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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검찰, 프랑스 마크롱 비판 전단 붙인 이주민 징역 2년 구형
프랑스 정부의 인종차별에 협조하는 한국 정부

4월 30일 검찰이 이주민 2명에게 외국사절 협박 혐의로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들이 지난해 11월 주한 프랑스 대사관 담벼락에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을 비난하는 전단을 붙였다는 이유다. 5월 12일 재판부(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이내주 부장판사)의 선고가 예정돼 있다.

전단을 붙인 이들은 키르기스스탄 출신 유학생과 러시아 국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26세의 젊은 청년들이다.

이들은 A4 용지 크기의 전단 4장을 프랑스 대사관 담벼락에 붙였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무슬림을 모욕하지 마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다’, ‘우리에게 칼을 들이대는 자, 그 칼에 죽임을 당하리라’는 문구의 한국어·영어 전단이었다. 마크롱의 얼굴에 엑스(X)를 표시한 사진도 담겼다.

이 이주민들은 대사관 직원들을 협박할 의도가 없었고 마크롱에게 항의하려는 의도로 벌인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들의 변호사는 이들이 전단을 붙일 때 그 옆을 행인들이 자연스럽게 지나가고 있었다며, 검찰이 암시하는 무시무시한 테러 협박과는 무관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키르기스스탄 유학생은 국내 한 대학원에서 마지막 학기를 남겨 둬 학업을 마치기를 원하고, 러시아 이주노동자는 러시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한 것은 가혹하기 짝이 없다. 이들은 전혀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단지 대자보를 붙이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을 뿐이다.

인종차별

검찰은 이들의 행위가 ‘외국사절 협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마크롱이 이슬람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야말로 수많은 무슬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진정한 문제이다.

프랑스에서 무슬림은 전체 인구의 8퍼센트 정도지만, 수감자 중에는 50~70퍼센트가 무슬림이다. 프랑스 무슬림들의 실업률과 빈곤률은 국민 평균의 3배이고, 연간 소득은 국민 평균보다 30퍼센트 적고, 교육 기회와 수준이 낮고, 시설 등이 열악한 변두리에 밀집해서 산다.

그런데 마크롱은 무슬림 공격을 더욱 강화해 왔다. 마크롱은 지난해 10월 2일 프랑스 내 “이슬람 분리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슬람을 분리(배제)하는 것은 프랑스 정부다. 무슬림의 공공부문 채용을 어렵게 만들었고, ‘적절한 이슬람’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가 단체들을 해산할 수 있도록 했다. 무슬림들의 종교·사상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 정부가 중동 등지에서 제국주의적 개입을 늘리고, 국내에서는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게 떠넘기려고 인종차별과 권위주의를 강화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

이런 인종차별 조장이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은 몇몇 끔찍한 살해 사건과 미국에서 벌어지는 흑인과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을 보면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인종차별과 탄압 강화는 위험하게도 극우 세력들을 고무하고 있다. 4월 21일 프랑스 퇴역 장성 23명이 쿠데타를 위협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차기 프랑스 대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파시스트 마린 르펜은 이 성명을 지지하고 나섰다.

전단을 붙인 이주민들은 프랑스 국가의 인종차별 작태에 정당한 반감을 표출한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지난해 말 방글라데시, 레바논 등 이슬람권 지역에서 프랑스 대통령이 이슬람 혐오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며 반(反) 프랑스 시위가 일어났던 상황에 동조해 [전단을 붙였다.]”고 한다.

검찰이 이들의 경미한 표현 행위에 가혹하게 대응하는 것은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는 것이고, 서구 제국주의의 인종차별 행태에 협조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난민 신청자의 극히 일부만 수용하는 데서도 이런 문제점이 드러난다. 이번 검찰 구형이 판결로 이어지면 인종차별적 편견을 강화하는 나쁜 효과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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