윤 체제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난이나 불황에 따른 피해는 대부분 노동계급과 서민층이 진다.

지배계급의 삶은 노동계급과 서민층의 삶과 매우 다르며 여성 사이에서도 계급적 격차가 크다. 부유층 여성들은 평소에 노동계급 여성을 고용해 가사와 돌봄을 처리하기에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노동계급 여성과 서민층 여성들처럼 돌봄 부담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지난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크게 감소했지만, 상층의 소수 여성과 남성은 부가 오히려 크게 늘었다.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고용 위기는 노동계급 전체가 겪는 위기의 일부이다. 물론 코로나 위기가 고용에 끼친 영향은 노동계급 내에서도 불균등하다. 돌봄 부담의 성별 격차뿐 아니라 산업·기업별 영향이 불균등한 것도 노동자들의 조건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이기에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고용과 노동조건에 대한 사용자의 공격이 폭넓게 일어나고 있다. 비정규직뿐 아니라 정규직에서도 남성과 여성 모두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많아졌다. 지난해 정규직 노동자도 전년 대비 5만 8000명이 감소했고, 그중 여성이 4만 4000명으로 75.9퍼센트를 차지했다(정경윤, ‘문재인 정부 평가 대토론회’ 발표문).

사용자들의 공격이 여러 형태로 강화되는 상황이므로 일자리를 지키고 노동조건 악화를 막으려면 여성과 남성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이 중요하다.

여성 고용 위기를 해결하고 성평등을 크게 전진시키려면 개별 가정에 맡겨진 돌봄이 필수 사회서비스가 되어 무상으로 제공돼야 한다. 학교, 병원, 보육·요양·장애인 시설 등에서 일하는 돌봄 노동자의 노동조건도 개선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사기업에 내맡겨 둘 게 아니라 국가가 재정을 대폭 투입하고, 임시직·시간제 일자리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

그동안 봐 왔듯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이를 기대할 수 없다. 자본가 계급에 기반을 둔 이들의 실제 목표는 성평등이 아니라 한국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출하는 것이다.

코로나 위기 동안에도 정부는 기업 지원이 우선이었고, 고용 위기가 악화되는 상황인데도 공공기관의 일자리마저 줄였다. 지난해 공공기관 신규 채용은 전년보다 1만 명이 줄었다. 여성 채용 인원은 5185명 줄어들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늘어난 여성 일자리도 열악한 일자리가 많았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때처럼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을 펼쳐서 시간제 여성 노동자가 크게 늘었다.

노동계급의 여성과 남성이 겪는 고용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백신 공급과 경기 회복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우파 야당 모두 자본주의를 구제하는 데만 열심이고, 이를 위해 노동계급의 조건을 악화시키는 공격을 벌이고 있다.

조건 후퇴에 맞서고 양질의 일자리와 복지를 늘리려면, 노동계급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정부와 기업주들에 맞서 여성과 남성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과 정치를 발전시켜야 한다.


  1. 3월에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 스톱’이 주관한 토론회에서 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정부의 위기 대응 정책이 남성 중심의 일자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남성적’ 회복 방안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