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부지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한 것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에도 오염수 방류를 추진하려다 어민들이 반대해서 결정을 미뤘다고 알려졌다. 이번 결정 이후 일본 어민들은 물론 인접국인 한국과 중국에서도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진보당, 민주노총 등 모두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진보당 지지 청년들은 일본 대사관 앞 등에서 연일 항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에서 방사성 물질을 대부분 걸러낼 것이라고 했지만 믿기 어렵다. 도쿄전력 자신의 발표를 보더라도 정화 작업 뒤에 오염수의 80퍼센트에서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다량 검출됐다. 올해 2월에도 후쿠시마 인근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의 5~10배에 이르는 세슘이 검출됐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처리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오염수를 처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 다섯 가지(지층 주입, 해양 방류, 수증기 방출, 수소 분해 뒤 방출, 지하 매설)를 놓고 비교했는데, 그중 가장 저렴한 방식을 선택했을 뿐이다.

‘안전한’ 방사성 물질은 없다 4월 24일 청와대 앞에서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청년들 ⓒ출처 대학생기후행동

미국의 옹호

그런데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 정부는 사실상 오염수 배출을 승인했다. 이들의 ‘국제 기준’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보여 준다. 그 ‘국제 기준’은 전 세계 핵발전소에서 유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최소량을 뜻하는 것일 뿐 ‘안전한’ 기준이 아니다.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성 물질도 유전자를 변형시킬 수 있다. 삼중수소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정부 등은 지난해까지는 오염수 방류 결정에 발언을 자제해 왔는데, 이번에는 매우 적극적으로 일본 정부의 결정을 옹호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서 일본이 더 많은 구실을 하길 바란다. 일본 정부는 이 점을 이용해 바이든 정부를 설득한 듯하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 발표 직후, 문재인은 국내 반발 여론을 의식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했다. 이 재판소에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에도 말뿐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외교부 장관 정의용은 이렇게 말했다. “일본이 IAEA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 4월 20일 국회 외통위 제출 자료에서도 제소 방안은 마지막 페이지에 슬쩍 지나가듯 언급됐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 법원의 위안부·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외면하고 배상 강제집행을 반대함으로써 결국 판결이 반동적으로 뒤집히는 데에 일조한 바 있다. 오염수 방류 문제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일본 정부에 일관되게 항의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해양법재판소 제소’는 승산이 없으니 ‘투명한 정보 공개’ 요구 정도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적이다. 한·일 관계를 꾸준히 보도해 온 〈한겨레〉 길윤형 기자가 최근 그러한 견해를 폈다. 그는 해양법재판소 제소가 제2의 지소미아 사태, 즉 용두사미가 돼 정부가 망신당할 것을 걱정하는 듯하다.(‘대통령의 언어, 정의용의 고뇌’, 4월 20일 자)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지소미아 파기 ‘선언’ 그 자체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제국주의 군사 동맹을 중요시해 파기 선언을 스스로 거짓말로 만들고 지소미아를 유지한 것이다.

이 점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결국 “국제 관행”을 따르게 되기 십상이고, 그러면 국내 핵발전소 폐쇄도 일관되게 요구하기 어렵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일본 안팎의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이 위험천만한 짓에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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