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외교·개발장관 회담이 5월 5일(현지 시각)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끝났다. 6월에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을 앞둔 준비회담 격이었다.

이번 회담에는 G7 외에 한국, 호주, 인도, 남아공, 브루나이(아세안 의장국 자격)의 장관들도 게스트로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외교부 장관 정의용이 참석했다.

게스트 중에는 아시아 국가들이 많았는데, 의장국인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인도·태평양에 전략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과 관련 있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견제도 염두에 둔 것이다.

호주·인도는 G7의 일원인 일본과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에 참가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한국도 쿼드의 일원이 되기를 원한다. G7 정상회담에도 호주, 인도, 한국 등의 정상들이 초청받았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규탄과 견제가 담겼다. 러시아의 인권 탄압,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군사력 증강 등에 우려를 표했다.

중국을 직접 겨냥한 내용도 있다. ‘자유롭고 공정한 국제 경제 시스템을 훼손’하는 중국을 문제 삼았고, 지적재산권을 훔치거나 그것을 지원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중국에 촉구했다. 기존의 국제 경제 질서를 따르라는 것이다. 이 밖에 홍콩 민주주의와 자치권 문제, 신장과 티베트에 대한 인권 탄압 문제 등이 거론됐다.

특히, 대만이 세계보건기구(WHO) 포럼과 세계보건총회(WHA)에 참석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는 중국이 꽤 예민하게 받아들일 일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의 국제기구 참석을 반대한다며, 이번 G7 회담이 “후진적인 집단정치이자 중국 주권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줄타기

한편, 이번 공동성명이 중국·러시아를 비판하고 있으나, 이에 관한 구체적인 조처들이 언급되지는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회담 참가국들의 이해관계가 단일하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예컨대, 지난 3월 독일 총리 메르켈은 바이든도 참석한 유럽연합(EU) 화상 정상회담에서 중국 문제에서 미국과 EU의 견해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EU 지배자들은 중국 기업들이 첨단 산업에서 도전장을 내미는 것을 경계한다. 투자와 교역 증대를 매개로 중동부 유럽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높이는 것도 염려한다. 그러나 이들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도 의식해야 한다. 2016년 이래 중국은 독일의 최대 교역국이 됐다. 이탈리아는 2019년에 일대일로 양해각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회담을 앞두고 미국 국무장관 블링컨은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다른 국가들에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 국가들이 중국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며, 그 국가들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끝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함께] 상업, 환경, 지적재산권, 기술에 관한 기본 규칙을 보호하고 강화하기를 원한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내세워 동맹국들을 대중국 포위·견제에 끌어들이려 한다. 이번 G7 외교·개발장관 회담은 이를 위한 장이었고, 바이든 정부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듯하다.

미국은 영국과 함께 G7을 D10(민주주의 10개국 연합체)으로 확장할 구상도 하고 있다. 이번 외교·개발장관 회담과 마찬가지로 6월 G7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은 이를 위해 애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움직임은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더 키울 것이다.

한편, 대통령 문재인은 5월 하순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6월 G7 정상회담에도 참석한다. 외교부 장관 정의용은 이번에 영국에서 일본 외무상과 회동했다. 한·일 관계를 개선해 대중국 견제 협력이 강화되기를 바라는 미국의 관여로 이뤄진 회동이었다. 잇단 국제 외교 일정 속에 문재인 정부의 균형 외교는 계속 시험대에 오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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